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여파로 수출입은행이 1976년 은행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은은 지난 12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올해 상반기 94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이는 연간 기준은 물론 반기 기준으로도 출범 이후 40년 만에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측은 상반기 결산내역을 확정하고 기획재정부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 수은은 기존 연간 1조2000억~1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충당금적립전)을 거둬왔다. 지난 1분기에도 123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수은이 설립 40년 만에 적자를 낸 배경에는 조선업에 대한 대손충당금이 있다. 수은은 최근 대우조선해양의 여신 건전성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강등하면서 큰 액수의 충당금을 물어야 했다.
수은의 개별 기업 여신의 충담금은 현재 비공개 상태지만 2분기 적립액을 보면 대우조선 충당금이 가장 큰 것으로 해석된다. 수은의 대우조선 위험노출액은 9조2000억이다.
수은이 대우조선 여신의 건전성 분류를 다시 한 것은 지난달 대우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마저 대우조선 여신을 요주의로 하향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 동안 두 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대우조선 여신을 정상으로 취급해왔다. 하지만 상반기 대우조선이 반기보고서에서 회계법인으로부터 ‘한정’의견을 받고 완전자본잠식에 빠지자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는 같은기간 수은 상반기 전체 충당금 1조7000억원의 76%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 충당금 적립액은 지난해 상반기 충당금적립액 3300억원의 5배를 넘는 규모다. 조선사 3곳에 발목이 잡히면서 적자 늪에 빠진 셈이다.
사상 첫 적자로 수은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도 뚝 떨어지며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6월말 현재 BIS비율은 10.01%로 시중은행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은과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은 시장실패를 보완해주는 것이고 수은의 적자는 해당 은행뿐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실패 측면도 있다”며 “정책금융기관의 구조조정(자구안)은 적자만을 근거로 근시안적으로 추진할 게 아니라 장기적인 정책금융기관 재편 속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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