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은 태어남과 죽음을 함께 노래한다. 꽃은 누구보다 빠르게 피고, 누구보다 찬란하게 시들며, 그 짧은 생을 통해 인간의 감정과 시간을 반영해왔다.
태어나면서 받는 꽃다발, 결혼식의 부케, 장례식장의 국화꽃. 우리는 꽃을 통해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상징화하고 감정의 언어로 사용해왔다. 그러나 나는 이 아름다운 ‘꽃의 언어’가 단순한 장식으로 소비되는 현실에 의문을 품었다. ‘왜 감정을 담은 꽃은 늘 소비재로만 존재해야 하는가? 꽃은 몸 위에 직접 피어날 수는 없는가?’이 질문이 바로, ‘바디플라워’라는 언어의 시작이었다.
바디플라워, 몸 위에 피는 조형적 감정
‘바디플라워’는 단순한 액세서리나 퍼포먼스가 아니다. 이것은 ‘감정이 피어나는 방식’에 대한 조형적 상상이며, 인간의 감정·식물·조형을 엮은 새로운 언어다.
내가 정의하는 바디플라워는 "몸이라는 생명 위에 피어나는 감정 기반의 자연 조형 예술"이다. 이것은 꽃의 문화사와 감정심리학, 자연의 생태학적 리듬에 기반을 두며, 전통적인 꽃장식 문화와도 궤를 달리한다. 바디플라워는 기념의 꽃이 아니라 과정의 꽃이고, 소비의 꽃이 아니라 공감의 꽃이다.
우리는 감정을 꽃으로 표현하며 살지만, 그 감정은 언제나 일회용처럼 휘발된다. 나는 이 감정을 보다 입체적이고 지속가능한 형식으로 기록하고, 입고, 교감하고 싶었다. 바디플라워는 그래서 ‘장식’이 아니라 ‘기록’이자 ‘언어’다. 나는 그걸 언어라고 부르고 싶었다."
바디플라워는 ‘감정의 녹색 순환’을 그린다
바디플라워는 나의 삶과 공간 디자인, 그리고 환경 인식이 만나는 지점에서 탄생했다. 나는 항상 "인간의 감정과 자연은 본래 하나였고, 분리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울, 기쁨, 두려움, 그리움 — 이 모든 감정은 꽃의 색감, 향기, 결의 질감, 또는 줄기의 선율로 표현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우리 내면의 감정을 가공하거나 억누르지 않고, 몸이라는 캔버스 위에 자연스럽게 피어나도록 한다. 그 이상으로 “몸을 캔버스로 보는 게 아니라, 꽃이 피어날 수 있는 하나의 생태계로 본다”
실제로 바디플라워 컬렉션 중 하나인 ‘Emotional Patch Kit’는 특정 감정에 대응하는 식물 유래 향기, 색채, 질감, 식물 패턴을 조합한 감정 테라피 키트이다. 이 제품은 단순한 뷰티 아이템이 아니라 심리적 정화를 돕는 녹색 예술 도구로 기능하며, 실내 공기정화 및 향균력 등의 실질적 효과까지 고려된다.
꽃의 문화사를 넘어, 감정 기반의 조형 언어로
꽃의 문화는 늘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사랑의 표현, 축하의 방식, 애도의 상징. 하지만 바디플라워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이제는 감정을 ‘스스로 느끼고, 입고, 기록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나는 이 바디플라워라는 조형언어를 통해 감정, 자연, 예술, 삶을 하나의 생태계로 확장하려 한다. 그 속에는 자연과 인간의 공명, 기후 위기 시대의 감성 치유, 예술의 사회적 가치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우리가 꽃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순간, 인간의 존재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감정은 몸 위에 피어날 수 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언젠가 지구를 치유할 수 있다.
바디플라워는 나 혼자만의 예술이 아니다. 바디플라워는 우리가 함께 피워내야 할, 시대의 언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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