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가습기 등 고의적 기업범죄 위자료 최대 9억 산정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16-10-24 19:58:56 댓글 0
현실에 맞는 ‘불법행위 유형별 적정한 위자료 산정 방안’ 발표

사법부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럼 고의적인 기업범죄로 사람이 숨진 경우 해당 기업은 피해자에게 최대 9억 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현실적 방안을 내놨다.


대법원은 20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사법발전을 위한 법관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새로운 ‘불법행위 유형별 적정한 위자료 산정 방안’을 확정해 24일 발표했다.


그동안 법원이 인정해 온 위자료 금액은 현실에 맞지 않을 정도로 낮아 고의적인 기업 범죄로 대규모의 피해자가 발생한 경우에도 적절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새 방안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생명권을 실효성 있게 보장하기 위해 주요 불법행위 유형을 정해 기존의 위자료 범위를 넘는 일종의 ‘징벌적’ 개념을 가미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불법행위 유형을 4가지로 나눠 3단계의 산정 방안을 채택했다. 유형별로 위자료 기준 액수를 마련하고, 법원이 정한 특별가중인자가 있는 경우 기준 금액을 2배로 늘린다. 이후 참작해야 할 일반 가중·감경사유가 있다면 기준액의 최대 50%를 증액 또는 감액한다.


이에 따라 1단계 기준 금액은 △일반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이나 중상해시 1억 원 △대형 재난사고 사망시 2억 원 △소비자·일반 시민에 대한 영리적 불법행위로 인한 사망시 3억 원 △명예훼손 등 인격권 침해행위 5000만 원 등으로 정했다.


2단계에서는 특별가중사유가 있는 경우 기준 금액을 최대 2배까지 가중한다.


특별가중인자는 영리적 불법행위의 경우 고의나 중과실에 의한 불법행위, 수단·방법이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없을 정도로 위법한 경우, 이익 규모가 현저히 큰 경우, 생명·신체에 직접적인 위해 가능성이 있는 경우, 소비자·일반인이 상당한 신뢰를 했던 경우 등이다.


항공기 추락이나 건물 붕괴 등 대형 재난사고에서는 고의적 범죄로 인한 사고, 부실 설계나 시공·제작, 관리·감독에 중대한 주의의무나 안전의무 위반이 있는 경우, 관리·감독기관이 운영·시공업체 등과 결탁한 경우 위자료가 가중된다. 교통사고에서는 음주 운전이나 뺑소니 사고가 해당한다.


명예훼손 사건에서는 허위사실, 악의적·영리적 목적, 인지도·신뢰도·전파성 등을 고려할 때 영향력이 상당한 사람이나 단체의 행위 등이다. 직업·사회적 지위의 박탈·현저한 저하 등 명예·신용의 훼손이나 피해가 큰 경우도 중대 피해로 간주한다.


마지막 3단계는 일반 증액사유나 감액사유를 반영해 50% 범위내에서 다시 증액하거나 줄인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50% 범위를 초과해 증액하거나 감액할 수도 있도록 했다. 일반 가중·감경사유는 구체적인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가 정한다.


따라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의 경우 기준 금액은 3억원, 특별가중 금액은 6억원이 되고, 여기에 일반 증액사유를 고려해 50% 범위에서 증액하면 최대 9억 원까지 위자료를 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대법원은 법원 내부 전산망을 통해 이러한 방안을 공지하고 구체적인 사건에서 위자료 책정시 반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 12월까지 위자료 산정 기준에 대한 해설서를 마련해 판사들이 참고할 수 있게 하고 주요 사항을 발췌해 외부에도 공개하기로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새 위자료 산정방안은 현재 재판 진행 중인 사건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다만 교통사고의 경우에는 사회적 파급 효과를 고려해 점진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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