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심 식사 후 커피 한 잔을 즐기는 직장인의 모습은 이제 자연스런 풍경이다. 국내 커피소비량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15% 성장했다. 2014년 기준 성인 1인당 연간 소비하는 커피는 약 347잔에 이른다.
하지만 이런 커피시장 성장세와 함께 생활폐기물로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와 1회용 컵 사용량도 급증세다. 서울시에서 발생하는 커피 찌꺼기만 하루 140톤에 달할 정도다. 커피는 원두 중 단지 0.2%만 커피를 내리는 데 사용되고 나머지 99.8%는 찌꺼기로 배출된다. 이렇게 배출된 찌꺼기는 그 동안 일반 생활폐기물로 버려져 매립이나 소각 처리됐다.
시는 다음 달부터 버려지던 커피 찌꺼기를 퇴비, 사료, 버섯배지, 화분, 판재 등의 다양한 용도로 재활용하는 사업에 들어간다고 11일 밝혔다.
커피 찌꺼기는 중금속 등 불순물이 섞여 있지 않고 커피 특유의 향을 갖추고 있어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화분, 점토벽돌 등 생활용품 제작은 물론 친환경 유기농 퇴비로도 안성맞춤이다. 특히 커피 찌꺼기로 제조한 퇴비는 질소, 인, 칼륨 등 식물 성장에 필요한 성분이 풍부하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종로구 소재 일부 매장을 대상으로 커피 찌꺼기 재활용 시범사업을 통해 퇴비, 버섯 배지 등의 용도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성을 보완한 자원화 시스템을 마련해 이달 시범사업 실시 후 다음 달부터 본 사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시는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재활용업체 사회적 기업, 6개 커피전문점 본사 관계자와 간담회를 열고 협의를 진행해 왔다.
시범사업에는 이디야, 파스쿠찌, 탐앤탐스, 빽다방, 카페베네, 커피베이 등 6개 커피 브랜드별로 10여개 매장씩 총 62개 매장이 참여한다. 매장 규모별 배출량 및 적정 수거횟수, 1회용 컵 및 컵 부속품의 재질별 분리보관 실태 등을 분석해 다음 달 중 시행될 본 사업에 반영한다.
시범 매장에서는 커피 찌꺼기와 1회용 컵(종이컵, 플라스틱컵) 및 컵 부속품(뚜껑, 빨대, 컵홀더 등)과 우유팩 등을 재질별로 분리 보관해 재활용 사업자의 수거 및 재활용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협력한다.
재활용수거 전문업체는 커피 찌꺼기 분리 수거용기를 보급하고, 매장규모에 따라 주 1회 이상 무상 수거하면서 발생량에 따른 수거 횟수 등을 결정하고 수거된 커피 찌꺼기는 퇴비, 버섯배지 등으로 재활용한다.
시에서는 사업 진행사항을 모니터링하고 커피 찌꺼기 퇴비가 도시농업, 공공관리시설 등에서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한다.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동만 매니저(강동구 소재 카페베네)는 “서울시의 커피찌꺼기 재활용 시범사업을 환영한다”며 “매장에서도 종량제봉투 값을 줄일 수 있어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고, 1회용 컵 및 부속품을 재질별로 분리배출하려면 조금은 번거롭겠지만 소중한 자원으로 재활용되는 좋은 정책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재활용업체 주양J&Y 조호상 대표는 “커피 찌꺼기를 점차 재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 확대되어 가고 있다”면서 “버섯배지뿐만 아니라 잘만 모아지면 퇴비, 건축용 자재 등의 다양한 용도로 재활용되는 등 앞으로 효자 상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시는 민관이 협력하는 재활용 체계가 자리 잡을 경우 상당한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사업에 6개 브랜드 1000여개 매장이 참여하게 되면 연간 1200톤의 커피 찌꺼기가 재활용되고 1회용 컵 및 부속품 회수량도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시는 기대했다.
시는 또 이번 시범사업 이후 커피 찌꺼기의 재활용 촉진을 위해 주말농장, 옥상 텃밭 가꾸기, 수목식재 등 다양한 퇴비 사용 수요처 확보에도 나설 계획이다.
황보연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서울시의 커피찌꺼기 재활용 모델은 커피 찌꺼기를 다양한 용도로 재활용하고, 매립·소각 등 사회적 비용 절감, 참여 매장의 종량제 봉투 값 절약, 관련 분야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 등 1석 4조의 효과가 있다”며, “6월 본 사업부터는 서울 전역의 커피 매장이 참여할 수 있도록 확산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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