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석세포에서 환경문제 해결 천연물질 추출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17-06-28 20:23:40 댓글 0
농진청, 미세플라스틱 대처…우수성 확인

배에서 버려지는 석세포를 이용해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미세플라스틱을 대처할 수 있는 천연 물질을 추출했다. 이로써 미세플라스틱이 활용되던 화장품이나 치약에 이 물질로 대처할 수 있을 전망이다. 미세플라스틱은 일부 화장품의 각질제거용, 치약의 플라그 제거용 재로로 쓰여 왔다.


농촌진흥청은 생활 속 화학물질을 천연 소재로 대체하기 위해 배에서 버려지는 석세포의 각질 제거, 연마 등의 효능을 입증해 가공 소재로서의 우수성을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배 석세포는 세포벽이 단단하게 굳어 고정된 조직으로, 배를 먹을 때 입안에서 까끌까끌하게 느껴지는 물질이다. 주로 배 껍질이나 과일 중심부(과심)에 많이 있다.


이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되는 미세플라스틱은 지름 5㎜ 이하의 플라스틱 알갱이로 치약과 비누, 각질제거용품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국내 각질제거용품 331개 품목이 폴리에틸렌 원료의 미세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는데, 각질제거용 거품비누 1회 사용량에는 미세플라스틱 알갱이 약 10만개가 배출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 미세플라스틱은 크기가 작아서 하수구 거름망에서 분리되지 않고 바다로 쉽게 흘러나간다. 미세플라스틱은 햇빛에 의한 광분해나 미생물에 의한 생분해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플랑크톤이 이를 먹고 먹이사슬에 따라 사람이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할 가능성도 있어 세계 각국에서는 2015년부터 미세플라스틱 사용규제에 나섰다.


국내에서도 미세플라스틱(지름 5mm 이하)이 들어간 화장품 등은 관련법에 의거해 7월부터 만들거나 수입할 수 없고 내년 7월부터는 판매가 전면 금지된다.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간 치약제도 올해 5월23일부터 사용이 금지됐다.


이에 농진청은 미세플라스틱의 대체 물질을 찾기 위해 배 석세포 추출물로 피부 각질제거 효능과 치약의 연마 효과를 실험했다.


연구결과, 배 석세포 분말을 2∼5% 첨가해 만든 피부 각질제거제는 일반 세정크림보다 4.6배, 호두껍질 각질제거제보다 2.2배 높은 각질 제거 효과를 보였다. 호두껍질은 기존에 천연 연마제로 사용되고 있으나 마찰력이 강하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각질 제거 효과는 배 석세포 각질제거제가 44.7%, 호두껍질 각질제거제 20%, 일반 세정크림 9.8% 순이었다. 모공 크기도 배 석세포 각질제거제는 일반 세정크림보다 2.4배, 호두껍질 각질제거제보다 1.5배 더 작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치약의 연마 효과에 대한 실험에서는 배 석세포 분말이 5% 첨가된 치약이 일반 치약에 비해 2.4배, 프라그 제거 치약에 비해 1.8배, 호두껍질 치약에 비해 1.6배 효과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치약 연마효과는 배 석세포 치약 36.3%, 호두껍질 치약 22.5%, 프라그제거치약 20.3%, 일반 치약 15.0%이었다.


배 석세포는 활용 용도에 따라 크기를 조절할 수 있어 앞으로 각질제거용 화장품이나 치약제로 널리 활용될 전망이다. 특히 각질제거용 화장품은 특허등록이 완료돼 현재 기술이전이 진행 중이어서 올 하반기에 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치약제는 의약외품의 연마성분을 가진 새로운 원료 등록을 위한 안전성 시험을 내년부터 실시한 후 제품화될 전망이다.


한편, 농진청은 배에서 단백질 분해 효소를 추출해 천연연육제와 소화제도 개발했다.


배의 단백질 분해효소의 함량과 효능은 현재 천연연육제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는 천연효소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나 경제성이 입증됐다. 또한 장시간 처리 시 기존 연육제에서 나타나는 고기가 물러지는 부작용이 없다.


배 천연소화제는 단백질 분해 능력(196.5mU)이 파파야를 원료로 한 천연소화 보조제(88.6mU)보다 우수했고 상업용 소화제의 72~98% 수준이었다. 항산화 능력과 아질산염소거 능력도 높아 소화 촉진을 위한 건강 보조제로 사용 가능할 전망이다.


천연연육제와 천연소화제는 지난 4월 특허 출원됐으며, 특허가 등록된 이후인 내년 상반기에 산업체에 기술이전을 통해 제품화될 예정이다.


배의 천연소재를 이용한 이번 연구성과는 환경 문제를 개선하고 가공 소재로 한계를 보였던 배 가공산업에 활력을 불어 넣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배 비상품과나 가공 부산물이 고부가 식품 소재로 확대 보급된다면 농가소득 증대와 배 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농진청은 내다보고 있다.


농진청 조명래 원예작물부장은 “앞으로 배의 이용 방안과 소재화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국내 농산물을 원료로 한 천연가공품을 개발해 농가소득 증대와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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