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를 비롯한 여러 주력 계열사의 임직원 수가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그룹이 계열사 합종연횡·매각 등 대규모 사업재편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임직원 수가 1년새 5000여명이 넘게 줄어든 것.
삼성그룹의 이 같은 인력감축이 수면위로 떠오른 건 이례적이다. 이는 삼성그룹 자체적인 희망퇴직 또는 구조조정 등이 삼성 특유의 관례로 여겨지는데, 공지를 띄우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재계에 따르면 통상 삼성그룹을 제외한 다른 대기업이나 금융회사들은 사내게시판 등을 통해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의 대상, 조건 등을 알린다. 그러나 삼성 계열사들은 임직원 모두에게 공개된 사내망에 이와 같은 공지를 올리는 경우가 드문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초 삼성생명의 대규모 희망퇴직·전직을 공지한 적은 있긴 하지만 삼성 계열사로는 이례적이었다.
그렇다보니 삼성그룹의 계열사를 통틀어 정확한 퇴직 대상의 인원이 얼마만큼 되는지, 사업의 구조조정과 같은 사업구조 재편 등은 재계에 떠도는 소문으로만 접해야만 했다.
지난해 삼성생명의 대규모 희망퇴직 신청 공지 외에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공개적으로 구조조정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업보고서나 분기보고서를 통해 얼마나 조직을 늘리거나 줄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탄생한 통합 삼성물산 등 삼성 주요 계열사 13곳에서 적게는 수백명에서 많게는 1000명 이상이 최근 1년 간 회사를 떠났다.
주력 계열사로 분류되는 곳에서만 전체 임직원의 2.5%가 넘는 5700명이 삼성그룹을 떠났다. 가장 많은 인원이 나간 곳은 스마트폰 사업 부진의 직격탄을 맞은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다.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임직원수는 지난해 3분기 기준 9만9556명에서 올해 3분기 9만8557명으로 1000명 가량 줄었다. 삼성전자로부터 2012년 분사된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같은 기간 2만6938명에서 2만5599명으로 1400명 가량 감소했다.
2013년 3분기 삼성전자 IM부문은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었으나 2014년 1분기 8조4900억원, 2분기 7조1900억원에 이어 3분기 4조600억원으로 급감, 전체 실적 부진의 원인이 됐다.
이후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조직 및 인력을 재정비하면서 내실 강화에 주력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인력이 회사를 떠났다.
삼성전자의 부진은 삼성전기와 삼성SDI 등 다른 전자계열사의 실적부진으로 이어졌다. 삼성전기가 1년새 814명, 삼성SDI가 687명의 인력을 줄였다.
삼성전기는 일부 사업의 분사로 DM(디지털모듈) 사업부문에서 제조인력과 연구·개발(R&D) 인력이 감소했다.
삼성SDI는 지난 7월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사업에서 발을 빼면서 20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9월 1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해 출범한 통합 삼성물산 역시 1년 새 600명 가량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상당부분이 옛 삼성물산 건설부문 인력인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3분기 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낸 삼성엔지니어링에서도 1년 간 700명이 넘는 직원이 옷을 벗었고 삼성SDS 214명, 삼성카드 141명, 삼성증권 56명, 삼성생명 51명, 제일기획 28명 등 주력 계열사 대부분이 1년 전에 비해 직원수가 감소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화재만 지난해 3분기에 비해 올해 3분기 기준 인력이 167명과 129명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 같은 구조조정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관심이 쏠리기도 한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내달 초 사장단 인사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인사와 조직개편을 실시한다. 따라서 추가적인 인력 감소가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이 과정에서 앞서 언급한 삼성전자의 조직슬림화로 인한 임원진의 대규모 감축설도 돌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삼성물산의 통합으로 건설과 지원부서의 중복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에 칼이 닿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과 중공업도 역시 대규모 인력감축이 예상된다.
재계 일각에선 이재용 부회장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잇단 빅딜과 사업재편이 진행됨으로써 인력의 변화는 ‘불 보듯 뻔하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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