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메칠소치라졸리논(CMIT/MIT)이 미국에서 농약 성분으로 분류되고 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따라 해당 성분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SK케미칼과 판매처 애경산업·이마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 된다.
농약 성분 ‘가습기 살균제’
12일 지난 1998년 작성된 미국 환경청의 농약 재등록 적격 결정 보고서에 따르면 CMIT/MIT 성분에 대한 경고가 명확히 명시돼있다. 특히 2등급 흡입 독성 물질이며, 휘발성과 부식성으로 인해 밀폐된 공간에서 더욱 빠른 속도로 ‘폐 유입’이 우려된다는 결정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또 미국 유명 기업에서 농약을 제조할 때 사용되고 있었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철저히 규제를 받으며 독성 물질로 분류되고 있는 CMIT/MIT는 한국에서 가습기 살균제로 제조·판매됐고, 수많은 임산부와 영유아의 목숨을 앗아갔다.
CMIT/MIT는 지난 2002년부터 애경산업이 SK케미칼에서 공급받아 9년간 판매한 ‘가습기 메이트’의 주요 성분이며, 이마트가 PB상품(자체브랜드)으로 2006년부터 5년간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 역시 해당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해당 성분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판매한 ‘애경’과 ‘이마트’는 판매량에서 각 2위, 3위를 차지했으며, 애경 제품은 두 번째로 많은 사망자를 양산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들은 지난 2012년 3월 질병관리본부의 CMIT/MIT 동물실험에서 폐섬유화가 발병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찰 수사 선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이에 시민단체는 “CMIT/MIT가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숨진 피해자는 40명 선이며, 남은 가족들은 평생을 가슴속에 묻고 살아가고 있다”며 “애경과 이마트 제품에 대해서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CMIT/MIT의 유해성 여부 재조사 요구는 정치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은 “서울대·호서대 교수의 유해성 실험 보고서 조작 의혹, 정부의 안전관리 문제 등과 더불어 질병관리본부의 CMIT/MIT 동물흡입실험 결과 발표에 대해 집중 추궁하겠다”며 밝혔다.
반면 CMIT/MIT의 폐 손상을 역학적으로 밝히는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판매를 담당한 유통업체와 제조업체는 현재까지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조·판매 기업 ‘모르쇠’ 일관
애경산업 측은 “지난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전량 리콜을 추진했고, 계약서에 따르면 제조사인 SK케미칼이 배상을 해야 했지만,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사는 공급받아 판매를 한 것뿐, 제조를 한 SK케미칼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지난 2001년 ‘가습기메이트 제조·공급 및 판매’를 위해 체결한 계약서에 따르면 “제공한 상품 원액의 결함으로 인해 제 3자의 생명, 신체, 재산에 손해를 주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제조사(SK케미칼)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며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한다”는 내용이 명시돼있다.
하지만 SK케미칼 측은 CMIT/MIT 성분이 정부가 인정한 유해물질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며 배상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책임을 진다는 계약서를 작성하고도 임산부와 영유아의 사망을 모른 척 했다는 얘기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해 SK케미칼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다. SK케미칼 측은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어떤 것에도 응답하지 말라는 것이 회사의 공식 입장”이라는 답변만 하고 있다.
모든 상황을 종합해보면 원료를 공급하고 제조한 업체(SK케미칼)는 검찰의 수사와 국민적 비난이 판매한 기업에 몰려있기 때문에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자사 기업의 브랜드 로고를 달고 제품을 판매해 왔던 유통업체(애경, 이마트)는 “SK케미칼이 공급한 제품을 단순 유통만 했다. 억울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접수한 전체 가습기 피해자 1528명 중 CMIT/MIT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는 167명이며, 이 중 37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재 검찰수사가 가장 많은 사망자를 양산한 옥시 가습기 살균제 제품 원료인 ‘PHMG’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CMIT/MIT’ 성분으로 인한 피해 수사 확대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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