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즉시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발령하는 등 AI·구제역 방역 개선대책을 관계 부처 합동으로 마련했다.
정부는 1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로 ‘AI·구제역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를 확정했다.
이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겨울철 농장에서 AI가 발생할 경우 즉각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해 민·관·군 총력 대응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
기존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이렇게 4단계로 구성돼 있었는데,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가 발생하면 범정부적 대응이 지연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지난해 말 H5N6형 AI 발생 초기에 방역당국이 농장에서 최초로 발생한지 한 달 만에 위기 경보를 ‘심각’으로 격상해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느 이미 바이러스가 전지역으로 확산된 상태였다.
바이러스 발생 시 군 병력을 동원하는 것도 제도화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사전 브리핑에서 “발생 초기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살처분 작업 시 인력이 부족한 지자체에 군 병력을 지원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일본도 살처분 작업에 자위대를 투입하는 것을 제도화했다.
이번 AI 사태가 발생했을 때 집중 발생 지역인 김제·천안의 경우 뒤늦게 군 병력이 일부 동원됐다.
앞으로는 주무부처인 농식품부가 바이러스 상황을 평가해 이를 토대로 군 지원 필요성과 규모를 판단하면 이후 각 시도에서 관내 특전여단급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국방부는 6개 지역별 특전사 예하 여단 재난구조부대(여단별 70여명)를 우선 투입하고 부족할 경우 특전여단에서 병력을 추가 지원하게 된다.
다만 AI의 경우 도살, 운반, 매몰 등 살처분 작업 전반에 투입되지만, 구제역의 경우 운반 및 매몰 작업에만 투입되게끔 했다.
AI 바이러스에 노출될 확률이 높은 농장 종사자나 살처분 인력 등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인플루엔자 백신 사전 접종을 제도화하고, 살처분 현장 인력의 휴식 및 식사를 위한 ‘안전구역’ 확보가 의무화된다.
또한 정부는 살처분 예비 인력을 대상으로 살처분 요령 및 인체 감염 예방과 관련한 교육을 의무화하고, 살처분에 따른 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체 처리 방식을 매몰에서 소각해 고속 발효기 등으로 다각화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AI 위험지역은 강제 휴업 조치키로
AI 위험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에서는 겨울철 닭·오리 농가에 대한 강제 휴업 조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개선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사전에 위험 요소를 차단하기 위해 특별한 경우나 위험한 시기에 지자체장이 직권으로 특정 농장이나 지역에 대해 강제적으로 휴업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철새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된 이후 인근 농장에서 발생하는 패턴이 되풀이되고, 중국과 베트남 등 인근 국가에서 지속적으로 AI가 발생해 완벽 차단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는 데 따른 것이다.
적용 대상은 토종닭과 육용 오리다.
산란계는 알을 낳는 시기가 정해져 있고 소와 돼지도 사육기간이 길어 휴업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사육 제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사육제한에 동참하는 농가나 계열 업체에 대해서는 재난 관련 기금(1조6천억원)을 활용해 경영안정자금, 축산정책자금 우선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법 개정 작업은 오는 10월쯤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은 사전 브리핑에서 “전국 휴지기 도입 문제는 사육·축종별 특성이 있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라며 “이번에 도입된 지자체장의 사육제한 명령을 통해서도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철새도래지 반경 3km 이내에 신규 가금 사육업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농업진흥구역과 기존 사육농장으로부터 500미터 이내에도 가금 농장을 신설하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농장 간 물리적 거리를 확보해 AI 발생시 주변 농장으로 기계적 전파가 이뤄지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차원이다.
최초 신고농장에는 보상금 100% 지급
이번 대책에는 신속한 AI 신고를 독려하고자 최초 신고농장에 보상금을 전액 지금하는 방안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또 가축질병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농장에는 ‘삼진아웃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대책에 따르면 시군별 최초 신고농장에는 평가액의 100%를 지급하고, 친환경 축산 인증농장은 90%까지 보상해주기로 했다. 기존에는 양성 판정이 났을 경우 신고 농가에 평가액의 80%만 지급했다.
반면 소독설비 미설치, 축산업 미허가·미등록, 일시이동중지 명령 위반 등 중대한 방역 의무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보상금을 최대 60%까지 감액할 방침이다.
방역 시설이 미흡하거나 소독이 소홀해 5년 이내 3회 이상 AI가 발생한 농가에 대해서는 축산업을 못하도록 제재하기로 했다.
정부는 대부분 계열화된 오리와 육계농가 등에서 방역 소홀 문제가 불거진 데 따라 일정한 방역 요건을 갖춰야만 사업 등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계열화 사업자 등록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밖에 정부는 AI 발생 위험 가금농장에 전담 공수의를 지정하기로 했다.
전담 공수의는 주기적으로 가금농장을 방문해 가축의 건강상태 등 임상 예찰을 하고 컨설팅을 한다.
또 AI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체로 의심되는 계란 수집 차량의 경우 AI 발생 위험기간(10월~2월)에 농장에 절대 출입할 수 없게 된다.
그동안 계란 수집 차량이 여러 농장을 드나들면서 바퀴 등에 오염원을 묻혀 바이러스를 확산시킨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다.
이밖에 정부는 철새 번식지 국가(중국, 러시아 등)와 국제 공동연구를 늘리고, 야생조류 예찰 업무는 환경부로 일원화 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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