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버려지는 하수찌꺼기 소각재에서 비료나 사료의 주원료가 되는 ‘인(P)’을 추출하는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3년여에 걸친 연구 끝에 하수찌꺼기를 태운 재에서 초음파를 이용해 짧은 시간에 고농도의 인(P)을 회수하는 신기술에 대한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하수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하수찌꺼기는 해양오염 방지조약인 ‘런던협약’(폐기물이나 다른 물질의 투기를 규제)에 따라 2012년부터 해양 투기가 금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하수찌꺼기를 폐기물 처리업체에 비용을 지불하고 처리하고 있다. 이때 처리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수찌거기를 건조 또는 소각해 부피를 줄이고 있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하수찌꺼기 소각재에 산·알칼리 성분을 넣어 침전물을 제외한 상등액(침전물 상부에 존재하는 액체)을 분리하고, 이 상등액에 다시 침전제와 pH조정제를 넣어 인이 포함된 침전물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초음파를 이용해 인(P) 추출시간을 단축하는 ‘초음파 용출조’라는 새로운 시스템도 개발해냈다.
기존의 ‘초음파 세척기(Ultrasonic Cleaner)’와 수질 분석에 활용되는 ‘자 테스터(Jar tester)’를 융합한 것으로 초음파로 인해 발생하는 열이 고온·고압상태를 만들어 소각재 표면에서 인(P)을 분리하는 속도를 초음파를 이용하지 않았을 때와 비교했을 때 4분의 1로 단축했다.
기술개발에 참여한 최예덕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연구사는 “하수찌꺼기 처리 방안을 고민하다 인 성분을 회수해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며 “자 테스터만으로는 용출 속도가 느리고 회수 양도 적어 초음파가 이물질을 제거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점에 착안해 활용했고, 실제로 결과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시는 이번에 개발된 신기술에 대한 특허 등록을 지난 9월 28일 마쳤다. 현재 이 기술이 상용화 가능한지, 수입 대비 수익성이 있는지 등에 대해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과 서남물재생센터가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국내는 인(P)이 생산되지 않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렇게 수입된 인(P)은 비료·가축사료 등의 주 원료로 사용된다.
세계적으로도 중국이나 모로코 같은 한정된 국가에서만 생산되고 매장량도 많지 않아 국가적 차원으로도 인(P)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희소자원인 인광석의 수입 대체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이 기술이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하수찌꺼기 소각재에 포함된 인(P)을 약 80% 이상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서남물재생센터에서만 매일 약 10톤의 하수찌꺼기 소각재가 배출되고, 소각재 중 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10%(1톤)가량 돼 약 800kg 이상의 인(P) 추출이 가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권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장은 “돈을 내고 버려야했던 하수폐기물을 자원의 보고로 관점을 전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인(P)을 회수해 자원으로 활용하는 혁신적인 기술”이라며 “이번 연구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유관기관과 협업해 상용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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