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살인자’ 미세먼지. 우리 일상속에서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는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미세먼지 ‘나쁨’ 일수 증가로 건강 피해가 늘면서 거의 재난 수준까지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지난 2013년 이후 미세먼지 농도가 악화되고 있는 추세에 따라 어린이·노약자 등 민감계층에 대한 미세먼지 환경기준을 강화하고, 미세먼지 배출원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도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규정하고 공공 시민 건강 보호를 위해 보다 강력한 서울형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 일부 자치구가 이러한 정부의 정책에 역행하는 행정으로 시민들을 건강 위협에 내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세먼지 관리에 자치구의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잘 보여주는 현장이 있다.

국내 대형 건설사가 진행하고 있는 두 곳의 신축 아파트 현장은 미세먼지 등 환경관리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한 아파트 신축현장. 이곳은 지하 5층~지상 22층, 총 1061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은 서울 도심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장으로 공사장 인근에는 학교와 주택 등이 밀집돼 있어 그 어느 곳보다 철저한 환경과 안전관리가 요구되는 곳이다.
하지만 현장을 들여다 보면 국내 대기업 건설사가 시공하는 현장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비산먼지 등 환경관리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이곳 현장은 그 어느 곳에도 공사중 발생하는 비산먼지를 방지하는 방진막은 찾아볼 수 없다.
신축중인 건물은 앞뒤도 뻥 뚫려 있어 공사중 발생하는 비산먼지가 그대로 인근 학교와 주택가로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공사장 주변에는 각종 건설 부자재와 폐자재 등도 정돈되지 않고 어지럽게 널러 있어 현장의 환경관리도 엉망이다.

또 현장 작업자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망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추락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2·3중으로 안전망을 설치해야 하지만 현장에는 설치 흉내만 낸 듯한 한겹의 안전망을 설치돼 있어 추락의 충격을 견딜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사정이 이런 데도 아직 관할 서대문구의 현장 점검은 없었다.

반면, 동작구 상도동의 한 아파트 신축 현장. 이곳은 지하 4층~지상 29층 총 893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조성중이다. 이곳 역시 국내 대형 건설사가 시공중이다.

현장은 앞서 언급했던 서대문구의 현장과는 180도 다르다. 공사장내 비산먼지를 비롯해 각종 환경관리 대책과 안전대책을 잘 마련해 시공중이다.
비산먼지 저감을 위해 각 층마다 각각 별도의 방진막을 설치해 공사를 진행중이며, 신축 현장의 최상부에는 건물을 완전 밀폐한 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장에도 공사중 발생하는 각종 폐기물 및 자재 등이 잘 정돈돼 규정대로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축 공사 현장의 환경관리는 일단 비용적인 측면에서 관할 관청의 지속적인 단속이 없으면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따라서 현장의 환경관리는 건설사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지자체의 지속적인 단속 의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대문구 관내 신축 현장의 현장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지는 데는 구청이 현장 관리를 업체에만 맡기는 등 단속 업무를 수수방관하는 데 따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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