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동일인 한도 5.7조 초과' 신협의 위기… 부동산 호황에 취해 리스크 외면한 자업자득
"믿고 맡겼는데"… 위험 수준 넘어선 신협, 5곳 중 1곳은 '경고등'
[데일리환경=이정윤 기자]전국 859개 신용협동조합(신협)의 자산건전성에 비상이 걸렸다. 특정 차주에게 법정 한도를 넘겨 빌려준 동일인 여신한도 초과액이 5조 7,000억 원에 육박하고, 기업대출 연체율은 두 자릿수를 뚫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송옥주 의원이 공개한 2026년 6월 기준 상호금융권 경영지표는 신협의 리스크 관리 체계가 사실상 작동을 멈췄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터질 게 터졌다… 5.7조 한도 초과의 민낯신협의 동일인 여신한도 초과 실적은 3,998건, 5조 6,710억 원이다. 전체 총여신(110조 원)의 5.2%에 달한다. 2023년(1조 5,522억 원) 대비 불과 3년 만에 금액 기준으로 3.7배 폭증했다. 같은 기간 수협(4,763억 원), 농협(1,017억 원)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치다.동일인 대출 한도는 금융기관이 특정 개인이나 법인의 부실에 연쇄 침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방화벽'이다. 신협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지역 단위조합의 폐쇄적인 지배구조와 조합장의 막강한 권한 아래, 담보 가치만 믿고 특정 개발업자나 법인에 한도를 넘겨 몰아주는 여신 관행이 오랜 기간 누적된 결과"라며 "단속해야 할 중앙회의 내부통제와 사전 모니터링 시스템이 현장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고 털어놨다.자산건전성 지표는 이미 한계점에 다다랐다. 신협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10.24%로 상호금융 5개 기관 중 최악을 기록했다. 특히 신협 여신의 부동산담보 대출 비중은 89%에 달해 부동산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여러 조합이 엮인 공동대출 연체율 역시 14.64%로 치솟았고,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은 7조 1,000억 원(고정이하여신비율 5.2%)에 이른다.바닥난 충당금 여력, 침묵하는 부실 지표더 큰 문제는 닥쳐올 충격을 흡수할 완충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신협의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00.5%로 상호금융권 꼴찌이자 법정 최소 기준(100%)에 겨우 턱걸이했다. 충당금과 자기자본 대비 부실 위험 여신이 25%를 넘는 '손실위험도가중여신비율 25% 초과 조합'은 2023년 28곳에서 138곳으로 5배 급증했다. 조합 6곳 중 1곳은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다.금융당국 관계자는 "충당금적립률 100.5%는 추가 부실이 한 건만 더 터져도 조합 건전성이 자본잠식 수준으로 직결된다는 의미"라며 "부동산 PF와 공동대출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손실 완충력이 사실상 바닥난 상태"라고 경고했다.위기 상황 속에서 신협중앙회의 통계 관리와 보고 태도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국감 자료에 동일차주 대환대출 현황을 '알 수 없음'으로 제출하거나 연체이자 금액에 부서명만 적어 내는 등 비협조적 태도를 보였다. 특히 타 상호금융기관의 6개월 이상 연체 비중이 70~80%대에 달하는 반면, 신협은 50% 초과 조합을 단 1곳으로 보고해 부실 축소를 위한 '자의적 지표 산정' 의혹까지 자초했다.양극화와 예금 이탈… 옥석 가리기 피할 수 없다겉으로 드러난 신협의 평균 순자본비율은 9.6%이지만, 이는 착시에 가깝다. 적기시정조치 권고선인 4% 미만 취약 조합이 178곳(20.7%)에 달하고, 이미 128곳(14.9%)이 적기시정조치 대상이다. 경영실태평가 최하위권(4~5등급) 조합도 81곳으로 불어났다.신협은 올해 상반기에만 1,889억 원의 순손실을 냈고 누적 결손금은 7,567억 원에 달한다. 부실 신호가 감지되자 자금 이탈도 시작됐다. 반년 새 예금이 8% 이상 빠져나간 조합이 32곳에서 211곳(24.6%)으로 폭증했다.금융권의 한 여신전문가는 "부동산 호황기 시절 고수익을 좇아 무분별하게 취급했던 PF·브릿지론 성격의 기업대출과 특정 차주 몰아주기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며 "더 이상 개별 조합의 자율 경영이라는 명분 뒤에 숨을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취약 조합에 대한 부실 은폐를 방치하면 건전한 조합까지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공포에 휩싸일 수 있다. 금융당국과 신협중앙회는 동일인 한도 초과 및 우회 대출 전수조사를 즉각 시행하고, 회생 불가능한 한계 조합에 대한 과감한 인수합병(M&A)과 충당금 강제 적립 등 전면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해야 한다.
이정윤2026-10-21 10:5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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