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1000여개 핵종 중 단 7개만 평가?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3-05-10 19:41:14 댓글 0
이재정 의원, “검증절차 간소화 납득할 수 없어”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한 안전성 검사 시, 오염수에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는 핵종 1,000여개 핵종 중 단 7개 핵종만을 선정해 측정·검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재정 의원( 안양동안을)이 ㈜도쿄전력홀딩스에서 지난 12월에 발표한 핵종 재선정 보충설명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오염수 안전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빠른 시간에 진행하기 위해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제거한다고 발표한 62개 핵종 중‘주요 7핵종’이라는 이름으로 단 7개 핵종만을 선정했음이 드러났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포함되어있을 가능성이 있는 핵종 1,000여종 중 64종(ALPS로 여과하는 62개 핵종 및 삼중수소와 탄소14)을 측정·평가대상 핵종으로 선정했으며, 지난 2022년 12월에는 이를 31종으로 줄였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지난 2월,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측정·평가대상 핵종을 절반 이상 제외하려 한다”라는 이재정 의원의 지적에 대해 “측정·평가대상 핵종 축소는 IAEA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도쿄전력은 핵종재선정 승인 전부터 이미 측정·평가대상 핵종 중에서 7개 핵종을 선정해 검사했다고 밝혀온 것이다.

 

도쿄전력은 위 보충설명자료에서 “62핵종 모든 분석에는 장시간이 소요되므로, 폐로작업을 지연시키지 않고 ALPS의 성능확인이나 탱크군에 포함된 핵종 농도를 파악하기 위해서 대표적인 핵종(주요 7핵종)을 선정하고, 그 측정치를 가지고 평가할 필요가 있었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즉, 도쿄전력은 이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1,000개 핵종 중 970개를 평가대상에서 배제했음에도, 이마저도 측정·평가 시간이 오래걸린다는 이유로 7종으로 줄여서 측정하고 있다는 것이 이재정 의원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배제되는 핵종 중에는 반감기와 내부피폭문제 등의 문제가 심각한 것들도 포함되어있다.

 

테크네튬-99(반감기 21만년), 플루토늄-239(반감기 24,100년), 아메리슘-241(반감기 432.7년) 등 반감기가 수백 년에서 수만 년에 달하며,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작성한 ‘방사능 핵종정보’에서는 니켈-63, 프로메튬-147, 플루토늄-239 등에 대해 흡입 또는 섭취에 따른 내부피폭의 위험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편, 이재정 의원은 IAEA가 수행하는 모니터링도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2022년 12월 발간된 IAEA 3차 미션보고서에 따르면, IAEA가 ILC(시험기관간 비교)에 참여하는 시험기관들에게 제시한 측정·평가대상 핵종은 32종에 불과했다. 이는 2022년 11월 도쿄전력이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에 제출한 핵종 재선정 안과 동일한 핵종들이다.

 

당시 도쿄전력이 NRA에 ‘측정·평가대상을 64종에서 32종으로 줄여달라’라고 신청한 안이 승인되기도 전부터 이미 IAEA는 ‘축소된 측정·평가대상 핵종’을 기준으로 삼고 있었던 것이다. IAEA가 일본의 오염수 처리를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지침을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 이재정 의원의 설명이다.

 

9일 국회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장호진 외교부 제1차관은 “도쿄전력이 7개 핵종만 선정해 오염수 안전성을 측정하는 것 아닌가?”라는 이재정 의원의 질의에 대해 “31개 핵종 모두에 대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재정 의원이 그동안 도쿄전력에서 공개한 보고서들을 검토한 결과, 도쿄전력은 상당수 자료에서 주요 7핵종에 대한 데이터만을 공개·수록하고 있었다. 과학적 검증이라 하려면 ALPS를 통해 제거하겠다고 한 62개 핵종 모두에 대한 데이터를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 이재정 의원의 설명이다. 핵종별 농도 측정값이 높게 나오건 낮게 나오던 간에 그 결과를 모두 투명하게 공개해야하는 것이다.

 

이재정 의원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인접국의 국민들과 일본 내 어민들은 도쿄전력이 오염수 내에 포함될 수 있는 모든 핵종에 대해 모니터링을 실시해도 안심하지 못할 판이다”라며 “측정·검사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오염수의 안전성 검증절차를 극단적으로 간소화하는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고원전 폐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와 미래의 우리 국민들의 안전이다”라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지금이라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출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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