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고령화 해법을 동시에 안은 은평구의 실험

안영준 기자 발행일 2026-05-19 07:15:06 댓글 0

[데일리환경=안영준 기자] 서울 은평구가 시작한 '은평 그린백' 프로젝트는 단순한 재활용 사업이 아니다. 버려지는 폐신문지를 친환경 종이봉투로 되살리 그 과정 전체를 어르신 일자리와 연결했다는 점에서 기후위기 시대와 초고령사회가 동시에 던진 과제에 대한 작지만 의미 있는 답안을 보여줬다.

은평구는 최근 구청과 유관기관에서 발생하는 폐신문지를 수거해 전통시장용 종이봉투로 제작, 보급하는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노인일자리 사업단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폐신문 수거부터 가공, 봉투 제작, 시장 배송까지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

언뜻 보면 '신문지 재활용'이라는 익숙한 말처럼 보이지만 이 사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한 두 개의 거대한 문제, 기후위기와 고령화 문제를 하나의 지역 순환 구조 안에서 함께 풀어내려 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한 가지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감축하는 것이다. 특히 전통시장의 경우 여전히 비닐봉투 사용량이 많은 공간으로 꼽힌다. 은평구는 폐신문지를 종이봉투로 재탄생시켜 쓰임을 새롭게 하고, 동시에 비닐 사용도 줄이고 친환경 소비 문화를 시장 안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단순히 캠페인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대체재를 공금한다는 점에서 실효성을 갖춘 셈이다.

지금까지 많은 공공형 노인일자리가 단순 반복 업무나 제한적인 사회서비스에 머물렀다면 은평 그린백 프로젝트는 자원순환 경제의 한 축으로 어르신들을 참여시켰다. 단순한 소득 보전이 아니라 지역사회 문제 해결의 주체로 역할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제작된 봉투를 전통시장에 직접 배송하는 과정까지 어르신들이 담당한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재활용이 단발성 체험이나 전시성 행정에 그치지 않고 실제 지역 유통 구조와 연결된 생활형 순환 모델로 작동할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보건소 '건강도시 활동매니저'가 초기 제작 기술 교육에 참여한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행정 부서 간 협업을 통해 복지와 환경 또 지역경제 정책이 하나의 사업 안에서 결합했기 때문이다. 흔히 지방정부 사업의 경우 부서별 칸막이에 갇히기 쉽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환경 정책 따로, 노인복지 따로'가 아니라 문제를 통합적으로 바라보려 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물론 폐신문지 종이봉투만으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노인 빈곤 문제 역시 단일 사업으로 해소되기 어렵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방향성에 있다. 친환경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돌봄과 노동, 환경 가치까지 함께 연결하는 방식은 앞으로 도시 정책이 나아가야 할 또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무엇을 얼만큼 재활용하느냐만큼이나 누구와 함께 순환하는지도 중요하다. 은평구의 작은 종이봉투에는 폐자원의 재탄생뿐 아니라 고령사회 속 새로운 역할을 찾아가는 지역 공동체의 기능성도 함께 담겨 있다.

사진=은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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