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강호동, ‘조합원 직선제’ 승부수… 인적 리스크 덮는 개혁 프레임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05-30 07:17:26 댓글 0

사법 리스크와 내부 잡음으로 리더십 위기에 봉착했던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결국 ‘조합원 직선제’라는 메가톤급 카드를 꺼내 들었다. 표면적으로는 이재명 대통령이 강도 높게 주문한 ‘진짜 농협’으로의 체질 개선 요구에 적극 화답한 모양새다.

 그러나 재계와 금융권, 그리고 농업계 안팎에서는 이를 단순한 조직 쇄신으로 바라보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사면초가에 몰린 강 회장이 정치적 생존과 체제 연장을 위해 던진 정면 돌파용 승부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5월 21일 오후 전격적으로 이사회를 열고, 중앙회장 직선제 수용과 내부통제 강화 방안 등을 골자로 한 고강도 자체 개혁안을 공식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강호동 회장은 “대통령의 엄중한 말씀과 시대적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직선제 수용 의사를 전격 공식화했다.

 하지만 시장과 유통업계가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냉랭하다. 강 회장이 내놓은 이번 개혁안의 진정성을 두고 대대적인 의구심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비리와 수사 리스크로 흔들리던 리더십, 정권 압박에 일주일 만에 선회

 
강 회장은 취임 이후 줄곧 각종 비리 의혹과 끊이지 않는 수사 리스크에 시달리며 사법당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농협 안팎에서는 강 회장의 리더십에 심각한 균열이 생겼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으며, 일각에서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할 가능성까지 공공연하게 거론되던 터였다.

 
조직 내부에서도 수장의 거취 불안으로 인한 경영 공백과 동력 상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극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리더십이 뿌리째 흔들리던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진짜 농협’을 언급하며 고강도 농협 개혁을 강하게 압박하자, 강 회장의 행보는 급반전을 맞이했다.

당초 제도 개편에 미온적이었던 강 회장은 대통령의 경고성 발언이 나온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직선제 전격 수용으로 리더십 노선을 전격 선회했다.

 이에 대해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강 회장 입장에서는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나 다름없다”며, “정권이 강하게 밀어붙이는 개혁 드라이브에 발 빠르게 올라타면서, 자신을 향해 좁혀오던 개인적 사법 리스크를 조직 개혁이라는 거대한 프레임으로 희석하고 세간의 시선을 돌리려는 고도의 전략적 의도가 명백히 읽힌다”고 분석했다.

 거취 논란 잠재우는 방어막… 외부 감사위 신설은 거부하는 ‘절충 전략’

 농협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이번 직선제 카드는 단순한 선거 제도 개편이 아니라 ‘강호동 체제 사수용 방어 카드’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조합원 전체가 참여하는 직선제’라는 상징성이 워낙 크고 대중적 휘발성이 강한 만큼, 강 회장이 ‘개혁의 기수’ 이미지를 선점하게 되면 당분간 정치권이나 여론에서 제기되던 회장 거취 논란을 단숨에 잠재우는 방어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판의 화살을 제도 개선이라는 명분으로 막아내겠다는 계산이다.

 
이러한 정략적 판단은 개혁안의 세부 내용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강 회장은 대외적으로 직선제라는 거대 명분은 수용하면서도, 정부와 여당이 실질적인 내부 비리 근절을 위해 핵심적으로 추진 중인 ‘외부 감사위원회 신설’ 요구에는 사실상 명확한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강 회장 측은 중복 규제와 농협의 경영 자율성 침해라는 해묵은 논리를 방어 기제로 들고나왔다.

 결국 이는 정권의 요구를 들어주는 척하면서도 자신의 손발을 묶을 수 있는 실질적인 외부 감시망은 끝까지 거부하겠다는 뜻으로, 개혁 수용이라는 명분과 조직 권력 사수라는 실리를 동시에 노린 전형적인 절충형 꼼수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내부의 차가운 시선과 연임 가도 포석… "진정한 쇄신 이뤄질지 의문“

 상상 이상으로 거대해진 개혁 프레임에 농협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미묘하고 복잡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조합원 직선제 도입 자체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자 숙원 과제였다는 점에서 공감대가 형성되고는 있지만, 대다수 직원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결국 이번 조치가 농협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강 회장 개인의 권력 위기 돌파를 위한 정략적 도구로 소모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반응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금융권의 한 유력 관계자는 5월 2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직선제 전격 수용은 리스크에 직면한 강 회장에게 단숨에 ‘과감한 개혁가’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우는 반전 효과를 선사했다”고 진단하며, “당분간 강 회장은 자신이 농협 개혁을 주도하는 주체라는 강력한 명분을 앞세워 견고한 리더십 방어막을 구축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내다봤다.

이어 “정권과의 코드 맞추기를 통해 사법 리스크를 무력화하는 한편, 이를 발판 삼아 향후 중앙회장 연임 가도에 도전할 수 있는 정치적 포석까지 마련한 셈”이라고 날카롭게 짚었다.

결과적으로 강호동 회장의 직선제 정면 돌파 시도는 단기적으로 리더십 흔들림을 막아내는 방탄막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부 비리 척결과 외부 감사 거부라는 모순된 행보 속에서, 이번 카드가 진정한 농협 개혁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한 정치 고단수의 권력 연장 드라마로 끝날지는 향후 전개될 사법당국의 수사 추이와 여론의 향방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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