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상장되던 날을 기억한다. 하루 등락률의 두 배를 그대로 따라가는 상품이라는 소식에, 위험한 구조라는 걸 그때부터 짐작할 수 있었다. 다만 이 상품이 한 달 반 만에 국내 증시 전체를 흔드는 진앙지로 지목될 거라고는, 그리고 그 책임을 두고 아무도 선뜻 손을 들지 않는 상황이 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규모는 늘고, 이름은 흐려졌다
숫자만 보면 이 상품의 성장은 놀랍다. 상장 당시 약 5조 원이던 이른바 삼전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합산 시가총액은 7월 첫째 주 기준 15조 원 가까이 불어났다. 지난달 레버리지 14종 거래대금은 212조 원에 달했고, 개인 투자자 비중은 92%에 이른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코스피 거래대금 비중은 27.9%에서 63.5%까지 치솟았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두 종목이 차지하는 구조 위에 레버리지가 얹히면서, 하루 등락폭이 10%에 육박하는 장면이 반복됐다. 코스피 변동성 지수는 6월 말 장중 97.99까지 치솟아 2009년 공식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공식 집계 이전인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기록인 장중 103.05에는 못 미쳤다. 그해 26차례였던 사이드카 발동은 올해 벌써 31차례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 폭발적 성장 뒤에 남은 손실이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SNS를 통해 최근 한 달간 관련 상품 14종이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고, 일부는 손실률이 35%를 넘었다고 주장했다. 하루 수익률의 두 배를 추종하는 구조는 변동성이 큰 장에서 원금을 갉아먹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걸, 상품을 산 사람 대부분은 사고 나서야 알았을 것이다.
승인할 땐 긍정적이었다
지금은 다들 이 상품을 문제라고 말한다. 그런데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다. 금융당국은 이 상품이 해외 투자자금을 국내로 끌어들이고 가격발견 기능을 개선할 거라 기대했다. 한국은행조차 지난달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긍정적 효과를 함께 언급하며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거라 평가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같은 기관들의 목소리는 정반대로 바뀌었다. 한국은행은 국회 답변에서 시장 쏠림 심화 가능성을 경고했고, 금융감독원장은 "그때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고 뒤늦게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상장폐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금융당국 수장 책임론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애초에 이 상품을 승인한 제도, 그 결정의 근거가 됐던 낙관적 전망은 누가 다시 책임지는지 분명하지 않다. 경고는 늘 사후에 나오고, 승인은 늘 익명의 절차 뒤에 남는다.
퇴출도 쉽지 않다
더 아이러니한 지점은 이제 와서 이 상품을 없애기도 어렵다는 사실이다.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유는 역설적이다. 통상 ETF 상장폐지는 거래가 부진하거나 순자산이 쪼그라들 때 이뤄지는데, 이 상품은 정반대로 거래가 너무 활발하다. 규정에 '공익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 상장폐지가 가능하다는 조항이 있긴 하지만 실제 적용된 사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문제를 일으킨 상품이 오히려 그 문제의 규모 때문에 손대기 어려운 존재가 된 셈이다.
여기에 형평성 문제까지 겹친다. 이 상품만 콕 집어 퇴출하면 다른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과의 규제 기준이 흔들린다. 결국 남은 선택지는 신규 상장 제한이나 거래 문턱을 높이는 정도의 '현행 제도 개선' 뿐이다. 그러나 이미 시장에 풀린 15조 원과 그 위에서 손실을 본 92%의 개인 투자자에게, 제도 개선은 사후약방문에 가깝다.
시스템은 남고, 책임은 사라진다
이 상품을 둘러싼 지난 한 달 반의 흐름을 정리하면 이렇다. 도입할 때는 낙관적 전망이 있었고, 성장할 때는 다들 지켜만 봤고, 문제가 터지자 그제야 모두가 뒤늦게 경고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은 아무도 선뜻 없애지 못한다. 이 상품의 이름은 시장 전체를 흔들 만큼 커졌지만, 정작 그 결정을 누가 내렸고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한 이름은 그 어디에도 선명하게 남아있지 않다.
금융 상품 하나의 존폐를 논하는 건 사실 부차적인 문제다. 진짜 물어야 할 건, 특정 종목에 국내 증시 전체가 이렇게까지 쏠릴 수 있었던 구조, 그리고 그 구조 위에 새로운 상품을 얹기로 한 결정이 어떤 검증을 거쳤는지다. 그 질문에 답하지 않는 한, 다음번에 비슷한 상품이 나올 때도 우리는 똑같은 순서를 반복할 것이다. 낙관, 방치, 뒤늦은 경고, 그리고 아무도 지지 않는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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