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이 아파트만 짓는 사업인가…‘주차난’까지 해결하는 서울형 정비사업 필요박중화 시의원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08-26 16:43:07 댓글 0
공공기여·용적률 인센티브 활용해 사업성·공공성 동시에 확보해야
 

서울의 재개발이 노후 주택을 새 아파트로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 지역의 고질적인 주차난까지 해결하는 도시정비 수단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특히 재개발이 완료된 뒤 별도의 부지를 찾아 공용주차장을 조성하는 방식보다 정비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에서부터 인근 저층주거지의 주차수요를 함께 반영하는 것이 토지 활용과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소속 박중화 의원(사진)은 25일 열린 제339회 임시회 5분 자유발언에서 재개발과 공용주차장 확보를 연계하는 ‘서울형 정비사업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고 서울시에 촉구했다.


박 의원이 주목한 것은 은평구 불광8구역 사례다. 불광8구역은 재개발 과정에서 지역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공용주차장을 함께 확보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서울의 상당수 저층주거지역은 오래전 형성된 좁은 도로와 부족한 주차공간 때문에 골목길 불법·무질서 주차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주차된 차량이 보행공간을 침범하는 것은 물론 화재나 응급상황 발생 시 소방차와 구급차의 진입을 어렵게 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기존 주거지역에서 새로운 공용주차장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별도의 부지를 매입해야 하고 서울의 높은 토지가격까지 고려하면 상당한 재정 부담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주차장을 지을 땅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개발되는 공간을 활용할 방법을 찾지 못한 것”이라며 재개발을 지역 주차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서울시가 지난 6월 ‘공공시설 등 기부채납 용적률 인센티브 운영기준’을 개정한 만큼 공공기여와 용적률 인센티브를 활용해 재개발 사업과 공용주차장 확보를 제도적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박 의원은 서울시에 정비계획 단계부터 주변 저층주거지의 주차수요를 분석하고, 공공기여를 통한 주차장 확보 가능성을 검토하는 한편 주차난이 심각한 지역에서는 재개발과 공용주차장 조성을 연계하는 서울형 기준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부담을 지우자는 것이 아니라 용적률 인센티브와 공공기여를 합리적으로 연계하자는 것”이라며 “사업시행자는 사업성을 확보하고 서울시는 공용주차장을 확보하며 주민은 반복되는 주차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개발은 한 번 지나가면 다시 찾아오기 어려운 도시공간 재편의 기회”라며 “개발이 끝난 뒤 주차장을 확보하기보다 개발하는 순간 공용주차장을 함께 확보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고 경제적”이라고 강조했다.

‘단지 안’만 바뀌는 재개발에서 ‘동네 전체’가 바뀌는 재개발로박 의원의 제안에서 주목할 부분은 재개발의 수혜 범위를 사업구역 밖으로 넓히자는 데 있다.

그동안 재개발 사업에서는 신축 아파트의 세대수와 용적률, 조합원 분담금, 사업성 등이 주요 관심사였다. 그러나 재개발 구역 바로 옆의 저층주거지는 사업이 끝난 뒤에도 좁은 도로와 부족한 주차공간이라는 기존 문제를 그대로 안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규모 정비사업이 진행되는 시점에 주변 지역에 필요한 기반시설까지 함께 검토한다면 도시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생긴다. 특히 토지가격이 높은 서울에서 공공이 별도의 부지를 매입해 주차장을 만드는 방식과 비교하면 기존 정비사업 공간을 활용하는 방안은 검토할 가치가 있다.

다만 공용주차장 확보가 재개발 사업의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주차장 규모가 커질수록 공사비와 관리비가 늘어날 수 있고, 사업성이 낮은 지역에서는 정비사업 자체의 추진 속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시가 제도를 마련한다면 모든 재개발 지역에 일률적으로 공용주차장을 요구하기보다 주변 주차난의 정도와 사업성, 공공기여 규모,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종합적으로 따지는 방식이 필요하다.

또 하나 따져볼 부분은 누가 건설비와 운영비를 부담할 것인가다. 공용주차장 건설 이후 관리 주체와 이용요금, 지역 주민 우선 이용 여부 등 운영방안까지 사전에 설계하지 않으면 새로운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재개발은 수십 년에 한 번 찾아오는 도시구조 재편의 기회다. 새 아파트를 몇 가구 더 공급했는지만으로 사업의 성과를 평가하기보다 주차와 보행, 안전, 공공시설 등 주변 생활환경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함께 평가할 필요가 있다.

불광8구역의 시도가 서울형 모델로 확산될 수 있을지는 결국 ‘공공성 확보’와 ‘사업성 보장’ 사이에서 서울시가 얼마나 정교한 기준을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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