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공공비축용으로 매입하는 쌀은 40만 톤으로, 이 가운데 가루쌀은 3만5천 톤 수준이다. 공공비축제도는 기후변화와 자연재해 등으로 식량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정부가 주요 식량을 일정 수준 비축하는 제도다.
공공비축미 매입가격은 수확기인 10~12월 평균 산지 쌀값을 조곡 가격으로 환산해 연말 결정한다. 특히 정부는 매입 직후 농가에 지급하는 중간정산금을 40㎏ 조곡 한 포대당 6만 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중간정산금은 2017년 이후 3만 원으로 유지되다가 2024년 4만 원으로 오른 데 이어 올해 6만 원까지 확대됐다. 정부는 최근 산지 쌀값과 농업 현장의 의견 등을 고려한 조치로, 수확기 농가의 자금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는 저단백질 친환경벼에 대한 우대 지원도 시범적으로 실시한다. 고품질 쌀 생산을 확대하고 적정 시비를 유도해 농업 분야의 환경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매입한 저단백질 친환경쌀은 경로당과 무료급식단체 등 취약계층에 공급할 예정이다.
공공비축미 매입 품종은 황금누리, 호품, 새누리, 운광, 진광, 새일품, 새일미, 황금노들 등 매입 제한 다수확 품종을 제외하고 각 시·군이 사전에 지정한 2개 품종으로 제한한다. 지정 품종이 아닌 벼를 공공비축미로 출하하면 다음 연산부터 5년간 공공비축미 출하가 제한된다.
정부는 2026년 10월 말 정부관리양곡 가운데 쌀 재고가 71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후 공공비축미 매입과 판매, 대여곡 반납 등을 반영해 2027 양곡연도 말 재고를 84만 톤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정혜련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안정적인 식량 공급을 위해 공공비축과 정부관리양곡 수급 관리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중간정산금 인상으로 벼 재배 농가의 경영 안정에 도움을 주는 한편 저단백질 쌀 우대매입을 통해 고품질 쌀 생산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농업·농정 전문가 “농가 자금 부담 완화 긍정적…재고 관리도 함께 봐야”
농업·농정 전문가들은 공공비축미 중간정산금을 40㎏당 6만 원으로 올린 것은 수확기에 자금 수요가 집중되는 농가의 현금 흐름을 개선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중간정산금 인상 자체가 농가의 최종 소득 증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공공비축미 최종 매입가격은 수확기 산지 쌀값을 기준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중간정산금은 사실상 최종 대금 가운데 일부를 앞당겨 지급하는 성격이 강하다.
특히 정부가 2027 양곡연도 말 쌀 재고를 84만 톤 수준으로 관리할 계획인 만큼 단순히 매입량을 늘리는 것보다 생산량과 소비량, 민간 재고, 산지 쌀값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재고 관리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농업계에서는 쌀 소비 감소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부 비축량이 지속적으로 늘 경우 보관·관리 비용과 재고 처분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는 점도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공비축이 농가 가격 안정이라는 단기적인 역할을 넘어 쌀 적정 생산과 소비 확대 정책까지 연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더 사들이는 정책’ 넘어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번 계획에서 농민들이 가장 체감할 변화는 중간정산금 인상이다. 40㎏당 4만 원에서 6만 원으로 50% 늘어나면서 수확 직후 인건비와 농자재비, 각종 영농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농가에는 당장의 자금 운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공공비축 정책을 농가 지원이라는 측면에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 결국 정부가 매입한 쌀은 국민 세금으로 보관하고 관리해야 한다. 정부가 2026년 양곡연도 말 71만 톤으로 예상되는 쌀 재고를 2027년 말 84만 톤 수준으로 관리한다면, 비축의 필요성과 함께 재고 증가에 따른 보관·관리 비용의 효율성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더욱이 국내 쌀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는 생산과 소비의 구조적 불균형에 있다. 국민 1인당 쌀 소비가 장기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정부 매입만으로 산지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적정 생산을 유도하면서 가루쌀과 가공용 쌀 등 새로운 수요처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저단백질 친환경벼 우대매입 시범사업은 그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단순히 생산량을 기준으로 쌀을 사들이는 방식에서 벗어나 품질과 환경적 가치를 정책에 반영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취약계층 공급까지 연계한다면 공공비축의 사회적 기능도 확대할 수 있다.
결국 공공비축의 성패는 ‘얼마나 많이 사들이느냐’보다 ‘필요한 만큼 생산하고, 적정하게 비축하며, 비축한 쌀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농가 경영 안정과 식량안보라는 두 목표를 지키면서도 정부 재고가 또 다른 재정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교한 수급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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