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란의 관광 칼럼] DMZ에서 만난 변화의 신호 … 중국 게임 인플루언서들과 함께한 다국적 투어

김미란 칼럼니스트 기자 발행일 2026-08-24 14:44:05 댓글 0
김미란 | 관광칼럼니스트·한중 통역사
며칠 전 필자는 중국의 젊은 게임 인플루언서 팀과 함께 DMZ 투어를 진행했다. 참가 인원이 많아 차량 세 대가 동시에 움직였다. 




1호 차에는 영어권 참가자들이, 필자가 탑승한 2호 차에는 일본팀과 중국팀, 그리고 한국인·영어권 스태프들이 함께했다. 국적과 언어가 뒤섞인, 가이드에게는 꽤 미묘하고도 흥미로운 팀 구성이었다.

일본팀은 6명, 한국인 스태프는 4명이었다. 일본어 가이드는 차량 뒤쪽에서 위스퍼링 방식으로 안내했고, 필자는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34명의 중국 인플루언서와 영어권 스태프들을 인솔했다. 같은 공간에서 중국어 해설과 일본어 통역이 동시에 진행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그러나 방문지가 DMZ인 만큼 단순히 언어만 바꾸어 설명한다고 해결되는 일은 아니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은 서로 다른 역사적 기억과 관점을 지니고 있다. 




일본팀과 중국팀이 서로의 말을 직접 알아듣지는 못하더라도, 민감한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세심하게 판단해야 했다. 어느 한쪽에 불편함을 주지 않으면서도 투어의 의미를 살리는 영·중 안내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결국 논쟁의 여지가 큰 부분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덜어내고, 분단과 평화, DMZ의 현재적 의미를 중심으로 설명했다. 전달할 수 있는 내용은 줄었지만, 오히려 참가자들과 더 자유롭게 호흡하며 현장과 일정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다국적 관광에서 가이드에게 필요한 것은 많은 지식을 쏟아내는 능력만이 아니다. 서로 다른 문화와 역사적 감정을 읽고, 무엇을 어떻게 전달할지 순간마다 선택하는 균형 감각도 중요하다.




이번 투어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중국의 젊은 참가자들이었다. 34명이라는 적지 않은 인원이 움직였음에도 집합시간과 출발시간을 정확하게 지켰다. 이를 지켜본 가이드들과 기사님들, 현장 스태프들까지 “정말 의외다”라며 놀라워했다.

물론 단 한 번의 경험만으로 중국 전체를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뉴스와 각종 정보로만 접하던 중국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가 젊은 세대의 행동을 통해 눈앞에 나타난 순간처럼 느껴졌다. 

과거의 고정관념보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이 더 빠르고 정확하게 시대의 변화를 알려줄 때가 있다.

이날 일정은 아침 일찍 출발해 짧고 굵게 진행됐다. DMZ 일정을 마친 뒤 임진각의 장단콩 전문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호텔로 돌아오니 오후 4시 무렵이었다. 참가자들이 잠시 쉬었다가 저녁 일정을 이어가기에도 좋은 효율적인 동선이었다.




관광은 단순히 명소를 둘러보는 일이 아니다. 서로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같은 차량에 올라 같은 장소를 바라보고, 말과 문화의 차이를 넘어 서로를 새롭게 발견하는 과정이다. 

특히 DMZ처럼 과거와 현재, 갈등과 평화가 공존하는 장소에서는 여행 자체가 하나의 살아 있는 국제교류가 된다.

중국어와 일본어가 동시에 들리던 버스 안, 민감한 역사를 조심스럽게 건너며 진행한 하루. 그리고 약속 시간을 정확히 지키며 질서 있게 움직이던 중국의 젊은 인플루언서들.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확실한 변화의 신호를 느꼈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언제나 현장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다.

김미란 | 관광칼럼니스트·한중 통역사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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