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총 6,077억 원을 투입해 강북·광암정수센터의 시설용량을 확대하고 노후 정수시설을 단계적으로 재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아리수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6개 정수센터의 평균 가동률은 시설용량 대비 약 81% 수준이었다. 여름철 등 수돗물 사용량이 집중되는 시기에는 최대 90%까지 가동했다.
시설 노후화도 문제다. 서울시 6개 정수센터 가운데 4곳은 평균 사용연수가 40년을 넘어선 상태다.
서울시는 현재 정수센터별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지만 수요 집중기에 가동률이 90%에 근접하는 상황에서 일부 시설의 노후화까지 겹치면서 선제적인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강북정수센터에는 총사업비 2,761억 원을 투입해 하루 25만톤 규모의 고도정수처리시설을 증설한다. 2024년 12월 착공했으며 2029년 준공되면 시설용량은 하루 95만톤에서 120만톤으로 증가한다.
광암정수센터에는 총사업비 3,316억 원을 투입해 하루 10만톤 규모의 고도정수처리시설을 추가한다. 이와 함께 47년간 운영된 착수정과 침전지 등 기존 정수시설을 재정비하는 현대화 사업을 추진한다. 올해 7월 말 착공해 2030년 준공할 예정이다.
또 하루 40만톤 규모의 전오존 처리시설을 새롭게 도입해 정수처리 능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강북·광암정수센터의 시설용량이 총 35만톤 늘어나면 서울시 6개 정수센터의 평균 가동률은 현재 81%에서 약 74%까지 낮아질 것으로 서울시는 전망했다. 상수도시설 설계기준상 권장 수준인 75% 이내로 낮춰 수요 급증이나 시설 정비 등 비상상황에 대응할 생산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강북·광암정수센터를 시작으로 암사·구의·영등포정수센터 등 장기간 운영한 시설도 순차적으로 현대화할 방침이다. 1986년 준공된 암사정수센터는 올해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을 마무리하고 시설개선 방향과 사업 규모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수질 전문가 “노후시설 교체 넘어 변화하는 오염물질 대응력 확보해야”
수질 분야에서는 이번 사업을 단순한 시설 증설이나 노후시설 교체 차원에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변화로 폭염과 집중호우가 빈번해지면 취수원 수질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고, 조류 발생이나 유기물질 증가 등 정수처리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요인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도정수처리는 일반적인 정수공정으로 충분히 제거하기 어려운 맛·냄새 유발물질이나 일부 미량오염물질 등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는 데 활용된다. 전오존 처리 역시 원수 단계에서 오존을 투입해 후속 정수공정의 처리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수질 전문가들은 “정수센터 현대화는 단순히 하루에 몇 톤을 더 생산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원수의 급격한 수질 변화에도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고도처리시설 확대와 함께 수질 감시, 공정별 운영관리, 사고 발생 시 비상대응 능력을 동시에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6,077억 원이라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준공 이후 실제 수질 개선 효과와 시설 가동률, 유지관리 비용 등을 지속적으로 공개하고 평가하는 사후관리 체계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수돗물은 ‘문제가 생긴 뒤’ 투자해서는 늦다
정수장은 시민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수도꼭지를 틀었을 때 물이 나오는 일상의 가장 앞단에는 취수와 정수, 송·배수시설이 있다. 이 가운데 정수장은 서울시 표현대로 사실상 ‘수돗물 공급의 심장’에 해당한다.
이번 사업에서 눈여겨볼 숫자는 40년과 90%다.
6개 정수센터 가운데 4곳의 평균 사용연수가 40년을 넘어섰고, 수돗물 수요가 몰리는 시기에는 가동률이 최대 90%에 이른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현재 정상적으로 수돗물이 공급되고 있다고 해서 시설 개선을 뒤로 미룰 수 없는 이유다.
정수시설은 사고가 발생한 뒤 교체하는 일반 시설과 성격이 다르다. 문제가 생기면 수많은 시민의 생활과 직결되고, 수질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6,077억 원 투자의 성패를 단순히 ‘시설용량 35만톤 확대’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
노후 정수시설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고도정수처리가 실제 수질 안정성 향상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여름철 수요 급증이나 원수 수질 악화에도 충분한 예비능력을 확보했는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특히 대규모 시설투자는 건설 단계보다 이후 운영과 유지관리가 더 중요하다. 새 시설을 지어 놓고 시간이 흐르면서 관리가 부실해진다면 현대화 사업의 의미도 퇴색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가 강북·광암을 넘어 암사·구의·영등포까지 순차적인 현대화를 추진한다면 각 정수센터의 노후도와 수질 위험도, 공급 중요도 등을 기준으로 투자 우선순위를 명확히 제시할 필요도 있다.
6,077억 원은 단순한 시설공사비가 아니라 서울 시민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마실 물에 대한 투자다. 정수장 현대화의 최종 평가 기준은 시설의 규모가 아니라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시민이 얼마나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느냐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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