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강화 이후 규정위반·미승인 보조배터리 61만건…항공사 사전관리 도마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09-27 09:24:31 댓글 0
2025년 3월 국토부 관리강화 이후 전국 공항서 60만8,370건 적발
▲2025.3월~2026.8월, 규정위반·미승인 보조배터리 적발 현황

[데일리환경=안상석 기자] 지난 2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에어서울 여객기에서 보조배터리 발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하면서 기내 보조배터리 안전관리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특히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3월 보조배터리 기내 안전관리 강화 지침을 시행한 이후에도 전국 공항 보안검색 과정에서 적발된 규정위반·미승인 보조배터리가 60만 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면서, 항공사의 사전관리 체계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선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서울 양천을)이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5년 3월부터 올해 8월까지 전국 공항 보안검색 과정에서 적발된 규정위반·미승인 보조배터리는 총 60만8,370건에 달했다.

국토부가 보조배터리와 전자담배의 기내 반입 허용 용량과 수량, 승인절차, 단락방지 조치, 보관방법 등을 강화한 이후에도 하루 평균 1천 건이 넘는 위반 사례가 공항 검색대에서 걸러지고 있는 셈이다.

올해 들어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적발된 규정위반·미승인 보조배터리는 26만7,983건에 달했다.

항공기 반입 제한 물품은 관련 법령에 따라 총기·도검 등 ‘위해물품’과 보조배터리 등 ‘위험물’로 구분된다. 공항운영자는 「항공보안법」에 따라 위해물품에 대한 보안검색을 담당하고, 항공사는 「항공안전법」과 「항공위험물운송기술기준」 등에 따라 보조배터리 등 위험물의 반입 기준을 안내하고 용량과 수량 등에 따른 확인·승인 절차를 담당한다.

문제는 항공사의 사전관리 단계다.

현재 항공사들은 체크인 과정에서 위험물 반입 기준을 안내하고 있지만 모바일·셀프 체크인 등 비대면 탑승수속 비율이 올해 기준 63%에 달하면서 승객의 위험물 소지 여부를 탑승수속 단계에서 일일이 확인하는 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수십만 건의 보조배터리 규정 위반 사례가 항공사의 탑승수속 과정이 아닌 공항 보안검색 단계에서 적발되고 있다. 사실상 공항 검색대가 위험물 관리의 ‘최종 방어선’ 역할까지 떠맡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공항공사 소속 공항에서 보조배터리 등 위험물이 발견돼 항공사를 호출한 건수도 올해 1~8월 65만3,447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위해물품 적발과 위험물 관련 항공사 호출 실적을 합한 약 157만 건의 41% 수준으로, 10건 가운데 4건꼴이다. 최근 3년간 위험물 발견에 따른 항공사 호출 건수 역시 273만 건을 넘어섰다.

보안검색 과정에서 위험물이 발견되면 확인·승인 권한을 가진 항공사를 다시 호출해 필요한 조치를 거쳐야 한다. 이 같은 절차가 반복되면 승객의 검색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물론, 보안검색 인력이 총기·도검 등 항공보안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위해물품 판독에 집중해야 할 역량까지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최근 기내 보조배터리 화재가 실제로 발생하면서 단순히 ‘규정을 안내했다’는 수준을 넘어 항공사가 승객의 위험물 반입을 어느 단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확인해야 하는지 제도 자체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4일 인천발 베트남 다낭행 에어서울 RS511편에서는 이륙 준비 중 승객이 좌석 아래에 보관한 가방에서 불이 났다. 가방 안에는 파우치에 담긴 보조배터리가 있었으며 보조배터리 발화 가능성을 포함해 정확한 원인이 조사되고 있다. 당시 승객 221명과 승무원 7명이 탑승해 있었고 일부 승객은 호흡기 이상을 호소했다. 항공기는 교체됐으며 출발도 약 2시간50분 지연됐다.

항공안전 관계자 “검색대 적발은 마지막 단계…사전예방 체계로 바꿔야”

항공안전 관계자들은 보조배터리 안전관리의 핵심이 ‘적발’보다 ‘사전 예방’에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조배터리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손상이나 단락, 과열 등으로 화재가 발생할 경우 기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승객이 보안검색대에 도착하기 전부터 용량과 수량, 보관방법 등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모바일 체크인이 일반화된 상황에서는 단순히 화면에 위험물 규정을 표시하고 승객이 확인 버튼을 누르는 방식만으로는 실제 소지품의 적정성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항공안전 관계자들은 “공항 보안검색은 위험물을 걸러내는 중요한 단계지만 모든 책임을 검색대에 집중시키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예약·발권부터 모바일 체크인, 수하물 위탁, 탑승구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위험물 안내와 확인을 반복하는 다중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또 “보조배터리 화재는 발생 빈도뿐 아니라 실제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피해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항공사별 관리 실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반복적으로 관리가 미흡한 항공사에 대해서는 실효성 있는 개선조치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소비자 “항공사마다 설명 달라 헷갈려…공항 가서야 알게 되는 경우 많아”

소비자 입장에서는 복잡하고 수시로 달라지는 보조배터리 반입 기준도 문제다.

항공권 예약과 모바일 체크인 과정에서 위험물 관련 안내가 제공되고 있지만 승객이 실제로 자신의 보조배터리 용량과 반입 가능 수량, 단락방지 방법 등을 정확히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선과 국제선, 항공사별 안내방식이 서로 다르게 느껴질 경우 소비자의 혼란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보조배터리에 표시된 mAh와 항공 규정에서 사용하는 Wh를 일반 승객이 바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도 개선할 부분으로 꼽힌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공항 검색대에서 처음 문제를 지적받은 뒤 배터리를 다시 포장하거나 항공사 직원을 기다려 승인을 받게 되면 탑승 지연에 대한 불안과 불편까지 떠안게 된다.

따라서 소비자에게 책임을 요구하기에 앞서 정부와 항공사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통일된 기준을 마련하고, 항공권 구매 단계부터 ‘반입 가능·승인 필요·반입 금지’를 명확하게 구분해 안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단순한 경고문이나 긴 안내문보다는 보조배터리에 표시된 용량을 기준으로 승객이 자신의 제품이 반입 가능한지 즉시 판단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안내방식을 제공할 필요도 있다.

이용선 의원은 “항공사가 체크인 단계부터 위험물에 대한 사전안내와 확인 등 관리 책임을 보다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점검해야 한다”며 “국토부는 항공사의 위험물 관리 의무 이행 여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단순한 권고나 계도에 그칠 것이 아니라 위험물 관리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항공사에는 위반 정도에 상응하는 실효성 있는 제재가 뒤따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60만 건이 넘는 적발 실적은 보안검색이 위험물을 상당수 걸러내고 있다는 의미인 동시에, 그만큼 많은 위험물이 사전 단계에서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채 검색대까지 유입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내 보조배터리 화재가 실제 사고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제는 ‘승객에게 안내했는가’를 넘어 ‘항공사가 탑승 전에 얼마나 실질적으로 확인하고 관리했는가’를 따지는 방향으로 안전관리 체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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