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위판장의 절반 이상이 갈매기 등 조류와 쥐 같은 설치류의 접근을 막는 방조·방서시설조차 갖추지 못했고, 4곳 중 1곳은 저온·위생시설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산물은 어획 이후 유통 과정에서 온도와 위생관리가 품질과 안전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소비 단계의 검사만 강화할 것이 아니라 산지위판 단계부터 관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강승규 의원(사진)이 수협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151개 산지위판장 가운데 38곳(25.2%)에는 저
더 큰 문제는 외부 동물의 접근을 차단하는 기본적인 시설이다.
전체 위판장의 55.6%인 84곳에는 갈매기와 같은 조류나 쥐 등 설치류의 접근을 막을 수 있는 방조·방서시설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위판장은 갓 잡은 수산물이 육상으로 올라와 선별과 경매 등을 거치는 공간이다. 유통 과정의 출발점에서 위생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후 운송과 판매 단계에서 아무리 관리를 강화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강원 절반은 저온·위생시설 없어…지역별 격차도 문제
지역별 시설 격차도 적지 않았다.
저온·위생시설이 없는 위판장 비율은 강원이 50%로 가장 높았다. 이어 경남 47.4%, 경북 25%, 부산 14.3%, 충남 13.6%, 광주 7.1% 순으로 나타났다.
방조·방서시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강원지역 위판장의 90%가 관련 시설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고 경북 68.8%, 경남 68.4%, 제주 62.5%, 광주 46.4%, 충남 36.4%, 전북 25%, 인천 16.7%, 부산 14.3% 순이었다.
같은 국내산 수산물이라도 어느 지역 위판장을 거치느냐에 따라 초기 위생관리 환경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상당수 위판장이 건립된 지 20년 이상 지난 노후시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부분적인 시설 보수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도 점검해야 한다.
강승규 의원은 “수산물이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 전 가장 먼저 거치는 산지위판장이 쥐와 새의 접근조차 막지 못할 정도로 위생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갈매기·쥐 차단은 ‘미관’ 아닌 식품위생 문제
방조·방서시설을 단순히 위판장을 깨끗하게 보이도록 하는 시설 정도로 봐서는 안 된다.
수산물 위생관리 측면에서 조류와 설치류 등은 배설물이나 오염된 환경과의 접촉 등을 통해 작업공간이나 시설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있어 원물과 작업공간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관리가 중요하다.
특히 위판장에서는 많은 양의 수산물이 짧은 시간 안에 반입되고 선별·경매·출하된다. 바닥과 작업도구, 작업자의 이동 동선 등 여러 경로를 통해 교차오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설과 작업환경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따라서 방조망이나 출입구 차단시설 설치뿐 아니라 세척·소독시설, 배수시설, 작업공간 분리 등 위판장 전체의 위생관리 수준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수산물 전문가 “위판장부터 콜드체인 시작돼야”
수산물 유통 전문가들은 산지위판장을 단순한 경매장으로 볼 것이 아니라 수산물 저온유통체계, 이른바 ‘콜드체인’이 시작되는 핵심 시설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산물은 어획 이후 시간이 지나고 보관온도가 높아질수록 신선도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어획 이후 위판과 운송, 보관, 판매로 이어지는 전 과정에서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판장에 저온시설이 부족하면 이후 유통단계에서 냉장·냉동시설을 갖추더라도 산지에서 발생한 품질 저하를 되돌리기는 어렵다.
수산물 전문가 관점에서는 시설 현대화 사업도 단순히 낡은 건물을 새로 짓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수산물이 들어오는 단계부터 선별과 경매, 포장·출하에 이르기까지 사람과 차량, 수산물의 동선을 구분하고 저온 상태가 유지될 수 있도록 시설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해충과 조류의 접근 차단, 세척·소독, 배수, 폐기물 처리까지 하나의 위생관리 시스템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
시설 설치율 넘어 실제 관리상태까지 점검해야
이번 자료에서 드러난 또 하나의 과제는 시설의 ‘유무’만으로 위생 수준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저온·위생시설이나 방조·방서시설을 설치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거나 관리가 부실하다면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와 수협은 시설 설치 여부뿐 아니라 실제 가동률과 관리상태를 정기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노후 위판장에 대해서는 시설별 위생 위험도를 평가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취약시설부터 단계적으로 현대화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강 의원은 “수산물 위생 관리는 국민의 식생활 안전과 직결된 사안이자 소비자의 신뢰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며 “노후화된 위판장의 저온·위생시설 확충과 방조·방서시설 설치를 위한 현대화 사업 예산을 조속히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에게 ‘국내산’만큼 중요한 것은 유통 과정의 안전
수산물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은 원산지나 방사능 검사 등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식품안전은 어획부터 소비까지 이어지는 전체 유통 과정과 연결돼 있다.
그 출발점이 산지위판장이다.
전국 위판장의 절반 이상에서 기본적인 방조·방서시설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는 수산물 유통의 첫 단계부터 개선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부와 수협도 위판장 현대화를 단순한 어업인 편의시설 개선사업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국민이 먹는 식품을 처음 취급하는 위생시설이라는 관점에서 투자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전국 151개 위판장의 시설 상태를 전수 점검하고 저온유통체계와 방조·방서시설, 세척·소독 및 배수시설 등 핵심 위생기준을 마련해 단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산지에서 위생관리가 무너지면 이후 유통단계에서 이를 바로잡는 데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 수산물 안전은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마지막 매장이 아니라, 어획물이 처음 육지에 올라오는 위판장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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