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규모다. 발전5사 사업소 정규직과 석탄화력발전소 협력업체 근로자를 합치면 1만8천명을 넘어선다. 향후 발전소 폐쇄와 사업 재편 과정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인력이 2만명에 육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헌승 의원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발전5사 전체 직원은 1만3,671명이다. 이 가운데 본사 근무자는 1,782명으로 13%에 불과한 반면, 발전소 등 사업소 근무자는 1만1,889명으로 전체의 87%를 차지한다.
석탄화력발전소 협력업체에서 근무하는 인력도 79개 업체, 6,602명에 달한다. 발전사별로는 한국남동발전 1,537명, 한국남부발전 1,341명, 한국동서발전 1,324명, 한국중부발전 1,280명, 한국서부발전 1,120명이다.
이들은 단순 보조인력이 아니다. 발전소 운전과 정비, 석탄 하역·운반, 연료설비와 환경설비 운영 등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에 필수적인 업무를 맡아온 숙련인력이다. 발전소가 폐쇄되면 해당 업무 자체가 사라지거나 크게 축소될 가능성이 있어 일반적인 사업장 구조조정과는 성격이 다르다.
당장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대체전원 문제가 결정돼야 하는 11개 발전기만 보더라도 발전5사 직원 약 1,021명과 협력업체 직원 약 1,621명 등 총 2,642명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핵심은 석탄발전소를 무엇으로 대체하느냐다. LNG 등 기존 화력발전과 유사한 형태의 발전원으로 전환할 경우 일부 기존 인력을 활용할 여지가 있지만,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크게 늘어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석탄화력은 발전소 운전과 정비뿐 아니라 연료 하역·운반, 저장시설 관리, 환경설비 운영 등에 연중 상당한 상시인력이 필요하다. 반면 태양광과 풍력은 건설 과정에서 많은 인력이 투입되더라도 완공 이후 운영·관리 단계의 고용구조는 석탄화력과 차이가 크다.
따라서 ‘석탄발전 일자리 감소분이 재생에너지 일자리 증가로 자연스럽게 대체될 것’이라는 단순 계산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존 발전소 노동자의 직무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요구되는 기술·근무지역·고용형태가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노동시장 전문가는 “탈석탄에 따른 고용 문제는 전체 일자리 숫자만 비교해서는 실상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어느 지역에서 어떤 직종의 일자리가 언제 사라지고, 해당 근로자를 어떤 산업과 직무로 이동시킬 것인지 발전소별·직종별 전환계획을 먼저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발전사 정규직보다 협력업체 근로자가 고용전환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해질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며 “재교육만 실시하고 실제 취업이나 고용승계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정부가 말하는 ‘정의로운 전환’도 현장에서는 구조조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경제 충격도 빼놓을 수 없다. 석탄화력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에서는 발전사와 협력업체 근로자의 임금이 소비와 상권을 떠받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발전소 폐쇄가 직접 고용 감소에 그치지 않고 음식점·숙박·운송·정비 등 주변 산업의 매출과 지방세수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헌승 의원은 “발전소 문을 닫는 날짜는 2040년으로 먼저 정해놓고, 정작 수십 년 동안 대한민국 전력산업을 지켜온 숙련인력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며 “2040 탈석탄이 현실적인지 전력수급과 비용, 산업경쟁력 등 여러 측면에서 면밀히 검토하고 수만 명의 숙련인력이 받게 될 고용 충격까지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석탄은 발전소의 연료를 석탄에서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것만으로 끝나는 정책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기존 산업과 노동자, 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사회가 감당해야 할 비용까지 포함해 설계해야 한다.
정부가 2040년이라는 폐쇄 시점을 제시했다면 이제는 발전소별 폐쇄 일정에 맞춘 고용승계, 재배치, 직무전환 교육, 재취업 지원, 협력업체 보호와 지역경제 지원을 포함한 구체적인 ‘고용전환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
탄소를 줄이는 정책이 필요한 것과 그 과정에서 숙련인력의 생계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서로 충돌하는 목표가 아니다. 탈석탄의 성패는 발전소를 얼마나 빨리 닫느냐만이 아니라, 그곳에서 일해 온 사람들에게 얼마나 현실적인 다음 일자리를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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