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달라도 춤은 통한다. 국적이 달라도 배틀이 시작되는 순간 서로를 판단하는 기준은 오직 음악과 움직임,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준비해 왔는가에 있다.
지난 9월 5일과 6일 한국에서 열린 두 차례의 스트리트댄스 대회에서 어린 브레이커 'Louis Shan(루이스 샨)'이 이틀 연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단순히 두 개의 우승 트로피를 얻었다는 결과보다 기자의 눈길을 끈 것은 그 과정이었다.
9월 5일 열린 ‘Breakpoints JAM ’26’에서 Louis Shan은 결승에서 일본 선수와 맞붙어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우승으로 그는 2027년 2월 27일 태국에서 열리는 ‘Blow Out Kids Battle’ 출전권까지 얻게 됐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인 9월 6일, 서울 SKBD Place에서 열린 ‘FLABOR VOL.4’의 U-19 Breaking 부문에 다시 출전했다.
이날 현장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과 심사위원, MC와 DJ, 관객들의 모습에서 알 수 있듯 이날 현장은 단순한 어린이 경연대회라기보다는 하나의 스트리트 문화 축제에 가까웠다.
'Louis Shan'의 6일 벌어진 대회에서의 두 번째 우승 과정은 더욱 인상적이었다.
4강에서 한국 국가대표 고등학생 선수와 맞붙었고, 결승에서는 러시아 선수와 겨뤄 승리하며 최종 우승자가 됐다.
불과 이틀 동안 일본, 한국, 러시아 등 서로 다른 국가와 배경을 가진 선수들이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무대에서 실력을 겨뤘다.
작은 무대에서 시작되는 ‘문화 외교’
현장에서 바라본 브레이킹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이것이었다.
누군가 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음악이 시작되면 국적과 언어의 장벽은 금세 사라진다. 선수들은 춤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상대의 실력을 인정한다. 관객 역시 어느 나라 선수인지를 떠나 좋은 움직임이 나오는 순간 환호한다.
그 모습에서 필자는 스포츠와 문화가 가진 또 다른 국제교류의 가능성을 보았다.
특히 브레이킹과 스트리트댄스 문화에서는 어린 세대의 국제교류가 이미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 해외 선수들이 참가하고, 여기서 만들어진 인연이 다시 해외 대회 출전으로 이어진다.
Louis Shan 역시 이번 한국 대회 우승을 계기로 다음 무대를 태국으로 넓히게 됐다.
한국에서 일본 선수와 겨루고, 한국 선수와 경쟁하며, 러시아 선수와 결승을 치른 뒤 다시 태국 무대로 향한다.
어쩌면 이것이 지금 세대가 만들어가는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의 문화교류인지 모른다.
승패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이들의 태도였다.
현장에서 만난 어린 댄서들의 표정에는 긴장감과 즐거움이 동시에 있었다.
배틀에서는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무대가 끝난 뒤에는 함께 사진을 찍고 서로의 춤을 이야기한다. 승자에게는 박수가 보내지고 패자 역시 다음 배틀을 준비한다.
성인들의 국제관계에서는 국가와 이해관계가 먼저 등장하지만, 아이들의 무대에서는 조금 달랐다.
“너는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보다 “너는 어떻게 춤추느냐”가 먼저였다. 그것이 스트리트댄스가 가진 힘일 것이다.
이번 대회 사진 속 수십 명의 참가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웃는 모습 역시 그런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우승자와 준우승자, 심사위원과 참가자, 어린 선수와 성인 댄서들이 하나의 프레임 안에 들어왔다.
한 아이의 우승 뒤에는 긴 시간이 있다
대회에서는 몇 분의 배틀로 승패가 결정된다.
하지만 그 몇 분을 만들기 위해 아이들은 수없이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실패한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며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간다.
이번 두 대회의 결과 역시 단순한 행운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9월 5일 일본 선수와의 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하루 만에 다시 출전한 대회에서 한국과 러시아 선수들을 차례로 상대해 우승했다는 것은 체력뿐 아니라 집중력과 실전 대응 능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결과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선수 한 명만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를 지도하는 스승과 가족, 대회를 만드는 주최 측, 심사위원과 DJ, MC, 그리고 무대를 찾아 박수를 보내는 관객들이 함께 존재한다.
그래서 어린 선수의 우승을 바라볼 때 우리는 결과뿐 아니라 그 아이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누가 만들고 있는가도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
K-컬처의 다음 장면은 ‘함께 만드는 무대’일지도 모른다
한국은 이미 K-POP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통해 세계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 문화가 세계로 나가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세계의 젊은 세대가 한국으로 들어와 함께 경험하고 경쟁하고 교류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것이다.
브레이킹 대회와 같은 스트리트 문화 행사는 규모는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이러한 국제교류가 실제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일본,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다양한 국가의 아이들이 한국을 찾아 한국 선수들과 배틀하고, 다시 다른 나라의 대회에서 만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춤은 하나의 강력한 문화교류 플랫폼이 될 수 있다.
그 중심에서 한국이 아시아 청소년 스트리트 문화의 허브 역할을 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9월의 어느 주말, 작은 브레이킹 무대에서 한 소년이 두 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기자가 현장 취재를 하며 본 것은 두 장의 우승 상장보다 조금 더 큰 것이었다.
국적이 다른 아이들이 같은 음악을 듣고, 서로 경쟁하고, 상대를 인정하고, 다시 다음 무대를 약속하는 모습이었다.
Louis Shan에게 이번 우승은 끝이 아니다.
한국에서 시작된 경험은 이제 2027년 태국의 새로운 무대로 이어진다. 그곳에서는 또 다른 나라의 아이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만남이 반복될수록 아이들에게 세계는 조금씩 가까워진다.
춤 한 곡이 흐르는 몇 분 동안 국경이 사라지는 경험. 어쩌면 우리가 아이들에게 만들어줘야 할 국제교류의 시작은 바로 이런 모습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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