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모바일 신분증 발급에 필수적인 ‘IC 주민등록증’ 발급률은 발급 대상자 4,501만 명 중 4.4%(약 197만 명)에 불과하다. 현 추세대로라면 전 국민이 이를 손에 쥐기까지 약 30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책 기획 및 예산을 총괄한 행정안전부 디지털정부혁신실과 위탁 운영을 맡은 한국조폐공사가 추진해 온 이번 사업의 맹점은 크게 네 가지로 압축된다.
국민에게 전가된 비용과 불편… 고령층 철저히 외면
가장 큰 패착은 진입장벽이다. 모바일 신분증을 탑재하려면 기존 플라스틱 주민등록증(재발급 비용 5,000원)의 두 배인 1만 원을 내고 IC 주민등록증을 별도 발급받아야 한다. 신청과 수령을 위해 주민센터를 직접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그대로다.
그 결과 첫 발급이 무료인 10대 발급률은 47.0%에 달했으나, 비용과 방문 부담이 큰 60대(1.8%), 70대(0.9%), 80대 이상(0.3%) 등 고령층은 사실상 사업에서 배제됐다. 디지털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 없이 설계된 제도 설계의 명백한 한계다.
506억 투입하고도 ‘이용자 수 모른다’는 깜깜이 행정
성과 지표 관리의 부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시스템 구축비 287억 원, 운영비 219억 원 등 총 506억 원이 투입됐고 공통기반 시스템 운영비 역시 2022년 24억 원에서 올해 61억 원으로 2.5배 급증했다.
그러나 정작 주무 부처인 행안부는 실제 이용 건수나 신분증 진위 검증 건수조차 집계·관리하지 않고 있다. 수백억 원의 세금을 쓴 국가 핵심 인프라가 실효성 검증조차 불가능한 ‘블랙박스’로 전락한 셈이다.
위조 논란 본질 외면… 관행 대신 민간 서비스만 잡나
최근 불거진 신분증 위·변조 문제에 대한 대응 역시 본말이 전도됐다. 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가짜 신분증의 본질은 모바일 서비스의 기술적 암호화 결함이 아니라, 편의점·주점 등 현장에서 QR 스캔 검증 없이 육안으로 화면만 대충 훑어보는 관행에 있다.
화면을 모방한 가짜 앱 앞에서는 정부 앱이든 민간 서비스든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행안부는 현장 QR 검증 체계 확립 대신, 수천만 명이 일상적으로 활용 중인 ‘정부24·PASS 모바일 확인서비스’의 축소·폐지와 정부 모바일 신분증으로의 강제 일원화를 검토하며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적 태도를 보였다.
출구 없는 보급 속도와 부실한 로드맵
전 국민 보급에 30년이 걸리는 속도라면 이미 정책적 실패에 가깝다. 단계적 무료 교체 계획이나 민간 금융·플랫폼과의 유기적 연계 지원 등 대중적 수용성을 끌어올릴 실질적 로드맵 없이 ‘만들어 놓았으니 쓰라’는 식의 공급자 중심 행정만 되풀이됐다.
본말전도 행정 멈추고 현장 검증 인프라부터 챙겨야
국가 디지털 신분증 체계는 신뢰와 접근성이 생명이다. 국민 100명 중 4명만 가진 신분증을 두고 기존의 민간·정부 확인서비스를 강제로 닫겠다는 발상은 거꾸로 가는 규제 만능주의에 불과하다.
지금 행안부가 해야 할 일은 무리한 서비스 일원화가 아니다. IC 칩 발급 비용 인하와 절차 간소화로 국민 수용성을 끌어올리고, 소상공인과 관공서가 손쉽게 신분증 진위를 가려낼 수 있도록 ‘현장 QR 진위 검증 인프라’를 조속히 정착시키는 것이 세금 낭비를 멈추는 유일한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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