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발등 찍은 농식품부… 실장 가족도 걸려든 '엉터리 농지조사'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10-05 07:48:16 댓글 0
농식품부 실장 일가마저 미경작 적발… 탁상행정이 빚은 '자충수'
[데일리환경= 안상석 기자] 농림축산식품부 고위 관료의 가족 소유 농지가 지자체 전수조사에서 ‘미경작’으로 적발되며 현행 농지 관리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고령화와 인구 소멸로 경작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농촌 현실을 무시한 채, 정부가 획일적인 잣대만 들이대다 제 발등을 찍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당 농지 관련 농지법 위반여부 등 (출처: 전남광주특별시 완도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강승규 의원(국민의힘)이 관할 지자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정욱 농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의 모친이 소유한 전남 완도군 금일읍 일대 농지 3필지가 휴경(미경작) 상태로 확인돼 농지법 위반 대상으로 분류됐다. 해당 농지는 2021년과 2022년에 걸쳐 취득된 곳으로, 농업경영계획서가 제출됐으나 실제 경작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정욱 농업혁신정책실장 재산공개 (출처: 공직윤리시스템)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적법한 절차에 따른 정기 조사 과정임을 강조하며 투기성 방치와는 선을 그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해당 건은 지자체의 정기 농지이용실태조사 과정에서 통상적인 행정 절차에 따라 확인 통보가 이뤄진 사안”이라며 “고령이나 질병, 자연재해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 의견 제출과 소명 절차를 거쳐 정당한 휴경 사유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투기 목적의 미경작과 정당한 사유에 의한 휴경을 구별하기 위한 실태조사는 헌법상 경자유전 원칙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조치”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장의 시각은 냉랭하다. 강승규 의원은 “정책을 총괄하는 주무 부처 고위 관료의 가족조차 적발 통보를 받고 복잡한 소명 절차에 매달려야 할 만큼 현행 농지법과 실태조사가 경직돼 있다”며 “농촌의 급격한 고령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행정 편의주의적 전수조사로 선량한 농민들을 잠재적 범법자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칙에 갇힌 ‘경자유전’… 농촌 소멸 막을 법 개정 시급하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고위 공직자 가족의 농지법 위반 의혹을 넘어, 현실과 괴리된 현행 농지 제도가 자초한 필연적 촌극에 가깝다.

헌법에 명시된 '경자유전(농사짓는 사람만 농지를 소유한다)' 원칙은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핵심 방파제였으나, 농가 인구의 절반 이상이 고령층으로 채워진 지금의 농촌에서는 도리어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도서·산간 지역은 고령으로 영농을 포기해도 경작자를 찾기 어렵고, 농지은행 위탁 조건조차 맞지 않아 휴경이 불가피한 토지가 부지기수다.

행정력과 법률 지식을 갖춘 관료 집안조차 ‘합법적 휴경’을 입증하기 위해 씨름해야 하는 마당에, 복잡한 서류 작업에 취약한 고령 농민들이 마주할 불안감은 자명하다. 이행강제금이라는 칼날 앞에서 농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범법자로 몰릴 처지에 놓여 있다.

투기 목적의 가짜 농업인은 엄단하되, 구조적 한계로 자경이 불가능한 농지에 대해서는 임대차 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위탁 경로를 넓혀주는 등 유연한 출구가 마련되어야 한다.

‘기계적인 미경작 적발’에 매달리는 행정은 농지 보전은커녕 농촌의 공동화만 가속화할 뿐이다. 농식품부가 스스로 만든 덫에 걸린 지금이야말로, 농지법 전면 개정에 착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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