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 오류 발생 후 국토교통부 대면 보고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170일. 공공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서울시와 국토부가 공방을 벌이는 사이,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조건부 검토라는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며 현장을 이용할 시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5개월간 덮어둔 ‘중대 하자’… 네 탓 공방에 갇힌 행정
지난 7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장종태 의원(사진)이 지적한 보고 경위는 충격적이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지난해 10월 지하 5층 기둥의 주철근 누락을 확인하고 11월 서울시에 보고했으나, 서울시가 국토부에 이를 공식 대면보고한 것은 해를 넘긴 올해 4월 말이었다.
서울시는 “월간보고서에 담았다”고 해명하지만, 국토부는 “수백 쪽에 달하는 서류 뭉치 구석에 끼워 넣었을 뿐 중대 결함에 대한 공식 설명은 전무했다”고 맞서고 있다.
심지어 서울시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국토부의 결정 지연으로 인한 운영손실 보전금 등 추가 비용 문제를 거론하며 역공에 나섰다.
5개월 넘게 사안을 쥐고 있던 주체가 이제 와서 지연 책임을 타 기관에 떠넘기는 행태는 전형적인 면피성 행정이자 ‘관료주의적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건설안전 전문가 “단순 보강으로 끝날 문제 아냐… 특수성 고려한 전면 검증 필요”
건설안전 및 구조공학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 시공 오차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삼성역 복합환승센터는 지상 도로와 지하철, 고속철도가 얽힌 초대형 지하 구조물이다.
피로하중과 진동 누적으로 고속열차가 반복 진입·통과하는 지하 역사는 일반 건축물보다 훨씬 큰 동적 하중(진동)을 받는다. 핵심 지지 기둥의 주철근 누락은 장기적인 내구성 저하와 미세 균열 확산으로 직결될 수 있다.
단순 단면 증타 한계로 전문가들은 앵커링이나 강판 보강 등 기존 보강공법이 기존 콘크리트와 100% 일체화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책임기간 연장의 실효성: 한 구조안전 전문가는 “장종태 의원이 요구한 ‘하자담보 책임기간 5년 연장 및 진단 비용 부담’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일 뿐”이라며, “현대건설이 ‘보강공법 확정 후 적극 검토하겠다’는 식의 원론적 답변에 그칠 것이 아니라, 완공 후 20~30년 주기의 전 생애주기 안전진단 확약서를 공식 문서화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무서워서 타겠나”… 뿔난 소비자와 인근 주민들
사태를 바라보는 철도 예비 이용객과 시민들의 반응은 분노와 공포로 요약된다. 인천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등의 기억이 생생한 상황에서, 매일 수십만 명이 오갈 복합환승역 지하 5층 기둥에서 철근이 빠졌다는 사실 자체가 큰 충격이다.
GTX-A 개통을 기다리던 한 직장인은 “수도권 출퇴근 시간을 단축해 준다더니 지하 깊숙한 곳에서 기둥이 하중을 못 버틸까 봐 두려워하며 열차를 타야 하느냐”며 “사고가 터진 뒤 책임 소재를 가려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인근 테헤란로 상권의 상인들과 주민들 역시 “수년간 발파 소음과 통행 불편을 참아온 대가가 부실공사와 행정기관의 밥그릇 싸움이냐”며 투명한 안전진단 결과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보여주기식 땜질 넘어 ‘문서화된 무한 책임’ 져야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대형 인프라 사업에서 ‘늑장 보고’와 ‘비용 떠넘기기’는 용납될 수 없다. 서울시와 국토부는 수치와 절차를 둘러싼 진실 공방을 즉각 중단하고, 독립된 제3의 전문기관을 통한 안전 검증 일정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아울러 시공사인 현대건설 역시 “필요시 검토하겠다”는 식의 말장난을 멈춰야 한다. 장종태 의원의 지적대로, 하자보수 책임기간 연장 범위, 정기 안전진단 주기, 발생할 모든 추가 비용 부담을 명시한 ‘법적 구속력 있는 이행 합의서’를 즉시 체결해야 한다.
‘신뢰가 무너진 기둥’ 위에는 그 어떤 초현대식 역사도 안전하게 세워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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