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서울 ‘피부과’ 10곳 중 9곳 가짜?… “전문의 고작 11%” 간판의 사기극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10-11 07:38:27 댓글 0
돈 되는 미용만 골라잡고 질환 환자는 거부… 심평원 자료로 드러난 민낯
‘피부과’ 간판을 보고 문을 열었지만 정작 아토피나 습진 등 피부질환 진료는 거부당한 채 발길을 돌리는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 시내에서 피부과 진료를 표방하는 1인 의원 10곳 중 약 9곳이 실제 피부과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는 곳으로 나타났다. 현행 의료법 표기 방식의 맹점과 비급여 미용 시술 중심의 개원가 왜곡이 맞물리면서 질환 치료 환자들이 치료 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지원 의원( 사진)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7월 말 기준 서울시 소재 의사 1인 근무 의원 중 진료과목으로 피부과를 신고한 의료기관 총 3,319개소 가운데 피부과 전문의가 운영하는 곳은 385개소(11.6%)에 그쳤다. 나머지 88.4%(2,934개소)는 타과 전문의이거나 일반의인 것으로 집계됐다.


현행 의료법상 ‘OO피부과의원’이라는 명칭은 피부과 전문의만 쓸 수 있다. 그러나 일반의나 타과 전문의라도 ‘OO의원 진료과목 피부과’ 형태로 표기하면 합법적으로 피부과 진료 표방이 가능하다. 간판 크기나 배치 규정에도 불구하고 일반 환자가 일상에서 이를 직관적으로 구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소비자 “아토피 환자는 어디로 가나… 간판 착시에 헛걸음 다반사”

이 같은 간판 착시는 고스란히 환자 피해로 이어진다. 건강보험 급여 진료인 습진·건선·아토피 대신 수익성이 높은 비급여 미용·레이저 시술 위주로 병원을 운영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한 만성 습진 환자는 “동네 ‘피부과’라고 적힌 병원에 갔더니 ‘우리는 질환 진료는 안 보니 큰 병원으로 가라’며 진료 접수조차 거부당했다”며 “급여 치료는 돈이 안 되니 고가 미용 시술만 하겠다는 건데, 간판만 보고 찾아간 환자 입장에서는 기만당한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소비자 단체 역시 “의료 서비스 정보 비대칭이 심각한 상황에서 소비자의 알 권리와 합리적 선택권이 침해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의료계 “의사 면허상 진료권 정당… 저수가와 필수의료 위기 구조가 본질”

의료계 현장의 시각은 복합적이다. 일반의 및 비피부과 전문의 단체 측은 “의사 면허를 취득했다면 의료법 테두리 안에서 다양한 과목을 진료할 법적 권리가 있다”며 “일부 피부과 전문의 부족 현상이 있는 지역에서는 1차 의료 접근성을 보완하는 순기능도 존재한다”고 반박한다.

의료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수가 체계 왜곡’을 꼽는다. 한 개원의협의회 관계자는 “질환 중심의 피부과 급여 진료는 낮은 진료 수가로 인해 직원 인건비와 임대료를 감당하기조차 버거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의사들이 비급여 미용 시장으로 몰릴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제도적 문제를 도외시한 채 간판과 표기 문제로만 접근하면 풍선효과만 부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피부과 전문의 단체 측은 “비전문의의 무분별한 피부 진료나 질환 진료 거부는 환자의 치료 적기를 놓치게 하거나 부작용을 유발할 위험이 크다”며 진료 주체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박지원 의원 “접수처·진료실 입구 표시 의무화 및 표준체계 마련해야”

논란이 확산되자 국회에서는 환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혼선을 줄이기 위한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대규모 간판 교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의료법 개정안’을 제시했다. 의료기관 개설자가 접수창구 및 진료실 입구 등 환자가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위치에 전문의 여부(전문의 과목 또는 일반의 여부)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아울러 환자가 방문 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질환 치료 중심인지, 미용 시술 중심인지 ‘주요 진료분야’를 명시하는 표준 표시체계 구축을 보건복지부에 촉구했다.

박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특정 진료과나 의사를 배척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환자는 헛걸음하지 않고 의료진은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라며 “보건복지부는 직역 간 눈치 보기를 멈추고 환자 중심의 실효성 있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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