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교, "냉동기도 낡았는데 어쩌라고요"… 50년 넘은 비축기지 방치에 혈세만 샌다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10-11 22:35:11 댓글 0
공공비축 비중 14.8%로 급감, 민간창고 의존율 85% 달해
[데일리환경=안상석 기자] "설비가 50년 전 것입니다. 냉동기가 말을 안 듣는데 신선 농산물을 어떻게 받습니까? 잘못 들였다가 썩기라도 하면 관리자 책임인데, 결국 회전율 낮고 버티기 쉬운 물건만 쌓아둘 수밖에 없죠."
▲정부창고와 민간창고 비축량 및 비중
▲비축기지(정부, aT) 및 민간창고 수매 농산물 보관현황


정부 비축 농산물을 보관·관리하는 일선 창고 관계자의 한탄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작황 부진과 밥상 물가 불안을 잡아야 할 국가 공공비축망이 극심한 설비 노후화로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제 기능을 상실한 공공창고 대신 민간창고에 물량을 떠넘기면서 낭비되는 보관료만 매년 수백억 원에 달하지만, 당국은 재정난을 이유로 현대화 사업을 손 놓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선교 의원(국민의힘)이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기준 비축 농산물 평균 보관량(35만 9,470톤) 중 공공비축기지 보관 비중은 고작 14.8%(5만 3,267톤)에 불과했다.


나머지 85.2%(30만 6,203톤)는 민간창고에 위탁 보관 중이다. 2022년 35.8%였던 공공비축기지 보관 비중이 4년 만에 절반 이하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특히 국산 수매 농산물의 민간 의존도는 93%에 달해 '공공비축'이라는 명칭을 무색하게 만든다. 품목별로는 마늘의 100%가 민간창고에 들어가 있으며 콩(95%), 양파(95%), 밀(94%) 등 주요 기초 식량 작물 대부분이 민간 시설에 얹혀살고 있는 처지다.

현장 관리자들은 이 같은 기형적 구조의 원인으로 '극단적인 시설 노후화'를 꼽는다. 현재 aT가 운영 중인 인수비축기지 6곳 중 청주·회덕·광주·학장·노포 등 5곳은 1973~1974년에 지어져 준공 후 반세기가 넘었다.

익명을 요구한 비축기지 관리자는 "정밀한 온도·습도 조절이 필수적인 저온 저장이나 입출고가 잦은 단기 품목은 아예 입고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설비 결함으로 인한 부패 리스크를 피하려면 민간창고로 물량을 돌리는 것 외엔 대안이 없다"고 토로했다.

공공기지가 제 역할을 못 하면서 재정 누수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민간창고 보관료는 2022년 43억 원에서 2023년 112억 원, 2024년 136억 원, 2025년 212억 원으로 3년 만에 5배가량 폭증했다. 올해 역시 상반기에만 이미 116억 원이 집행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태세다.

문제는 주무 부처의 안일한 대응이다. 당초 정부는 노후 비축기지 6곳을 매각하고 신규 기지 3곳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농산물가격안정기금의 재정 여건을 이유로 사업을 사실상 보류했다. 신규 인프라 투자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채 매년 수백억 원의 민간 임차료를 땜질식으로 쏟아붓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농업계와 전문가들은 비축 인프라를 단순한 보관 시설이 아닌 '식량 안보' 차원의 핵심 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간 위탁이 장기화될 경우 비상시 방출 통제력이 약화되고 물류비용 부담이 소비자 물가로 전가될 위험도 크다.

김선교 의원은 "기후위기와 밥상 물가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비축기지가 낡아 제 기능을 못 하고, 그 대가로 막대한 혈세가 민간 보관료로 새고 있다"며 "정부는 미봉책에 불과한 민간창고 의존을 멈추고, 보류된 신규 비축기지 확충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공공비축 실행력을 근본적으로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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