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지난 10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계승균 민간위원장 주재로 제42차 본회의를 열고, 특허·저작권·디자인 분야의 AI 활용 안내서 다섯 종을 종합 점검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창작물의 권리 인정 기준을 분야별로 살피고, 연구자와 창작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을 정리한 자리다.
이번 논의의 공통된 방향은 AI를 활용한 과정에서 사람이 어떤 판단을 하고, 결과물에 어떤 창의적 기여를 했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AI를 도구로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권리 인정에서 배제되지는 않는다. 다만 단순한 지시를 입력하고 자동으로 나온 결과물을 그대로 제출하는 것만으로는 사람의 발명이나 창작을 인정받기 어렵다.
특허 분야에서는 AI 자체를 발명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사람이 기술적 문제를 구체화하고 해결 과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는지가 중요하다. 연구자가 직접 설정한 물리적 조건과 변수를 AI에 입력해 구조를 도출하거나, AI가 제시한 후보를 전문지식으로 선별하고 보완하는 과정 등이 판단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AI가 여러 화합물 후보를 내놓았더라도, 그중 실제로 효과가 있을 후보를 고르고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을 해결하도록 분자구조를 수정했다면 연구자의 판단과 기술적 기여를 살필 수 있다. AI가 제안한 신소재 배합을 실제 합성실험으로 구체화하는 경우 역시 사람의 역할이 드러나는 사례다. 반면 일반적인 질문만 입력하고 결과를 검토하지 않은 채 출원하는 경우에는 발명자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기준이 제시됐다.
이 같은 구분은 연구개발 과정에서 AI의 계산 능력과 사람의 전문성이 어떻게 결합했는지를 보여준다. 많은 후보를 빠르게 제시하는 것은 AI의 역할일 수 있지만, 어떤 조건에서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정하고 후보를 수정해 실제 기술로 완성하는 과정에는 연구자의 지식과 판단이 들어간다.
심사 과정에서 사람의 기여가 의심되면 심사관은 거절 이유를 통지하면서 자필 서명한 발명자 확인서 등을 요구할 수 있다. 따라서 AI를 활용한 연구에서는 최종 결과와 함께 문제 설정, 조건 설계, 후보 비교, 수정 과정, 실험 결과를 남겨두는 것이 자신의 기여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공동연구에서도 참여자별로 어떤 기술적 판단과 보완을 했는지가 구체적으로 드러날수록 발명 과정을 설명하기 쉬워진다.
저작권 분야에서는 인간의 창작적 선택과 표현이 핵심이다. AI가 자동으로 만든 산출물 자체와, 사람이 AI 산출물을 재료로 삼아 창작적으로 구성한 저작물은 구분된다. 여러 결과물을 선택하고 배열하거나 새로운 구성으로 엮는 과정에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인정된다면 편집저작물로 등록할 수 있다.
이는 AI로 이미지나 문장을 생성했다는 사실만으로 전체 결과물에 저작권이 생긴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사람이 어떤 부분을 직접 만들었으며, 어떤 선택과 수정으로 최종 표현을 완성했는지가 중요하다. AI 활용 여부와 함께 인간의 창작 범위를 살피는 접근이다.
자신의 결과물이 보호받을 수 있는지와 다른 사람의 저작권을 침해했는지도 별개의 문제다. AI 결과물이라도 기존 작품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는지, 그 작품의 창작적 표현과 실질적으로 유사한지를 중심으로 침해 여부를 판단한다. 제작 과정에 AI가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저작물과의 관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AI 학습에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공정이용 판단이 적용될 수 있다. 여기서는 상업적 목적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이용의 목적과 성격, 저작물의 종류와 용도, 사용한 부분의 비중과 중요성, 원저작물의 현재·잠재적 시장이나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살핀다.
인터넷에 공개된 자료라는 사정도 자유로운 학습과 복제를 곧바로 보장하지 않는다. 공개 여부와 이용 권한은 구분되며, 구체적인 이용 방식과 저작권자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디자인에서도 사람이 제품의 전체적인 인상을 좌우하는 특징을 착상하고 AI로 구체화했는지가 중요하다. 출원서의 창작자란에 AI 명칭을 기재할 수는 없다. 사람이 형상과 비율, 구성, 색채 등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를 하면서 결과물을 개선한 경우에는 실질적 기여가 인정될 수 있다.
반면 기존 의자 디자인을 AI에 넣고 막연하게 개선을 요청한 뒤 생성된 결과를 그대로 출원하는 경우는 기여가 인정되기 어려운 사례로 제시됐다. 디자인의 방향과 특징을 사람이 구체적으로 정했는지, 결과물을 발전시키는 과정에 어떤 창작적 판단이 있었는지가 차이를 만든다.
정부는 이러한 기준이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후속 제도도 마련할 계획이다. 지식재산처는 AI 발명과 출원 사례를 축적해 심사기준을 고도화하고, 창작자 적격성이 의심될 때 입증자료를 요구하는 심사지침을 마련한다. 고의적인 신의칙 위반 출원에 대해서는 특허 거절·무효 등 법적 제재의 근거를 신설할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연내 ‘AI 학습 목적 저작물 양도·이용허락 표준계약서’를 배포하고, AI 활용 저작물의 등록 과정에서 인간의 기여도를 명시하는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 정보명세서’ 도입을 추진한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AI 기업 특화 상담창구는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96건을 지원했다.
계승균 민간위원장은 AI가 보편적인 창작 도구가 된 상황에서도 지식재산 제도의 중심에는 사람의 창의성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정부는 안내서를 통해 정당한 AI 활용 창작을 보호하고, 실질적인 기여 없이 이뤄지는 무분별한 출원을 걸러내는 기준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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