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찬 한의사의 친환경 건강법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15-11-06 04:19:31 댓글 0
▲ 맨손체조

김형찬 한의사는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한의학>(북하우스)이란 책에 ‘낡고 재미없다’ ‘비과학적이고 고리타분하다’는 한의학의 기존 이미지를 깨고,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한의학 정보를 풀어놓아 호응을 얻고 있다. 매일매일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김형찬 한의사의 자연주의 건강법을 소개한다.
한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을 살펴보면 봄과 가을에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좋으며, 여름에는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겨울에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다름 아니라 생명체의 기본 리듬인 해의 움직임에 맞춰서 생활하라는 말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이미 많은 도시인의 생활에는 낮과 밤의 구분이 사라졌고, 태양의 움직임이 아닌 직업적 상황이 생활리듬의 기준이 돼 버렸기 때문.
문제는 현대인이 제아무리 최신 스마트폰으로 전 세계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인공위성과 탐사선으로 이 행성 저 행성 들쑤시고 다닐 정도로 발전했다 해도 우리의 몸은 신석기 시대에 돌도끼를 쓰고 나무열매를 따서 먹던 호모사피엔스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유전자가 기억하고 있는 생명의 리듬과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은 그 차이가 너무나 크다. 인간 자체는 진화하지 않았는데 문명만 진화(이렇게 표현해도 되는지는 의문이지만)한 것이라고나 할까. 어쩌면 많은 현대인들이 아픈 가장 기본적인 이유가 여기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몸의 세포는 약 60조 개. 그런데 이 세포들이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는 데는 2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가 가장 좋은 상태에서 하루 업무를 시작하려면 적어도 일을 시작하기 2시간 전에는 일어나서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 만약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시험 시간 3시간 전에 일어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직장인은 가능하면 출근하기 2시간 정도 전에 일어나서 물 한 잔 마시고, 가벼운 맨손체조로 몸의 관절을 한 번씩 움직인 다음, 산책과 샤워로 하루를 시작하면 좋다. 갈증이 나면 물이나 무가당 과일 주스를 한 잔 마시고 조금 시간이 흐른 후 충분한 영양의 아침을 천천히 먹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그 무슨 꿈같은 이야기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일단은 가장 이상적인 기준을 말한 것이니 흥분이나 무관심을 거둬라. 그렇다면 일단 ‘아침에 일어나 간단한 맨손체조를 15분 정도 한다’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 몸은 모두 약 400여 개의 근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일상의 동작을 통해서는 300여 개의 근육만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의식적으로 온몸을 고루 움직여주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100여 개의 근육은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사용하지 않는 근육은 서서히 그 기능을 잃고 퇴화한다. 그런데 단순히 근육의 퇴화에서 문제가 끝나느냐 하면 이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한의학에서는 몸의 모든 부분이 서로 연관된 장부의 기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온몸을 고루 써주지 않으면 신체 일부분의 기능이 퇴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연관된 다른 신체 기관들 또한 점차 제 기능을 못하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아침에 일어나 15분 정도 우리 몸을 고루 움직이는 무척 단순한 체조가 실은 건강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맨손체조를 해보면 어떤 동작이 잘되지 않거나, 한쪽은 잘되는데 한쪽은 안 되는 것을 느낄 것이다. 그것은 이미 그 근육의 기능이 퇴화하고 있고 나아가 우리 몸의 균형이 깨져 있음을 의미하는 신호다.
짧은 시간 동안 하는 간단한 체조이지만 실제 해보면 온몸이 개운해지고 잠들어 있던 무엇인가가 깨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루 15분은 짧은 시간이지만 1년이면 91시간이 되고, 하루하루가 쌓여 10년, 20년이 되었을 때 그 차이는 엄청난 것이 된다. 지금의 좋은 상태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매일매일 퇴화할 것인지가 이 잠깐의 시간에 달렸을 수도 있다.
체조를 통해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핵심은 어디에 있을까? <동의보감>에 실려 있는 ‘신형장부도(身形臟腑圖)’에는 몸의 형태와 오장육부를 나타낸 것인데, 여기에는 팔과 다리가 빠져 있다. 이것은 한의학이 우리 몸에 있어서 뇌와 장부의 기능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강조한 것이라고 본다. 즉, 한의학에서는 생명의 핵심기능이 몸통에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비록 주로 팔과 다리를 움직이는 간단한 체조이지만, 그 궁극적인 목적은 우리 몸의 중심인 두뇌와 장부의 활성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체조의 핵심은 팔과 다리를 비롯한 몸의 각 부분을 움직임으로써 기혈의 순환을 순조롭게 하고, 그 부분과 상응하는 뇌와 장부의 기능 또한 원활하게 만들어 우리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있다.
이렇게 생각해볼 때 균형 잡힌 몸매는 우리 내부의 기능이 원활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 하지만 몸매 자체에 너무 집착하며 몸을 단련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외모만 중시하는 것은 정작 중요한 점이 무엇인지를 잊은, 본말이 전도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우리가 체조를 할 때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우리 몸의 구조에 대한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단 한순간도 몸을 쓰지 않을 때가 없지만 정작 너무 익숙하다는 이유 때문에 자신의 몸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몸에 대한 간단한 이해가 있으면 똑같은 체조를 하더라도 더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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