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67) 전 포스코그룹 회장이 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검찰이 8개월간 끌어오던 포스코 수사가 마무리 된 가운데 포스코 비자금 실체를 밝혀내지 못해 사실상 반쪽짜리 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그동안 정준양 전 회장을 비롯한 포스코 전·현직 임직원과 협력사 관계자 등 32명을 재판에 넘겼다. 지금까지 포스코건설 및 본사의 비리로 기소된 전현직 임직원은 17명이며, 협력업체 관계자가 13명이다. 정치권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국회의원이 불구속 기소됐으며, 이용 전 산업은행 부행장이 구속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지난 11일 핵심 피의자들을 불구속 기소, 수사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을 비롯해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배성로(60) 동양종합건설 회장 등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정준양 전 회장과 정동화 전 부회장 등에 대해서는 뇌물공여,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정 전 회장은 2010년 5월 플랜트업체인 성진지오텍 지분을 인수해 포스코측에 1592억여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을, 정 전 부회장은 2009년 8월부터 2013년 6월까지 베트남 건설현장에서 회사 자금 385만달러(40억원)를 횡령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특히 정 전 부회장과 배 전 대표도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는데, 이들은 정 전 회장과의 중요 연결고리로 여겨졌던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의 포스코 수사는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3월 검찰은 포스코건설을 시작으로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포스코그룹 전반적인 수사의 신호탄을 알렸다. 이후 베트남 건설현장에서의 금품수수 등 비리가 밝혀지면서 전현직 임원들이 구속됐다.
그러나 지난 5월과 7월 두 차례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고, 8월에는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배성로 동양종합건설 대표에 대한 영장도 기각됐다. 정 전 부회장과, 배 전 대표의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자 포스코에 대한 회의적인 여론이 들끓었고, 수사는 난항을 겪는 듯 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를 힘겹게 이어갔고, 지난 9월 포스코 본사를 겨냥해 정준양 전 회장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님’ 이상득 전 국회의원 최측근이 실소유주로 있는 티엠테크 비리가 포착되면서 검찰발 압수수색이 이어졌다.
이상득 전 의원에 대한 혐의를 확신하던 검찰은 이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망설인 듯 했지만 지난 10월26일 고령에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을 들어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기기로 했다. 이후 지난 11일 검찰은 정준양 전 회장을 비롯한 핵심 피의자들을 불구속 상태로 일괄 기소하면서 8개월간의 포스코 수사는 마무리 됐다.
이처럼 검찰은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해 32명을 재판에 넘기며 지난 3월 시작한 포스코 수사를 8개월 만에 사실상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8개월이라는 수사 과정에서 경영진의 부패 등을 밝혀내 포스코의 구조적 비리를 파헤쳤다는 점이 성과로 꼽히고 있는 반면,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이 불구속 기소된 것은 가장 아쉬운 대목이란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특히 핵심 인물들이 불구속 기소되면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 행여 검찰의 봐주기식 수사라는 비판까지 나올 가능성도 존재한다.
또 다른 일각에선 포스코그룹은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구조적 비리가 밝혀진 만큼 잘못된 관행을 시정하고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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