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소송 잔혹사’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15-11-18 23:30:14 댓글 0
과거부터 틀어진 롯데가 1세대 형제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권 다툼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과거 형제간 소송전이 새삼 관심이 되고 있다.


1922년 경남 울산에서 5남5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신격호 회장은 롯데 경영에 참여했던 형제들과 무수히 많은 다툼과 소송으로 파란만장한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1944년 한 일본인의 도움으로 공장을 설립한 신 회장은 동생 고 신철호 전 롯데 사장에게 당시 돈 300만원을 송금하며 (주)롯데를 한국에 설립했다. 그러나 당시 신철호 전 사장은 신 회장이 국내에 머무르지 않는 점을 이용, 서류를 위조해 롯데를 차지하려고 했다. 또 회삿돈을 횡령해 롯데화학공업을 설립했고, 4억2000여만원을 횡령하기도 했다.


이에 신 회장은 동생을 고소하기에 이르렀고, 신철호 전 사장은 횡령 및 사문서 위조 혐의로 구속됐다. 이 때문에 두 형제 사이는 급격하게 멀어졌다. 이후 신철호 전 사장은 작은 제과회사를 차려 독립했지만 사업을 키우는데 실패했다.



▲ : 신격호 회장은 롯데그룹 경영에


참여한 형제들과 크고 작은 분쟁으로


사이가 멀어졌고, 현재는 거의 왕래를


하고 있지 않고 있다


신격호 회장의 형제싸움 중 세간에 가장 이슈 된 바 있던 것은 둘째 동생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과의 소송전이다. 신춘호 회장은 1960년대 일본 롯데에서 이사로 근무하던 중 형 신격호 회장에게 한국에 라면사업을 건의했다.


그러나 당시 한국에는 ‘삼양라면’이라는 굴지의 상품이 독점하고 있었고, 라면이 한국인의 식습관과 맞지 않아 기업의 신성장 동력에는 미비하다고 생각한 신격호 회장이었다. 신춘호 회장은 신격호 회장의 만류에도 불구, 1965년 ‘롯데공업’을 설립해 본격적인 라면사업에 뛰어들었다. 신격호 회장과 신춘호 회장의 갈등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사업 초반에는 삼양라면에 밀리며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1975년 ‘농심라면’이 크게 히트치자 라면 사업을 만류하며 거절했던 신격호 회장은 롯데공업의 브랜드 명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결국 신춘호 회장은 농심라면의 ‘농심’을 사명으로 변경해야만 했다. 이를 계기로 신격호 회장과 둘째 동생의 사이도 멀어지게 됐다.


신격호 회장은 넷째 남동생 신준호 푸르밀 회장과도 등을 돌린 상태다. 신준호 회장은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물산 등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의 대표를 거치며 국내 사업을 사실상 도맡아왔다. 신격호 회장과 등을 돌린 다른 남동생들과 달리 신준호 회장은 신격호의 심복으로 유명했다.


신준호 회장은 1982년부터 1992년까지 10년동안 롯데건설을 이끌면서 그룹 운영본부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한국 롯데그룹을 진두지휘했다. 그러나 1996년 ‘부동산실명제’가 급작스레 도입되면서 이들 형제의 갈등이 시작됐다. 신격호 회장은 신준호 회장의 명의로 등록된 국내 7곳의 땅(약 37만여평)을 롯데소유로 전환하려 했고, 이를 반대한 신준호 회장은 오히려 소유권을 주장했다. 신준호 회장은 당시 부동산이 부친이 물려준 유산이라며 본인 소유라 주장했다.


두 형제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신격호 회장은 서울지법에 ‘명의신탁해지로 인한 소유권 이전 등기청구소송’을 냈다. 법원은 신격호 회장에 승기를 안겼고, 신준호 회장은 면직됐다. 신준호 회장은 2004년 대선수조를 인수하며 롯데그룹에서 독립했지만 신격호 회장은 또 다시 ‘롯데’ 브랜드 명을 사용하지 말라고 요청, 2009년 사명이 푸르밀로 변경되며 롯데그룹에서 완전히 탈피했다.


신격호 회장의 막내 여동생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도 오빠와 사이가 좋지 않다. 롯데그룹은 관광사업에 진출하지 않다가 지난 2007년 롯데JTB를 통해 본격적으로 관광사업에 뛰어들며 24살 나이차가 나는 막내 여동생과 불화가 시작됐다. 신정희 사장의 남편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은 ‘샤롯데’ 엠블럼을 사용했고, 신격호 회장이 관광사업에 진출하면서 또 한번 롯데 엠블럼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이처럼 신격호 회장의 ‘롯데’ 브랜드 이름사랑은 고령이 된 지금까지도 재계 곳곳에서 화자 된다. 현재 신 회장과 사이가 좋은 형제는 셋째 남동생 신선호 일본 산사스식품 사장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신 사장도 이미 한번 신격호 회장과 소송을 벌인 바 있다.


신격호 회장은 롯데그룹 경영에 참여한 형제들과 크고 작은 분쟁으로 사이가 멀어졌고, 현재는 거의 왕래를 하고 있지 않고 있다.


한편, 최근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두 아들의 경영권 다툼이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가운데 신격호 회장이 가족모임에서 “1주일 내로 나와 신동주 회장을 원상 복귀시켜라”고 둘째 신동빈 회장에게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주 회장은 지난 11월17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15일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 겸 거처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서 있었던 3부자 간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신동주 회장에 따르면 신격호 총괄회장이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와 신동주 회장 부부가 배석한 자리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이사회를 마음대로 움직여서 나를 그만두게 한 것이 맞느냐”며 “1주일 안에 자신과 신동주 전 부회장을 원위치로 돌려 놓으라”고 요구했다. 이에 신 회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신격호 총괄회장이 본인의 요구사항에 대해 신동빈 회장으로부터 확인각서를 받으려고 하자, 신동빈 회장은 “나는 사인하기 싫다”고 말한 뒤 집무실을 나가버렸다고 신동주 회장측은 주장했다.


이에 롯데그룹은 입장 자료를 내고 “고령의 아버지를 모시고 가족간의 대화가 어떤 환경에서 이뤄졌는지 앞뒤 맥락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사적인 대화를 공개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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