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업계의 ‘악재’가 길어지고 있다. 우유 소비가 줄어 실적은 바닥을 치며 재고가 남아도는데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어 더욱 골머리를 앓고 있다. 더욱이 각 사 마다 영업 적자는 물론 개인회사 운영, 뇌물사건 등으로 시끄럽다.
국내 우유시장은 현재 우유 소비가 줄어 실적은 악화되고 있는 반면 우유 가격과 생산량은 오히려 오르고 있어 남아도는 재고를 처리하는데 유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흰우유 1인당 소비량은 2012년 28.1kg, 2013년 27.7kg, 2014년 26.9kg으로 3년째 줄고 있다. 반면 2013년 우유제품 가격은 평균 9.3% 인상됐다. 지난 2분기 감소추세로 돌아섰던 우유 재고로 한시름 놓을까 기대했지만 소비자들의 우유판매가 저조하면서 유업계 실적은 날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유업계 1위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우유 소비량 감소로 올 상반기 조합 사상 최초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는 올 상반기 18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반기 기준으로 적자를 기록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영업이익도 전년동기대비 84.5% 급감한 52억원에 불과했다. 서울우유의 이 같은 실적부진은 저출산과 식습관 변화 등으로 우유 소비가 생산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즐비하다. 경쟁사인 남양유업과 매일유업보다도 더 큰 영업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는 후문도 나온다.
업계는 우유 재고 대란의 배경으로 ‘우유 소비는 주는데, 가격은 오르는’ 구조라고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2013년 우유 생산원가에 소비자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원유가격을 결정하는 ‘원유가격 연동제’가 시행되면서부터 유업계의 악재가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소비자들의 우유 섭취량이 줄어든 이유로 “식습관의 문제”라고 지적하면서도 우유 재고난에 대한 근원적인 해결책은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우유는 직원 월급의 일부를 우유 등 유제품으로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기도 했다. 서울우유 측은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원하는 액수만큼 우유와 유제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일부 임원들의 경우 많게는 200만원이 넘는 금액을 우유와 유제품으로 받기도 했고, 일부 직원들은 10~20만원 수준을 제품으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알려진 바에 다르면 서울우유는 직급에 따라 사원은 월급의 10%, 팀장 20%, 부장 30%, 임원 40%만큼의 제품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서울우유는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라고 해명했지만 그만큼 경영사정이 어렵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했다.
특히 서울우유는 전문경영인인 상임이사가 뒷돈을 받은 혐의로 사임하고 본사가 검찰에 압수수색을 당했다. 지난 11월 13일 서울북부지검이 우유 포장재 제조기업에서 납품을 받는 대가로 수천만원의 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서울우유 임원 2명과 매일유업 차장, 과장을 구속기소 했다.
업계 리스크를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곳은 서울우유뿐만이 아니었다.
일동후디스는 조상균 사장이 취임 전부터 유사 업종의 회사를 별도로 운영해 왔던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전문경영인으로 또 다른 회사에서는 오너 경영인으로 두 집 살림을 해왔던 것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 사장은 일동후디스 입사 전부터 현재까지 에스엔케이비즈라는 회사의 대표이사로 재직해왔다. 2008년 설립된 에스엔케이비즈는 두유 및 음료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조 사장은 입사 전 회사를 폐업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에스엔케이비즈가 설립된 시기가 2008년 5월인 것으로 밝혀져 2014년 1월 일동후디스 사장으로 취임한 조 사장이 일동후디스 입사 후에도 에스앤케이비즈 대표이사직을 유지해왔던 셈이다.
현재 조 사장이 일동후디스 경영에 전념하고 있다고 해명하고는 있지만 일동후디스 전문경영인의 ‘두 집 살림’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업계 일각에선 “저출산 여파로 우유 주요 소비층인 유아청소년 인구가 감소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업 회사들의 리스크가 심해져 유업계의 암울한 상황은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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