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합헌소식에 재계 “나 떨고 있니?”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16-07-29 20:20:36 댓글 0

청렴사회로 발돋움하기 위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최종 합헌 결정을 내렸다. 법 시행일은 오는 9월28일 부터다. 기존에 없던 엄정한 기준의 등장에 재계는 일동 긴장모드에 돌입했다.


앞서 지난 28일 헌법재판소 전원재판소(주심 강일권 재판관)는 대한변호사협회·한국기자협회·사립유치원장·사립학교장 등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2조 1호 등에 제기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청구인들의 평등권 및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배우자는 물론이고 언론인, 사립학교·사립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도 묵인하거나 직무와 관련 없는 사람에게 100만원 이상 받으면 ‘형사 처벌’하겠다는 내용이다.


앞서 ‘김영란법’은 지난 2012년 8월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법안을 발의하면서 생긴 법명이다. 대한민국 사법 사상 여성 대법관으로 임명된 김 전 위원장은 같은 해 남편인 강지원 변호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위원장을 사퇴했다.


흔들리는 재계


김영란법이 합헌 결정을 받을 때 까지 그 과정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산업계 대접문화는 일상화되어 있는데 이를 당장 바꾸는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재계서열 5위 롯데그룹의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기소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6일 롯데 비리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은 롯데면세점과 백화점에 매장을 내게 해 달라는 청탁을 받은 뒤 업체로부터 뒷돈 35억원을 챙기고 47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신 이사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다.


신 이사장은 지난 2007년부터 올 초까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화장품 업체 T사, 외식 업체 G사 등으로부터 롯데면세점과 백화점에 입점시켜주거나 매장을 좋은 위치로 옮겨달라는 등의 청탁을 받고 이들에게 35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더불어 신 이사장은 신 이사장은 아들 이름으로 회사를 세운 뒤 근무한 적도 없는 세 딸을 등기 임원으로 올리는 방식 등으로 회삿돈 47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신 이사장이 롯데그룹 계열사 8곳에 등기이사로 등재된 점에 따라 그룹에 관여했을 가능성도 내다봤다. 이에 일각에서는 검찰의 칼끝이 신동빈 회장에게로 향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헌재가 김영란법에 합헌 선고를 내린 지난 28일 ‘재계 수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GS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지키지 못할 법을 만들어 나중에 유명무실하게 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김영란 법도)그런 경우가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짚고 가야할 쟁점 3가지


헌재로부터 합헌 결정을 받았으나 향후 국회에서 보완 입법의 불씨가 될 만한 쟁점은 여전히 남아있다. 김영란법 개정이 본격화될 경우 논란이 될 만한 쟁점은 3가지다.


가장 큰 문제는 농축수산업계가 겪을 경제적 피해다.


정치권 일각과 업계에서는 김영란법이 정한 선물가액 상한선(5만원)을 맞추다 보면 국내 농축수산업계가 큰 타격을 입게 되고 이는 생산량 저하, 내수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러한 이유로 새누리당 김종태 의원은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업계 피해규모를 1조3000억원대로 추산하면서 김영란법 수수금지 품목에서 국내산 농축수산물과 그 가공품을 제외하는 개정안을 냈다. 같은 당 강석호 의원도 명절과 같은 특정 기간의 경우 수수금지 품목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각각 발의한 상태다.


두 번째는 법 적용 대상 범위다.


헌재는 언론인, 사립학교 교원까지 범 적용 대상이라고 결정했으나 여전히 정계에서 위헌이라 주장하는 시각이 없지 않다.


언론인 출신 비례대표인 새누리당 강효상 의원은 29일 오전 MBC라디오<신동호의 시선집중>에서 “공직자에게 적용되는 ‘투망식 규제’를 언론인과 사립교원에게까지 적용하는 건 언론의 자유와 사학·학문의 자유를 굉장히 위축시킬 수 있다”며 김영란법이 시행되는 오는 9월28일 전에라 “법 개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사·선물·경조사비의 가액 범위를 각각 3·5·10만원으로 제한한 점도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김영란법의 취지는 공감하나 이러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으며 외식·유통·농축수산업계의 소비를 위축시켜 결국에는 돈의 흐름이 굳으면서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우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당 등 야권은 헌재의 합헌 결정을 환영했다. 29일 노 원내대표는 오전 페이스북(SNS)을 통해 이같이 말하며 “담배를 끊을 때처럼 고통스럽기까지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고통은 진작에 맛보았어야 할 고통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연한 부정청탁과 몸에 밴 접대관행과의 결별이 주는 불편함만큼 우리 사회가 맑아지리라는 것은 확실하다.”면서 “그런 점에서 김영란법은 현 세대가 미래 세대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라며 두달 뒤부터 시행될 김영란법을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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