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떨군 조양호 “한진해운 사태, 외국선사와 경쟁서 밀린 탓”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16-10-05 10:10:01 댓글 0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산업은행 국정감사에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와 관련해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와 관련해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고개를 숙였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산업은행 감사에 일반증인으로 출석한 조 회장은 “해안물류 사태와 그룹 문제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처음 공식석상에서 밝힌 입장이다.


이날 조 회장은 법정관리 사태까지 온 이유에 대해 정부 지원을 받는 외국 기업에게 밀렸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법정관리를 막기 위해 2014년 한진해운을 인수한 뒤 2조원의 유동성을 공급, 부채비율을 낮추고 4분기 동안 영업이익을 달성했으나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의 정부 지원을 받는 외국 선사들의 저가공세와 물량공세로 사기업으로서 경쟁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라며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물류대란 등 여러 문제가 있어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던 것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기업으로서 출혈경쟁에 한계를 느낀다는 설명을 직간접적으로 정부에 했으나 설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간산업인 해운업을 대응하던 한진해운을 보존하고, 발전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스럽고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추가 지원을 하지 않은 것이 억울하느냐는 질문에는 “억울하기보다는 정책결정권자 나름의 기준과 정책에 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저희는 최선을 다했다”란 답변을 했다.


이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한진해운의 경우 대주주로부터 ‘내 팔을 하나 자르겠다’는 결단이 없었다”며 조 회장과 현정은 현대상선 회장의 처사를 비교하기도 했다.


그는 “한진해운은 유동성이 없고 외상채무만 6500억원이었다. 그러나 현대증권을 매각하며 1조2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현대상선보다 역량이 앞서 있던 한진해운은 이러한 오너의 결단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채권단 자율협약으로 정상화 과정을 이어가게 된 현대상선의 경우 현정은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으나, 한진해운은 이런 지원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조 회장은 “한진해운을 인수할 때에 대한항공이 보유한 에쓰오일 주식을 팔아 자금을 투입했다”며 “현대상선은 자회사를 가지고 있었지만 한진해운에는 없기 때문에 한진그룹이 알짜 자산인 에쓰오일을 매각해 돈을 넣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진해운을 살리려는 노력은 현대상선 이상으로 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회장과 조 회장의 입장은 법정관리 도입 전 물류대란을 대비했는가에 대한 부분에서도 충돌했다.


이 회장은 “산업은행에서 현대상선 최고재무책임자(CFO)와 한진해운 최고경영자(CEO)를 세 차례 불러 물류대란 가능성이 크니 컨틴전시 플랜을 만들자고 했다”며 “첫날에는 (한진해운)CEO가 알겠다고 하고 돌아갔으나 둘째 날 배임의 문제가 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류대란에 대한 예상과 관련 논의가 있었고, 자율협약을 한 달간 연장했음에도 해결책이 전혀 없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향후 사태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많은 검토가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조양호 회장은 반대로 “최악의 경우 어찌할 것인지를 의논한 결과 법정관리에 가면 물류대란이 난다고 보고받았고, 어떤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채권단을 설득했다. 하지만 제가 부족해 설득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 한진이 알짜 자산을 모두 사들였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한진해운이 자금이 급한 상황에서 터미널 등을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아 연관산업을 하는 ㈜한진이 사들인 것”이라며 “제3자 평가에 따라 적정 가격으로 매입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한진그룹이 미르재단 등에 10억원을 출연한 것과 관련해서는 “당시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서의 업무에 집중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는 입장을 취했다. 전결권을 가진 대한항공 사장으로부터 전경련의 제안을 들었고, 재단의 목적이 좋아 투자했다는 보고만 들었다는 설명이었다.


한편, 올해 8월 조양호 회장의 개인전용기 용도로 항공기를 최소 800억여원 들여 사들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각각 12~16석 규모의 비즈니스 전세기를 적어도 5대 보유중이다. 민간기업에 전세기로 임대하기 위한 용도다. 이 가운데 지난 8월 도입한 G650(등록부호 HL8068)은 지난달까지 41회 훈련비행만 한 것으로 나타났다. G650ER은 비즈니스 항공기 제조로 유명한 걸프스트림의 최고급 기종으로 최소 800억원, 내부 인테리어 등 옵션에 따라 그보다 비쌀 수 있다. 8월은 한진해운 채권단이 한진그룹에 지원책을 요구하고 신규자금 지원불가를 결정했던 시기다.


이에 대한항공 측은 “G650은 지난 2008년 개발계획 발표 시 주문해 올해 8월 도입한 것”이라며 한진해운이 급박하던 시기 주문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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