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승계를 앞둔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29일 발표했다.
그 방안으로 ‘지배구조 개편의 마법’으로 불리는 인적분할(人的分割)이라는 카드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될 경우 ‘자사주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적분할의 핵심은 자사주에 있다. 자사주는 원래 의결권이 없다. 하지만, 인적분할을 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삼성전자홀딩스와 삼성전자사업회사는 별개 법인이기 때문에 삼성전자홀딩스가 보유한 삼성전자사업회사의 자사주 의결권이 살아난다.
자사주 비중이 13.15%인 삼성전자가 인적분할할 경우, 삼성전자홀딩스가 삼성전자사업회사의 자사주 13.15%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삼성전자사업회사에 대한 삼성전자홀딩스의 지배력은 한층 강화된다.
최순실 게이트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논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가 서둘러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는 배경도 주목된다.
현재 국회에는 인적분할 시 자사주의 권리를 제약하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된 상태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대기업이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회사를 분할하려면 반드시 자사주를 미리 소각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외에도 ‘회사를 분할할 때 분할회사 자사주에 분할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상법 개정안과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할 때 양도세 성격의 과세를 가하는’ 법인세 개정안도 발의된 상태다.
‘인적분할 꼼수 방지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 중 하나라도 국회를 통과한다면, 인적분할을 통한 자사주 활용이 어렵게 되고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막대한 비용이 들게 된다.
지난 3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최대 주주는 7.43%를 보유한 삼성생명이고, 삼성물산이 4.18%, 삼성화재가 1.3%를 각각 갖고 있다. 오너가에서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3.55%를 소유하고 있으며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율은 0.59%에 불과하다.
이 부회장은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경영권을 승계(承繼)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지난 10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전자에 인적분할을 요구했을 때 “삼성전자의 가려운 곳을 엘리엇이 긁어줬다”는 평가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 지분 0.62%를 보유한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전자를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지주사를 삼성물산과 합병할 것을 주장했다. 미국 증시 상장과 30조원에 달하는 특별배당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삼성전자지주회사와 삼성물산의 합병을 제외하고 사실상 엘리엇의 제안을 대부분 수용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지주회사 전환 검토를 위해 외부 전문가들과 협업하고 있으며, 검토하는 데는 최소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상훈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기업의 최적 구조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전략, 운영, 재무, 법률, 세제 및 회계측면에서 다양하고 중요한 사안들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 여러 단계에 걸친 장기간 검토 과정이 요구될 수 있다”며 “회사의 사업 구조 검토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장기적 가치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고려해야하는 복잡한 과정이 있어 검토에 6개월 정도 시간이 걸릴 것 같고, 검토가 빨리 끝나면 주주 여러분께 답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삼성전자지주회사와 삼성물산과의 합병 계획이 없다면서 인전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과 이 부회장의 승계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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