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환경노동위원회 간사 김주영 의원(사진)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법률자문서에 따르면, 노동부는 작년 10월 15일과 12월 24일 두 차례 쿠팡CFS의 취업규칙 위법성을 묻는 법률자문을 의뢰했다. 법무법인 모두 쿠팡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의 핵심 쟁점인 ‘리셋’ 규정이 위법하다 판단하고, 조건을 갖춘 일용직 노동자라면 퇴직금 대상자라고 회신했다.
지난 2023년 5월과 2024년 4월 쿠팡CFS는 취업규칙을 변경해 일용직 근로자 퇴직금 지급을 배제하거나 ‘1년 이상 일했어도 4주 평균 주당 근로자 15시간 미만이 포함되면 근로시간이 다시 1일부터 시작’되는 이른바 ‘리셋’ 규정을 추가했다.
이에 당초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일용직 퇴직금을 지급하던 쿠팡CFS가 취업규칙을 개정해 퇴직금 대상을 대폭 축소하면서 전국의 노동청에 ‘퇴직금 미지급 진정‧신고’가 다수 접수됐다. 이에 2024 환노위 국정감사에서 김주영 의원은 쿠팡CFS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대해 지적했다.
국정감사 중 진행된 1차 법률자문 “쿠팡 취업규칙 위법 소지”
작년 10월 10일 국정감사에서 쿠팡 일용직 근로자 퇴직금 미지급 문제(이하 ‘쿠팡 문제’)가 불거지자 고용노동부는 뒤늦은 10월 15일 법무법인 3곳에 <쿠팡 취업규칙의 퇴직급여법 위반 여부>에 대해 질의했다. 바뀐 취업규칙 중 ①일용직은 퇴직금 지급 대상자가 될 수 없다는 규정과 ②1개월의 근로단절 시 계속근로기간이 다시 시작되는 ‘리셋’ 규정 등이 위법의 소지가 있는지 자문을 의뢰했다.
법무법인 3곳 모두 ‘리셋’ 규정 등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①,②번 모두 위법하다고 본 곳은 2곳이다.
A 법무법인은 ‘퇴직급여법 제4조 제1항에 반할 뿐 아니라 근로조건을 법령보다 더 불리하게 규정하여 위법하다고 봄이 상당하다’라고 전했다. 문제가 된 ‘리셋’규정 등에 대해서는 ‘근로자의 퇴직급여 수급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으므로, 해당 취업규칙 또한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B 법무법인 역시 모두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봤다. 특히 리셋 규정 등을 두고 ‘퇴직금을 사전에 포기하는 약정의 하나로 볼 여지가 있어 법적 효력 없음은 물론 근로기준법 및 퇴직급여보장법 위반에 해당한다’라고 강조했다.
C 법무법인은 ①번을 두고 ‘퇴직금 지급 대상자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도 ②번에 대해서는 ‘법에서 정한 기준을 초과하여 법상 퇴직금 지급 대상자를 임의로 제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퇴직급여 수급권을 침해‧제한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2차 법률자문 : 법무법인 5곳 모두 “일용직 근로자도 퇴직금 대상”
고용노동부는 2024년 12월 24일에도 법무법인 5곳에 물류업계 등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의 퇴직금 인정 여부 등에 관해 물었다. 법무법인 모두 일용직 노동자 역시 퇴직금 지급대상이며, 계속근로기간은 사후에 종합적으로 판단돼야 한다는 동일한 의견을 보냈다.
특히 D 법무법인은 ‘일용직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꾸준히 채용을 신청하고 수락되어 출근하는 경우가 이어져 첫 출근 이후로 1년이 경과하였고, 4주 평균 15시간 이상일 경우 퇴직금 지급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전했다.
또한, 모든 법무법인은 일용직 근로계약을 체결했더라도 퇴직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계속근로기간’에 대해서는 근로가 이뤄진 이후에 근로시간의 양태 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법성’ 회신에도 검찰에 공유 안 돼…결국 ‘무혐의’ 처리된 쿠팡
법무법인 8곳 모두 쿠팡CFS의 ‘리셋’ 규정에 대해 위법하다고 봤다. 현행 퇴직급여법보다 불리한 자의적 기준을 만들어 일용직 노동자를 퇴직금 지급대상에서 배제해서는 안 되며, 이는 대법원의 판례와 행정해석 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법률자문 검토에 대한 위법성 회신결과는 검찰에 공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수의 고용노동청은 관할 지청으로 접수된 쿠팡 일용직 근로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무혐의 종결처리 했다. 유일하게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이 쿠팡CFS 본사 압수수색 등 적극적인 수사 끝에 해당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하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은 서울동부지청이 쿠팡 취업규칙을 승인해줬다는 이유로 결국 해당 사건을 ‘혐의없음 등’의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김주영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부터 해당 사건의 수사가 미진할 경우 잘못된 선례가 만들어져 수많은 일용직 노동자들에 불이익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해왔다”라고 밝히며 “만일 당시 쿠팡CFS 취업규칙 위법성 검토에 대한 자료가 공유됐더라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 어려웠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김 의원은 “쿠팡의 수많은 일용직 노동자의 권리가 회복될 수 있도록 이제라도 노동부는 당시 취업규칙의 위법성을 인정하고, 전면 재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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