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청진기만큼이나 익숙한 의료 도구가 되고 있다.
단순한 영상 판독 보조를 넘어 환자의 생존율을 예측하고 최적의 수술 경로를 설계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레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의료 AI 시장 규모는 연평균 37%씩 급성장해 2030년 약 1,870억 달러(한화 약 25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K-의료 AI’, 암세포의 미래를 읽다
국내 의료 AI 기업들은 특정 질환의 진단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암 전이 예측하는 루닛(Lunit)의 AI 솔루션은 암 조직을 분석해 면역항암제가 실제 효과가 있을지를 미리 예측한다.
이는 환자가 불필요한 항암 치료를 피하고 최적의 약물을 선택하게 돕는 ‘정밀 의료’의 핵심이다.
뷰노(VUNO)가 개발한 심정지 예측 AI 뷰노메드 딥카스는 입원 환자의 혈압, 맥박 등 기초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의료진이 미처 발견하기 전, AI가 24시간 내 심정지 위험도를 수치로 제시해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다.
‘말귀 알아듣는’ AI 의사
해외 빅테크들은 생성형 AI와 거대언어모델(LLM)을 의료 행정에 접목하며 ‘디지털 주치의’ 시대를 열고 있다.
의료 특화 언어모델인 구글의 ‘메드팜2’는 미국의사면허시험(USMLE) 합격 수준의 지식을 갖췄다. 환자의 증상을 데이터화하여 의사의 진단을 보조하는 것은 물론, 복잡한 의학 논문을 실시간으로 요약해 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Nuance DAX는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AI가 경청하고 자동으로 진료 기록을 작성한다.
의사가 모니터 대신 환자의 눈을 보며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오진율 20% 감소… 데이터가 증명하는 ‘제2의 눈’
실제 임상 현장에서 AI의 효과는 수치로 드러난다.
지난 2020년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Radiology'를 통해 AI 도입 시 판독 정확도가 최대 20%p 향상된다는 점을 입증한 이후, 2026년 현재 의료 AI는 단순 연구를 넘어 실제 임상 현장의 필수 도구로 자리매김했다.
AI는 지치지 않고 수만 장의 영상을 스캔하며 인간 의사가 놓칠 수 있는 미세한 병변을 먼저 찾아내는 ‘안전 장치’ 역할을 수행한다.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현실적 과제들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여전히 법적·제도적 산이 높다.
업계 전문가들은 다음의 세 가지 과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먼저 건강보험 수가 체계 편입할지 부터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병원 입장에서 비용 보전이 되지 않으면 도입이 어렵다.
정부가 2023년 12월부터 AI 진단 기술에 대해 '혁신의료기술'로 건강보험 임시 등재를 시작했지만, 기존 판독료의 약 10% 수준에서 제품별 수가가 책정돼, 수가 적용이 확대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또 AI의 판단 오류로 의료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이 의사에게 있는지 아니면 AI 개발사에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선이 필요한 법적 가이드라인 부재이다.
마지막으로 병원마다 제각각인 의료 데이터 형식을 통일해 AI가 원활하게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 고속도로’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AI가 의사를 대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AI를 쓰는 의사가 쓰지 않는 의사를 대체할 것"이라고 답한다.
인공지능은 단순 반복 업무와 복잡한 계산을 맡고, 인간 의사는 환자와의 정서적 교감과 최종적인 가치 판단에 집중하는 ‘하이브리드 의료’가 미래 병원의 표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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