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이 정치 진출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축구협회장 도전이 장기적으로 정치권 진출을 염두에 둔 포석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가(家)
28일 재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현대가의 정치 도전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 명예회장은 1992년 통일국민당을 창당하고 대선에 직접 출마했다. 재벌 총수가 대통령 선거에 뛰어든 전례 없는 사건이었다.
결과는 낙선이었지만 현대가가 기업을 넘어 국가 경영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아들 정몽준 전 의원도 정치권에 진출해 국회의원을 지냈고 대선 후보로 나섰다. 이후 노무현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지지 철회라는 정치적 결정을 내리면서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정주영과 정몽준 모두 대통령이라는 최종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현대가의 정치적 도전 DNA는 뚜렷했다. 이 때문에 정기선 회장의 축구협회장 도전설을 바라보는 시선도 남다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정기선 회장의 행보를 정치 진출과 직접 연결하는 것은 성급하다”면서도 “현대가가 과거부터 기업 경영뿐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큰 역할에 관심을 보여온 만큼 축구협회장이라는 자리를 통해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축구협회장 자리가 가진 대중적 영향력도 관측의 배경이다. 축구는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국민 스포츠 가운데 하나다. 특히 월드컵은 기업 총수에게 쉽게 얻기 어려운 전국적인 인지도와 상징성을 제공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이 대표적이다. 당시 대한축구협회장을 맡았던 정몽준 전 의원은 월드컵 4강 신화를 계기로 국민적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축구 행정가 이미지가 정치인으로서의 존재감과 결합하면서 정치적 영향력도 커졌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정몽준 전 의원의 사례 때문에 현대가 인사가 축구협회장에 도전하면 정치적 해석이 따라붙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다만 축구협회장에 도전하는 것과 정치권에 진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에 뜻이 있다면 스포츠 행정을 통해 국민적 평가를 먼저 받는 것도 하나의 경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기선 회장에게 축구협회장은 정치권 직행보다 부담이 적은 무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인은 처음부터 각종 이해관계와 논란에 노출되지만, 축구협회장은 성과로 평가받을 여지가 크다. 한국 축구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기업인 정기선’과는 다른 국민적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정기선 회장이 실제로 축구협회장에 도전한다면 중요한 것은 결국 성과”라며 “한국 축구를 혁신하고 월드컵에서 국민적 성과를 낸다면 개인의 대중적 인지도 역시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삼성가와 현대가의 차이도 주목한다. 삼성가는 정치권 직접 진출보다는 기업 경영과 글로벌 사업에 집중해온 반면 현대가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대선 출마와 정몽준 전 의원의 정치 활동을 통해 기업가 집안 구성원이 직접 정치 무대에 뛰어든 전례가 있다. 현대가에서 정치와 공공 영역은 반드시 금기시된 분야가 아니었던 셈이다.
물론 정기선 회장이 축구협회장에 도전한다고 해서 정치권 진출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HD현대의 미래 사업을 이끌어야 하는 총수로서 한국 축구 발전에 기여하려는 선택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하지만 만약 정 회장이 축구협회장을 맡아 협회 개혁과 대표팀 경쟁력 강화에 성공하고 월드컵에서 다시 한번 국민적 열광을 만들어낸다면 그의 행보를 단순한 스포츠 행정으로만 보기는 어려워질 수 있다.
정주영은 대선에 직접 뛰어들었고, 정몽준은 축구협회장과 정치인을 거쳐 대선에 도전했다. 정기선 회장이 실제 정치권을 선택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축구협회장 도전이 현실화한다면 ‘현대가 3대의 정치 DNA’라는 해석은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크다. 기업 총수로 정치권에 직행하는 대신 축구라는 국민적 무대를 선택하고, 축구협회장을 거쳐 국민적 신뢰를 쌓는 방식이다.
결국 정기선 회장의 축구협회장 도전이 한국 축구를 위한 것인지, 현대가가 과거 이루지 못한 정치적 꿈과 연결된 것인지는 시간이 지나야 드러날 전망이다. 다만 정주영과 정몽준에 이어 정기선까지 축구와 정치의 경계에 서게 된다면, 현대가의 ‘정치 DNA’가 다시 한번 재계와 정치권의 관심사로 떠오를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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