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환경=안영준 기자] 직장인 A씨는 퇴근길 스마트폰 앱을 켜고 습관적으로 옷을 고른다. 티셔츠 한 장에 5,000원, 후드티 한 벌에 12,000원. 점심 한 끼 값도 안 되는 가격에 홀려 장바구니를 가득 채운다. ‘한 철만 입어도 본전’이라는 생각은 이제 현대인의 보편적인 소비 공식이 됐다.
하지만 이 가벼운 클릭 뒤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환경 비용이 숨어 있다. 유행 주기를 극단적으로 줄인 이른바 울트라 패스트 패션이 전 세계 환경을 멍들게 하고 있다.
패션계는 계절별로 신상품을 내놓는다. 최근에는 초저가 커머스 기업들이 인공지능 등을 동원해 매일 수천 개의 신제품을 쏟아내기 바쁘다. 그리고 이 속도를 맞추기 위해 사용되는 주재료는 폴리에스터다.
석유에서 추출한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터는 가격이 저렴하지만 분해되는 데 수백 년이 걸린다. 또한 세탁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 플라스틱은 정수 시설 등으로 걸러지지 않은 채 바다로 흘러가고 해양 생태계를 파괴한다. 우리가 저렴한 옷을 한 번 세탁할 때마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고 있는 셈이다.
더욱 큰 문제는 옷이 버려진 이후다. 누군가는 헌 옷 수거함에 옷을 버렸기 때문에 환경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헌 옷 수거함에 넣은 옷들이 모두 필요한 이들에게 전달될 것이라는 믿음은 착각에 가깝다고 한다. 국내에서 배출된 중고 의류 중 재판매되는 비율은 극히 일부라고 한다. 나머지 막대한 양의 옷은 아프리카나 남미의 저개발 국가로 수출된다.
아프리카 가나 등지로 보내진 옷의 40%는 품질 미달로 즉시 쓰레기장에 던져진다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밀려드는 옷들은 거대한 옷 무덤을 형성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메탄가스와 염색약 독소는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킨다. 선진국의 값싼 유행이 개발도상국의 환경 재앙으로 전이되는 구조다.
이제는 친환경 소재를 찾는 수준이 아니라 적게 사고 오래 입는 본질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최근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안 입는 옷을 수선해 입는 리페어 문화나 옷을 사기 전 ‘이 옷을 최소 30번 이상 입을 것인가?’라고 묻는 캠페인이 확산하고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기업에 재생 원사 사용을 강제하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소비자가 옷을 일회용품처럼 소비하는 습관을 버리지 않는 한 환경 파괴의 속도를 늦출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처럼 옷장은 단순히 옷을 보관하는 곳이 아니라 우리의 가치관이 머무는 곳이다. 오늘 우리가 선택한 5,000원짜리 티셔츠는 우리의 또 지구 반대편의 강물을 검게 물들인 결과물일지 모른다. 진정한 멋은 매일 바뀌는 새 옷이 아니라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옷을 당당하게 입는 지속 가능한 태도에서 시작될 것이다.
사진=언스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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