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희의 문화 칼럼] 이제는 절도가 되는 사라진 서리 문화

이광희 칼럼니스트 기자 발행일 2026-08-17 16:16:57 댓글 0
▲ 이광희 문화 칼럼니스트
 

'서리'의 사전적 의미는 곡식이나 과일을 훔쳐 먹는 '장난'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말 그대로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장난이다. 물론 장난도 그 도가 지나치면 문제가 될 수 있고 혼이 나지만 그렇다고 그것으로 인해 처벌받는다거나 실형받는 등 범죄자로 몰리지는 않는다. 필자도 어렸을 때 시골에서 배 서리도 해봤고 가을에 잘 익은 밤 같은 경우에는 친구들과 자주 따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요즘에 예전 기억만 떠올리며 무심코 남의 감이나 사과나 복숭아를 생각 없이 따서 한입 물었다가는 몇 배에서 심지어는 몇십 배를 배상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심하면 절도범으로 경찰서까지 가게 되는 경우도 있다.


2년 전의 일이다. 시골에 땅을 보려 온 사람이 잘 익은 감을 하나 땄는데 같이 온 일행도 대수롭지 않게 하나 땄다가 주인이 보고 신고하여 경찰서로 끌려가는 일이 있었다. 얼핏 보면 시골 인심이 야박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자초지종을 알고 보니 며칠 전부터 누군가가 감을 따서 훔쳐 가는 바람에 주인이 벼르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외지인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감을 땄다가 마침 주인이 보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그래서 이전에 있던 일까지 전부 책임져야 할 상황이 된 것인데, 하지만 멀리서 땅을 보러 처음 왔다는 것이 해명돼서 약간의 배상만 하고 잘 마무리가 된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러므로 요즘에는 옛 추억을 떠올리며 탐스럽게 익었다고 해서 남의 집 과실을 아무 생각 없이 하나 덥석 잡아서 땄다가는 바로 경찰차에 실려 가는 낭패를 당하고 만다. 그래서 필자가 농작물 관련해서 전국적으로 연간 크고 작은 절도 사건을 조사해 봤는데 <경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연간 약 800건 이상이나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그렇다면 위의 내용이 전부 절도 사건일까?

필자가 너무 궁금해서 판례도 찾아보고 자세하게 알아본 결과로는, 지나가다 하나를 따서 그 자리에서 곧바로 먹으면 불가벌적 행위로 보고 처벌까지는 가지 않았다. 즉 매우 가벼운 것으로 간주하고 훈방 조치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하나를 따서 먹고 또 하나를 따서 호주머니나 봉지에 담으면 법적 의미가 완전하게 달라지는데, 이렇게 되면 절도죄(형법 제329조)로 형사 입건이 되어 무조건 경찰 조서를 받는다. 또한 과실을 따는 과정에서 옆에 일행이 같이 동참했거나 혹은 야간에 했을 때는 “특수절도”에 해당하고 게다가 손으로 했는지 아니면 가위나 니퍼 같은 도구를 사용했는지에 대해서 법리적 해석을 완전하게 달리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단 한 개라도 남의 것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우리가 못 사는 시절에 “서리”는 주변에 있는 사람과 나누어 먹는다는 의미로 크게 뭐라고 하지 않았다. 물론 너무 많이 가져가거나 과일나무를 상하게 하면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그렇지 않으면 주인이 인심(人心) 쓰고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 게 세상살이였다. 하지만 요즘은 세상이 갈수록 흉흉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그런 것인지 “서리”는 고사하고 주차하는 것 하나 가지고도 서로 언성을 높이고 싸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필자가 서리 문화에 대해서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올여름에는 유난히 주변에서 자두와 복숭아를 많이 가져다줘서 어렸을 때 서리하던 기억이 떠올라 몇 자 적게 되었다.

세상이 풍요로워지고 살기 좋아진 것처럼 사람들의 마음도 예전처럼 너그럽게 인심을 쓰며 살아가는 세상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마친다.

이광희 칼럼니스트 기자 yoshinkan_kr@naver.com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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