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에 갇힌 용산 주택공급… 전문가들이 묻는다, “10년 뒤 서울은 안중에도 없는가”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08-29 00:18:36 댓글 0

정부의 부동산 공급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반복되는 잔혹사가 있다. 바로 '숫자 맞추기식 물량 공세'다. 공급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서울의 핵심 미래 거점이자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 용산을 전면에 내세우는 정책 타성(慣性)이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27일 서울특별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차인영 의원(국민의힘·영등포3)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상대로 던진 일갈은 묵직했다. “주택공급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서울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라는 지적은, 숫자에 매몰되어 도시의 장기적 가치를 훼손하려는 공급 지상주의에 던지는 경종이자 현장 전문가들의 오랜 우려와 정확히 궤를 같이한다.

 
주택 및 도시계획, 교통 전문가들 역시 용산을 향한 무리한 주택공급 방안에 심각한 경고등을 켜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서울이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축이다. 당초 6천 호 계획에서 정부안 1만 호, 서울시 검토안 8천 호 등 주거 비중을 억지로 늘리면 마이스(MICE) 및 산업 인프라 부지가 축소되어 도시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더욱이 용산공원 및 주변 부지의 토양오염 정화와 기반시설 구축 시차를 고려하면 당장 빠른 공급은 불가능하며, 정밀한 공정 산정 없는 숫자는 시장에 착시만 줄 뿐이다.

 도심 교통망 동반 마비와 광역교통 대책은, 용산 일대는 강남·여의도·도심을 잇는 서울의 핵심 교통 축이지만, 이미 평시에도 극심한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구간이다. 기존 6천 호를 기준으로 수립된 광역교통개선대책(3조 5,000억 원 규모)조차 용산 일대 진출입 도로 용량을 겨우 감당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세대수를 수천 호 이상 추가할 경우, 아무리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해도 한강대로와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등 인근 주요 간선도로까지 연쇄적인 교통 마비를 피할 수 없다.

주거 세대수 증가는 곧 학령인구의 급증을 의미한다. 하지만 용산 도심 한복판에 학교 신설 부지를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난제에 가깝다. 주택만 들어서고 교육·교통 인프라가 따라주지 않는다면 입주 후 심각한 난개발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공원을 지키자”는 원칙론이나 비판에만 머무르는 것도 책임 있는 행정의 자세가 아니다. 차 의원의 지적대로, 정부의 현실성 없는 밀어붙이기에 맞서려면 서울시 역시 ‘어디에, 얼마나, 언제’ 공급할 것인지에 대한 다각적인 실현 가능 대안(유휴부지 활용, 정비사업 용적률 완화 등)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주택 공급 확대와 도시의 미래가치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당장의 공급 실적에 눈이 멀어 한번 훼손하면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도심 녹지와 미래 성장 동력, 교통 인프라를 지워버려서는 안 된다. 10년, 20년 뒤 서울의 도시 경쟁력과 주거 안정을 동시에 달성할 ‘원칙 있는 도시·주택 Policy’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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