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좋아하는 배우의 출연 여부가 작품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원작과 창작진, 제작 배경, 역사적 맥락까지 관심을 넓히는 관객층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공연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해석하고 이해하려는 움직임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세종문화회관 세종아카데미는 오는 9월 3일부터 '뮤지컬의 탄생 - 유럽뮤지컬, 역사와 문화의 향연' 강좌를 진행한다. 강좌는 10월 29일까지 매주 목요일 총 8회에 걸쳐 운영되며, 오스트리아·독일·프랑스를 중심으로 발전한 유럽 뮤지컬의 흐름을 살펴본다.
이번 강좌는 2024년 가을학기에 처음 개설된 이후 꾸준히 이어져 온 프로그램이다. 이번이 다섯번째로 뮤지컬 애호가들의 지속적인 관심 속에 정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강의를 맡은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고희경 교수는 예술의전당과 디큐브아트센터 등을 거쳐 현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극장장과 한국뮤지컬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공연기획과 제작, 연구, 교육 현장을 두루 경험한 고 교수는 뮤지컬 작품을 단순히 줄거리와 음악으로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이 탄생한 시대적 배경과 문화적 맥락을 연결해 입체적으로 해석하는 강의로 호평을 받아왔다.
특히 이번 강좌의 특징은 작품 자체를 소개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첫 강의에서는 빈 뮤지컬의 대표작인 <엘리자벳>을 통해 오스트리아 뮤지컬의 정수를 살펴본다. 이어 <더 라스트 키스>와 <모차르트>를 통해 합스부르크 왕가와 천재 음악가의 삶이 어떻게 무대 위 서사로 재탄생했는지 살펴보고, <레베카>와 <몬테크리스토>, <드라큘라>를 통해 유럽의 문학과 역사와 전설이 뮤지컬이라는 장르 안에서 어떻게 재해석됐는지 짚어본다.
강좌 후반부에는 프랑스 뮤지컬을 대표하는 <벽을 뚫는 남자>와 <노트르담 드 파리>를 통해 프랑스 뮤지컬 특유의 음악적 감성과 서사 구조를 살펴보며 유럽 뮤지컬의 흐름을 정리한다.
뮤지컬 관객들에게는 모두 익숙한 작품들이다. 그러나 작품을 보는 것과 작품을 이해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경험이다. 왜 빈 뮤지컬이 역사적 실존 인물을 즐겨 다루는지, 왜 프랑스 뮤지컬은 브로드웨이와 다른 음악적 문법과 무대 언어를 발전시켰는지 이해하는 순간 작품은 이전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실제로 재수강생도 적지 않다. 첫 과정부터 모든 강좌를 수강했다는 직장인은 "뮤지컬을 좋아해서 공연은 많이 봤지만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적 배경이나 문화적 맥락은 잘 모르고 있었다"며 "강의를 듣고 난 뒤에는 같은 작품을 다시 봐도 전혀 다른 공연처럼 느껴질 정도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고 전했다.
자신을 '뮤덕(뮤지컬 애호가를 뜻하는 신조어)'이라고 소개한 또 다른 수강생은 "좋아하는 배우를 따라 공연장을 찾던 관람 방식에서 벗어나 작품과 창작자의 의도를 읽게 됐다"며 "뮤지컬을 즐기는 방식이 한 단계 더 깊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과정은 전체 8회 강좌를 모두 수강할 수도 있지만, 관심 있는 작품이나 주제를 선택해 회차별 수강도 가능하다. 특정 작품을 좋아하는 관객이나 처음 공연 인문학 강좌를 접하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셈이다.
공연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한국 뮤지컬 시장의 성숙 과정으로 바라본다. 관객들이 단순히 공연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작품의 배경과 창작 의도, 시대적 맥락까지 이해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무엇을 볼 것인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공연을 보는 시대를 넘어 작품을 읽고 해석하는 시대로, 관객의 관심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정민오 기자 daily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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