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산다고 기름값 폭탄 맞는데, 도시가스 들어와도 더 비싸다니…” 농촌의 깊어지는 난방 한숨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09-26 11:45:17 댓글 0
배관 안 닿아 등유·LPG 의존, 들어와도 수도권보다 7% 비싼 구조적 역차별
 [데일리환경= 안상서 기자]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농어촌 주민들의 하루는 난방비 걱정으로 시작된다. 가스 배관망이 닿지 않아 값비싼 실내등유나 용기형 LPG로 한겨울을 버텨야 하는 데다, 막상 배관이 들어온 면·리 단위 마을이라 해도 대도시보다 더 높은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에너지 역차별’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별 도시가스요금 (소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충북 충주)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도시가스 보급률이 50%를 밑도는 기초지방자치단체가 60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12곳으로 가장 많았고 강원·경북 각 10곳, 경남 9곳, 전북 7곳, 충남 6곳 순이었다. 미보급 지자체 60곳 중 57곳(95.0%)이 비수도권이었으며, 49곳(81.7%)이 군(郡) 지역에 집중됐다. 사실상 도시가스 미공급에 따른 생활 불편과 비용 부담이 고스란히 농어촌 주민들에게 전가되는 실정이다.
▲도시가스사별 공급권역 및 보급률 50% 미만 지역



농촌 소비자들을 옥죄는 것은 열악한 인프라 보급률에 그치지 않는다. 배관망이 닿은 극히 일부 농어촌 지역마저 대도시보다 가스 요금이 더 비싼 이중고를 겪고 있다.

 산업부의 ‘지자체별 도시가스 소매요금(주택용 개별난방)’ 분석 결과에 따르면, 보급률 50% 미만 60개 지역의 평균 요금은 24.17원/MJ로 수도권(서울·인천·경기) 평균(22.55원/MJ)보다 7.2% 높았다. 지역별로는 제주가 27.06원/MJ로 서울(22.53원/MJ)보다 20.1%나 비쌌고, 강원 영동권(25.03원/MJ)과 경남 서부권(24.78원/MJ) 역시 각각 11.1%, 10.0% 높게 책정됐다.
▲도시가스사 현황 (출처 : 도시가스 협회)

이러한 가격 차이는 소매공급비용 산정 구조에서 비롯된다. 배관 1㎞당 수요가가 465가구에 달하는 수도권과 달리, 주택이 넓게 분산된 농어촌은 290가구로 수도권의 62% 수준에 불과하다. 배관 투자비 대비 가구 수가 적다는 이유로 소득 수준이 낮은 농촌 주민들에게 더 높은 단위당 공급비용이 고스란히 전가되는 구조다.

 
농촌 현장에서는 시장 논리에 치우친 에너지 공급 정책에 대해 깊은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강원도의 한 농촌 지자체 관계자는 “농촌은 고령 인구가 대부분이라 겨울철 난방이 생명과 직결되는데도, 배관이 안 들어와 기름보일러나 LPG 통을 배달시켜 쓰느라 한 달에 수십만 원씩 깨지는 가구가 부지기수”라며 “배관이 들어와도 가스비가 도시보다 비싸니, 주민들 사이에선 ‘시골 산다는 이유로 난방비 벌금을 무는 격’이라는 탄식이 쏟아진다”고 토로했다.

충남 지역의 한 농협 관계자 역시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민간 도시가스사에만 배관 매설을 맡겨두면 농촌 지역의 소외는 영원히 해결될 수 없다”며 “도시가스 인프라를 단순한 상업 시설이 아닌 도로·수도와 같은 필수 공공재로 보고, 배관 설치비와 인입 분담금에 대한 중앙정부 차원의 과감한 재정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공급을 책임지는 민간 도시가스사의 배관 투자액은 2023년 5,857억 원에서 2024년 5,447억 원, 2025년 5,243억 원으로 2년 사이 10.5% 줄어들어 농촌의 가스망 확대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이종배 의원은 “도시가스는 국민 누구나 누려야 할 최소한의 기본 복지”라며 “보급률이 낮은 농어촌 주민들이 도시가스가 없어 비싼 대체 연료를 쓰고, 배관이 들어와도 도시보다 더 비싼 요금을 무는 불합리한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국가적 전력 수요 폭증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가정용 난방·취사 에너지는 가스가 분담해 줘야 한다”며 “정부가 농어촌 등 미보급 지역의 배관망 확충을 위한 국비 지원을 대폭 늘려 실질적인 에너지 격차 해소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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