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 연말 ‘매우 강한’ 수준 전망…아태 가뭄·폭염·홍수 위험 확대

유승철 기자 발행일 2026-10-03 21:56:11 댓글 0
WMO, 2027년 2월까지 지속 가능성 ‘거의 100%’…NOAA도 매우 강한 이벤트 90% 이상
식량·농업 충격은 2027년까지 이어질 수 있어…지역별 영향 달라 선제대응 중요
[데일리환경=유승철 기자] 적도 태평양의 엘니뇨가 빠르게 강해지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가뭄과 폭염, 홍수 위험에 대한 경계가 커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9월 3일 엘니뇨가 이미 확립됐으며 올해 말 ‘매우 강한’ 수준으로 정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27년 2월까지 엘니뇨가 지속될 가능성은 거의 100%로 제시됐다. 다만 WMO는 엘니뇨가 강하다고 해서 모든 지역에서 같은 종류와 규모의 재난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 세계기상기구(WMO)가 2026년 9월 ‘매우 강한’ 엘니뇨 전망 보도자료에 사용한 바다 이미지 (출처 : 세계기상기구(WMO))

WMO 관측에서 중·동부 적도 태평양의 니뇨 3.4 해수면 온도 편차는 5~7월 평균 평년보다 1.5도 높았고 7월에는 2.0도까지 올라갔다. 7월 말부터 8월 중순 사이 주간 값은 2.2~2.6도 높게 나타났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기후예측센터도 9월 전망에서 올해 가을과 겨울에 ‘매우 강한’ 엘니뇨가 될 가능성을 90% 이상으로 봤다. 특히 10~12월 3개월 상대해양니뇨지수(RONI)가 2.5도 이상이 돼 1950년 이후 기존 엘니뇨의 강도를 웃도는 수준이 될 가능성을 75%로 제시했다.

아시아·태평양에서 주목할 점은 ‘강도’보다 지역별 노출 정도다. WMO는 엘니뇨의 영향이 계절과 지역에 따라 달라지고 인도양과 대서양의 상태 같은 다른 기후 요인에 의해 강해지거나 약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호주 기상청의 10~12월 전망은 서부의 상당 지역과 이후 퀸즐랜드·뉴사우스웨일스 일부에서는 평년보다 많은 비가 예상되는 반면 북부와 남동부 일부는 건조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기온은 호주 거의 전역에서 평년보다 높을 가능성이 제시됐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1일 아시아·태평양의 농업과 식량안보 충격이 엘니뇨의 해수면 온도가 정점을 지난 뒤에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동남아시아 대륙부에서는 과거 엘니뇨의 영향이 두 번째 해인 2~5월에 두드러졌으며, 건조한 날씨와 물 부족, 작물 피해, 산불과 극심한 더위가 2027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WMO도 엘니뇨의 기후 영향이 해수면 온도 정점 이후에 더 뚜렷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미 건조와 산불 위험이 현실화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기상기후지구물리청(BMKG)은 8월 초 분석에서 니뇨 3.4 해수면 온도 편차가 2.77도로 ‘매우 강한’ 엘니뇨 수준이라고 평가했고, 국토의 90.79%에서 열흘간 강수량이 ‘낮음’으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산림부는 8월 30일 밤 기준 고신뢰도 핫스폿 946개를 집계했으며 칼리만탄과 수마트라 등에서 산불 대응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림부는 핫스폿이 곧바로 실제 화재를 뜻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연기로 대기질과 시정이 악화됐다.

산불 증가를 엘니뇨 하나의 결과로 단정할 수는 없다. NASA 지구관측소는 9월 1일 촬영한 위성자료를 분석하면서 엘니뇨가 인도네시아의 강수량을 줄이는 경향이 있고, 양(+)의 인도양다이폴이 함께 나타날 때 건조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인도네시아의 이탄지 배수와 토지 이용, 화재 점화 같은 지역 요인도 산불의 규모를 좌우한다. 이는 같은 엘니뇨 아래에서도 재난의 종류와 피해 규모가 지역마다 달라지는 이유를 보여준다.

식량안보도 주요 위험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세계식량계획(WFP), WMO 등이 공동으로 낸 아시아·태평양 분석은 엘니뇨와 중동발 연료·비료·식품가격 충격이 겹칠 경우 일부 모니터링 국가에서 급성 식량불안을 겪는 인구가 820만명 추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직 광범위한 영향이 모두 현실화한 것은 아니지만 가장 심각한 농업·식량안보 충격이 2026년 말과 2027년에 나타날 수 있어 준비할 시간이 빠르게 줄고 있다는 판단이다.

대응의 핵심은 엘니뇨라는 이름만으로 재난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 계절예보를 실제 의사결정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WMO는 각국 기상·수문기관의 지역 예보와 경보를 공식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UNDP는 물 관리와 농업 일정 조정, 취약계층 사회보호, 사전 재원 확보와 구호물자 배치 등을 조기에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강한 엘니뇨 자체는 자연적인 기후현상이지만, 피해 규모는 어느 지역에 어떤 위험이 언제 겹치고 사회가 얼마나 준비돼 있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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