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임대주택 수선비 연 1.6조 원 육박…전관업체 입찰 배제는 여전히 '사각지대'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10-12 12:16:30 댓글 0
향후 10년간 노후 임대주택 15만 호 증가 전망…유지보수 계약 투명성 확보 시급
[데일리환경=이정윤 기자]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임대주택 유지보수 비용이 연간 1조 6천억 원에 육박하고 있지만, 정작 유지보수공사를 수주하는 업체에 대한 전관 관리와 계약 검증체계는 여전히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 임대주택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막대한 유지보수 예산이 투입되는 공사 계약의 투명성과 예산 집행의 적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향후 10년간 노후 공공임대주택 증가 전망

특히 LH가 설계·감리 분야에 적용하고 있는 전관업체 입찰 배제 기준을 유지보수공사에는 적용하지 않고 있어 제도 개선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의 노후화에 따른 수선비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계약업체 선정과 공사비 산정, 시공 품질에 대한 관리체계를 전반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복기왕 의원(충남 아산갑)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6년 8월까지 임대주택 유지보수 처리 건수는 총 448만 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투입된 수선비는 6조 2,170억 원에 달했다.
▲최근5년간 임대주택 유지보수 처리 건수 및 수선비 현황

연간 유지보수 처리 건수는 평균 100만 건에 가까운 수준이다. 최근 3년간 수선비도 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노후 임대주택이 늘어날수록 LH의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유지보수 비용 증가 자체보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공사 계약을 얼마나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는지에 있다.

LH는 2023년 철근 누락 사태 이후 퇴직한 지 3년 이내인 전직 직원이 재직하는 업체를 설계·감리 공사 입찰에서 배제하는 기준을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 1조 4천억 원이 넘는 규모의 유지보수공사는 해당 기준에서 제외됐다.

결국 설계·감리 분야에서는 전관업체의 입찰 참여를 제한하면서도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유지보수공사에서는 동일한 수준의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제도적 차이는 LH가 전관 특혜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개선책이 일부 사업에만 적용되는 한계를 보여준다.

물론 전관 출신 인력이 재직한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업체의 계약이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공공기관 퇴직자의 재취업 여부조차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입찰 과정의 공정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실제로 LH는 유지보수업체 평가에서 상위 5%에 해당하는 우수업체를 선정해 2년간 계약 연장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2024년 6월 이전에 선정된 우수업체에 대해서는 LH 전관 출신 인력의 재직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우수업체 선정과 계약 연장 과정에서 전관 출신 인력이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관련 정보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관리체계의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특히 별도의 신규 경쟁 절차 없이 계약 연장 혜택이 부여되는 경우라면 평가 기준과 선정 과정, 이해충돌 가능성에 대한 검증은 더욱 엄격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

LH 퇴직 간부들의 재취업 현황 관리 역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LH가 제출한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사실 신고 내역에 따르면 2021년 이후 2급 이상 퇴직자 20명이 대형 엔지니어링사와 건설사, 용역업체 등에 재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LH는 3급 이상 퇴직자의 실제 재취업 여부를 포괄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법령에 따른 취업 신고·심사 대상과 LH가 자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퇴직자 재취업 정보 사이에 관리 공백이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관업체 입찰 배제 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퇴직자 재취업 현황과 계약업체의 인력 구성 등을 적법한 범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관리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주택 전문가 관점…“노후주택 수선비 증가보다 중요한 것은 예산 집행의 효율성”

주택 유지관리 분야에서 이번 사안을 살펴보면 노후 임대주택 증가에 따른 재정 부담과 계약 관리의 투명성이라는 두 가지 문제가 동시에 드러난다.

공공임대주택은 일반 공동주택과 달리 공공기관이 장기간 유지관리 책임을 부담하는 구조다. 따라서 주택 노후화가 진행될수록 급배수 설비와 방수, 외벽, 승강기 등 주요 시설의 보수·교체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특히 향후 10년간 노후 임대주택이 약 15만 호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존의 고장 발생 후 수리하는 방식만으로는 유지보수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울 수 있다.

주택 유지관리의 전문적 관점에서는 단순한 수선 건수나 예산 집행 규모보다 주택별 노후도와 시설 상태, 반복 고장 발생률, 공사 이후 하자 재발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동일한 유형의 수선공사라도 지역과 단지 규모, 건축연도, 공사 난이도에 따라 비용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 표준 공사비와 실제 계약금액을 비교하는 검증체계가 필요하다.

유지보수 비용이 증가했다는 사실만으로 예산 낭비가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수선비 증가 원인이 노후화에 따른 필수 지출인지,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에 따른 것인지, 반복 보수나 계약 구조의 비효율에서 비롯된 것인지 구분해 분석해야 한다.

특히 공공임대주택은 저소득층과 주거 취약계층의 생활 안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설인 만큼 무조건적인 유지보수 예산 축소보다는 적정 비용으로 필요한 수선을 제때 시행하는 관리체계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LH는 단지별 장기수선계획과 실제 수선 실적을 연계하고, 반복적으로 고장이 발생하는 시설에 대해서는 부분 보수와 전면 교체의 경제성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유지보수업체의 계약금액뿐 아니라 시공 품질과 하자 발생률, 입주민 만족도 등을 평가해 계약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도 검토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공사비를 줄이는 차원을 넘어 임대주택의 주거 품질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유지관리 비용을 안정화하기 위한 과제다.

 “철근 누락 사태 이후에도 유지보수 계약은 왜 예외인가”

이번 자료에서 주목할 부분은 LH가 전관 특혜 논란을 해소하겠다며 입찰 배제 기준을 마련하고도 대규모 유지보수공사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점이다.

LH는 2023년 철근 누락 사태 이후 설계·감리 분야의 전관업체 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유지보수공사에서는 여전히 전관업체의 참여 여부를 충분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연간 1조 원을 훌쩍 넘는 유지보수 예산이 집행되는 만큼 계약 규모와 반복성, 업체 선정 구조 등을 고려한 별도의 관리대책이 요구된다.

특히 유지보수공사는 신규 주택 건설과 달리 기존 주택의 시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특성이 있어 동일 업체와 장기간 계약 관계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계약 구조에서는 특정 업체에 대한 계약 집중 여부와 평가 과정의 공정성, 계약 연장 기준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LH가 과거 우수업체의 전관 재직 여부조차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은 계약 관리에 필요한 기초 정보 확보가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를 드러낸다.

공공기관의 계약 투명성은 부정행위가 적발된 이후에만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이해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확인하고 예방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따라서 LH는 유지보수공사를 전관 관리의 예외로 남겨둘 것이 아니라 설계·감리와의 업무 특성 차이를 고려하면서도 계약 전반의 이해충돌 방지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계약업체별 수주 규모와 계약 연장 횟수, 우수업체 선정 사유, 공사비 적정성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복기왕 의원은 "LH 노후 임대주택과 수선비가 빠르게 증가해 유지보수공사 계약의 투명한 관리가 중요하다"며 "LH가 연간 1.6조 원이 넘는 유지보수 공사 계약의 계약업체 전관 여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계와 감리에 한정된 전관업체 입찰 배제 기준을 유지보수공사와 용역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며 "LH가 노후 임대주택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유지보수 공사 계약의 투명성을 높여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LH 임대주택 유지보수 문제는 단순한 시설 관리 차원을 넘어 공공기관의 예산 운용과 계약 공정성, 서민 주거 안정이 맞물린 사안이다.

노후 임대주택이 늘어날수록 유지보수 예산 확대는 불가피할 수 있지만, 예산 증가에 상응하는 계약 검증과 시공 품질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공공재정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LH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유지보수 예산을 얼마나 집행했는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예산이 적정한 계약 절차를 거쳐 실제 주거환경 개선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입증하는 것이다.

특히 전관업체 관리 사각지대 해소와 유지보수 계약의 투명성 강화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LH가 추진해 온 신뢰 회복 대책 역시 실효성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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