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상품 먼저 골라오라니…” 헛바퀴 도는 핵심광물 원스톱 금융지원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10-12 23:51:00 댓글 0
[데일리환경=이정윤 기자]정부가 글로벌 자원 전쟁에 대응하겠다며 출범시킨 ‘핵심광물 투자협의회’가 현장 중심의 정책금융 연계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

금융 지원의 틀을 마련해두고도 사업 초기 설계 단계에서 기관 간 협의 대신 ‘기업의 개별 선택’에 의존하는 기형적 절차 탓에, 실질적인 패키지 지원 실적은 전무한 실정이다.

12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오세희 의원은 한국무역보험공사(이하 무보)를 상대로 이 같은 운영상 허점을 강하게 질타했다.


지난해 2월 공급망안정화기금, 해외자원개발 융자, 무보 해외투자보험, KOTRA 컨설팅 등 범정부 지원 수단을 한데 묶겠다며 야심 차게 닻을 올렸지만, 출범 이후 지금까지 무보에 접수된 연계 지원 검토 요청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금융권과 자원개발 업계의 시각은 냉정하다. 핵심광물 프로젝트는 국가위험(컨트리 리스크), 높은 원자재 가격 변동성, 장기 회수 기간 등으로 인해 민간 금융기관 단독으로는 접근조차 꺼리는 고위험 영역이다. 대규모 PF(프로젝트 파이낸싱)나 지분 투자, 신용 보강, 보험 등 복합적인 금융 솔루션이 정교하게 맞물려야만 착수가 가능하다.

그러나 현행 투자협의회 구조는 기업이 먼저 특정 정책금융 수단 하나를 콕 집어 신청해야 해당 기관의 심사가 시작되는 구조다. 복잡한 금융 구조화 역량이 부족한 중견·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조차 어떤 조합이 최적인지 초기 단계에서 가늠하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 4월 열린 제2차 회의에서 라오스 프로젝트에 대한 공급망안정화기금 투자가 논의됐지만, 정작 투자 리스크를 덜어줄 무보의 해외투자보험 검토 요청은 빠진 것이 대표적 사례다.

자원금융 전문가들은 "원스톱 지원을 표방했다면 프로젝트 발굴 초기부터 관계부처와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유관기관이 한 테이블에 모여 리스크를 공동 진단하고 '맞춤형 패키지'를 설계해 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위험 인수와 유동성 공급 주체가 처음부터 역할을 분담하지 않으면, 특정 기금에만 의존하다가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해 좌초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오세희 의원은 “국가 안보 차원의 프로젝트를 두고 기업에 금융상품부터 알아서 고르라는 식으로 떠넘겨선 안 된다”며 “기관별 역할과 지원 수단을 사전에 정밀 매칭하는 전면적인 체계 개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장영진 무보 사장은 “관계부처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지원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현재 에너지·자원 안보 관련 종합지원 체계를 마련 중인 만큼 추후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지원 수단 나열형’ 칸막이 행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라는 국가적 과제는 서류상 계획에 머물 수밖에 없다. 프로젝트 단위의 ‘원팀(One-team) 심의 체계’로의 빠른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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