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효율은 빠르게 개선되지만 사용량은 더 빠르게 증가…2030년 데이터센터 전력소비 950TWh 전망
“AI 1회 사용 전력”보다 중요한 것은 거대한 데이터센터와 전력망…재생에너지·원전·저탄소 전력 확보가 관건
[데일리환경=정민오 기자] 인공지능(AI)이 일상과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새로운 환경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AI가 사람의 노동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로 주목받는 한편, 이를 구동하는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면서 전력 수요와 탄소배출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다.문제는 AI에게 전기가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보다 AI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데 있다.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량은 2024년 약 415TWh로 세계 전체 전력소비의 약 1.5%를 차지했다.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는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약 12% 증가했다. IEA는 데이터센터 전력소비가 2030년 약 945TWh까지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30년 세계 전력소비의 약 3%에 해당한다.최근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2025년 대비 데이터센터 전체 전력소비는 전년보다 17% 증가했다. 특히 AI에 특화된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는 무려 50% 늘었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 증가 속도가 전체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빠른 셈이다. 'AI 한 번 돌리는데 전기가 얼마나 들까'만 봐서는 안 된다AI의 전력소비를 둘러싼 논란에서 흔히 등장하는 질문은 'AI에게 질문 한 번 하는 데 전기가 얼마나 필요한가'다.하지만 이 숫자만으로 AI의 환경영향을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IEA는 최근 AI 작업 하나에 필요한 전력량이 기술 발전과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효율 개선으로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단순 텍스트 생성과 같은 작업의 전력소비는 과거보다 크게 낮아졌으며, 최근에는 AI 작업의 에너지 효율이 매우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다.구글 역시 자체 측정 결과를 통해 자사의 생성형 AI 서비스 '제미나이'에서 중간값 텍스트 프롬프트 하나를 처리하는 데 0.24Wh의 에너지가 사용됐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는 특정 서비스와 측정 방법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에 모든 AI 서비스에 일반화할 수는 없다.오히려 주목해야 할 것은 한 번의 질문에 들어가는 전력보다 AI를 사용하는 사람과 작업의 총량이다.텍스트 생성뿐 아니라 이미지·영상 생성, 복잡한 추론, AI 에이전트 등 상대적으로 에너지 집약적인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IEA는 이러한 고에너지 AI 작업의 경우 단순 텍스트 생성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결국 AI 한 번의 사용에 필요한 전력은 줄어들더라도 AI를 사용하는 횟수와 처리하는 작업 자체가 더 빠르게 늘어난다면 전체 전력수요는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데이터센터의 탄소배출은 '전기를 어떻게 생산하느냐'에 달렸다데이터센터의 환경영향을 판단할 때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전력의 생산 방식이다.데이터센터 자체에서 연기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서버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전력을 석탄이나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발전으로 공급한다면 그만큼 간접적인 온실가스 배출이 발생한다.IEA는 데이터센터가 전력 사용을 통해 발생시키는 간접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현재 약 1억8000만톤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에너지 관련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크지는 않지만, 데이터센터는 향후 배출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몇 안 되는 부문 가운데 하나다.IEA의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에 따른 배출량이 2035년 약 3억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 빠른 AI 확산을 가정한 시나리오에서는 약 5억t까지 늘어날 가능성도 제시됐다.따라서 같은 AI 데이터센터라도 어떤 전력으로 가동하느냐에 따라 탄소발자국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전력망에서 운영되는 데이터센터와 화석연료 발전 의존도가 높은 지역의 데이터센터를 동일하게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더 큰 문제는 '총량'보다 '지역적 집중'데이터센터가 세계 전체 전력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보면 아직 압도적으로 큰 산업은 아니다.그러나 데이터센터의 특징은 전력소비가 특정 지역에 집중된다는 것이다.IEA는 데이터센터가 전기차처럼 전력수요가 넓은 지역에 분산되는 형태가 아니라 특정 지역에 대규모 부하로 집중되기 때문에 전력망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AI 데이터센터는 일반적인 데이터센터보다 높은 전력밀도를 요구한다.한국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AI컴퓨팅센터 역시 수도권 전력난과 지역 균형발전을 고려해 비수도권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최대 2조원 규모의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 계획을 발표하면서 안정적인 전력 확보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2026년에는 AI 데이터센터 산업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도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는 데이터센터의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고 비수도권 전력계통영향평가 등을 통해 AI 인프라 확충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AI 경쟁력 확보와 전력 인프라 확충이 사실상 하나의 과제가 된 셈이다.전력뿐 아니라 물과 폐기물도 문제AI 데이터센터의 환경영향은 탄소배출에서 끝나지 않는다.고성능 GPU 등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냉각 시스템이 필요하고, 데이터센터의 규모가 커질수록 냉각에 필요한 에너지와 물 사용량 역시 중요한 환경 변수로 떠오른다.IEA 역시 데이터센터의 환경영향을 평가할 때 전력과 탄소뿐 아니라 물 사용과 전자폐기물(e-waste) 등을 생애주기 관점에서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실제로 현대적인 데이터센터에서 서버가 전체 전력소비의 약 60%를 차지하지만 냉각 시스템 역시 상당한 전력을 사용한다. IEA에 따르면 냉각에 들어가는 전력 비중은 효율적인 대규모 데이터센터에서는 약 7% 수준이지만, 효율이 낮은 시설에서는 30%를 넘어설 수도 있다.따라서 데이터센터의 친환경성을 판단하려면 서버의 연산 효율뿐 아니라 냉각방식, 전력원, 서버 수명, 폐기물 처리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AI는 탄소배출을 늘리는 기술인가, 줄이는 기술인가AI를 단순히 '환경을 파괴하는 기술'로 규정하는 것 역시 정확하지 않다.AI는 에너지 생산과 산업 현장의 효율을 높여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활용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IEA는 AI가 전력망 운영 최적화, 산업공정 개선, 에너지 효율 향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경우 상당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AI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기술은 아니며, 실제 감축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기술의 활용뿐 아니라 정책과 인프라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결국 AI의 환경 논쟁은 'AI가 친환경인가 아닌가'라는 단순한 질문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얼마나 효율적으로 AI를 만들고, 얼마나 많은 AI를 사용하며, 그 과정에서 필요한 전력을 무엇으로 생산하고, 데이터센터의 전력과 물·폐기물 문제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다.AI 시대, '전기 먹는 하마'라는 표현을 넘어AI는 이미 검색과 문서 작성의 영역을 넘어 영상·음성·로봇·자율주행·신약개발·산업 자동화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이에 따라 AI가 필요로 하는 연산량 역시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흥미로운 점은 AI 기술 자체의 효율이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IEA에 따르면 개별 AI 작업의 에너지 효율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AI 이용자와 사용량이 증가하고, 영상 생성이나 에이전트와 같은 에너지 집약적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전체적인 전력수요는 계속 커지고 있다.결국 'AI 한 번에 전기 몇 와트가 사용되는가'보다 중요한 질문은 이것일 수 있다.AI가 우리 사회의 전력 소비 구조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AI 시대의 진짜 경쟁력은 더 많은 GPU를 확보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GPU를 움직일 전력을 얼마나 안정적이고 깨끗하게 공급할 수 있는지, 지역 전력망에 어떤 부담을 주는지, 물과 폐기물 문제를 어떻게 관리하는지까지 함께 답할 수 있어야 한다.AI가 인간의 시간을 줄이는 기술이라면, 이제는 AI가 지구의 자원까지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를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정민오 기자 endail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