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문자 화백(73)이 10여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 넘어 다시 관객을 맞는다.
오는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미술세계에서 열리는 초대전 ‘서바이벌’을 통해서다.
손 화백은 1966년 서울대 미대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하고 1980년대까지 디자인과 도자, 서예 등 다양한 예술 분야를 섭렵했다.
이후 회화에 집중하기 시작해 1994년 프랑스 파리 피압 장모네 화랑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활발히 활동했다.
특히 손 화백은 지난 2000년 이후 꽃을 작품의 주된 소재를 삼아 왔다.
꽃을 중심으로 물고기, 동물, 정물 등이 조화롭게 구성된 화면은 작가의 깊은 영성을 담고 있다는 화단 안팎의 평가를 받았다.
2004년까지 이 같은 분위기의 작품을 줄곧 내고는 10년 넘는 세월 동안 긴 침묵을 지켜 왔었다.
그러던 그가 다시 꽃과 함께 돌아 온 것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가의 그림 속에는 흐드러지게 핀 꽃과 나뭇잎 사이로 물고기가 유영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뭘까.
손 화백은 “꽃은 세상이요, 물고기는 인간은 인가”이라는 짧은 주석(註釋)을 넌저시 단다. 그럼에도 아직 모호하지 않는가.
여기서 작가의 종교관을 대입해 보면 무릎이 저절로 탁 처진다,
크리스트교에 뿌리를 둔 손 화백의 사상과 신앙심이 창작의 배경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꽃과 물고기가 어우러진 이상적인 화면은 천상의 세계다. 일상에서 끊임없이 좋은 것을 선택하고 노력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손 화백의 이러한 삶의 태도는 생애의 말년에도 예술가로서의 끈을 놓지 않았던 피카소와 마티스를 떠올리게 한다.
한 가지 더.
‘꽃과 여인의 화가’ 고(故) 천경자 화백의 빈 자리가 더욱 허전하게 느껴지는 상황에서 손문자 화백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지만 당당한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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