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계 3세들의 거침없는 행보가 눈에 띈다. 현장을 누비며 현안을 직접 챙기고, 앞장서서 진두지휘를 하는 등 입지를 다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그룹 최대 현안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능력을 보이고 있는 것을 두고 경영 승계의 일환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에 따르면 재계 3세 경영인들이 그룹의 최대 현안에 주도적으로 나서며현장 경영을 강화, 차기 경영 승계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삼성중공업과 삼성증권 등 계열사를 방문한 뒤 경영 현안을 점검했다. 두 곳 모두 실적이 부진한 곳으로 알려진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재용 부회장은 거제조선소를 찾아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등 경영진으로부터 조선업계 동향과 함께 회사의 수주·건조 동향 등에 대해 보고받았다. 특히 적자주범인 해양플랜트 현황에 대해서도 브리핑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삼성중공업에 대한 경영진단을 실시했지만 실적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 2분기 1조5491억원의 영업손실로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3분기에도 846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발표했다가 미국 시추업체인 퍼시픽드릴링(PDC)이 건조가 완료된 드릴십을 찾아가지 않겠다면서 건조 계약을 파기해 100억원의 적자를 냈다고 정정 공시했다.
삼성증권도 방문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를 방문한 데 이어 현장 경영을 강화하는 연장선상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세종로에 위치한 삼성본관을 찾아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으로부터 금융사업 전반에 대한 브리핑을 들었다.
삼성증권 역시 실적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올 3분기 45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지만, 이는 전년동기보다 70%, 전분기보다 63.8%나 급감한 수치다. 이번 이 부회장의 삼성증권 방문을 계기로 삼성 금융계열사들의 능력 강화 작업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흘러 나온다.
현대차그룹 3세도 눈에 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대외 활동은 최근 제네시스 런칭 현장에서 빛을 발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 11월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는 현대차 임직원 100여명이 진을 친 가운데 ‘제네시스’를 새로 출시했다. 명차 하나의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한 작업이었다. 이날 정 부회장은 6년만에 국내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고, 자동차 제품명이던 제네시스를 별도 브랜드로 만들어 전 세계 고급차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이 이번 제네시스 런칭을 통해 차기 경영승계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시내면세점 대전’에서 승리한 두산과 신세계 3세 역시 각광을 받는다. 박용만 두산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다.
최근 두산그룹은 국내 주요그룹 최초로 박 회장 주도로 모든 계열사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모범기업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박 회장은 지난 3월 대한상의 회장 연임에 성공하며 두산그룹의 회장을 뛰어넘어 박근혜 대통령의 ‘민간 경제 파트너’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모든 해외 순방을 함께하며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해 나라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평도 있다.
특히 박 회장은 그동안 주력해온 중공업 등 핵심 산업을 유통 중심의 사업으로 바꾸기 위해 동력을 끌어올렸고, 두산은 지난 14일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심사에서 롯데월드타워점 특허권을 차지, 면세점 입성에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여기에 서울 시내면세점 심사에서 두산과 함께 나란히 신규 사업자로 선정된 신세계의 정용진 부회장도 입지를 다지고 있다. 시내면세점 신청부터 결과가 나오기 까지 모든 과정을 일선에서 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정 부회장은 면세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부각되고 있다.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장남 정기선 상무도 재계 3세의 경영승계 대열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11일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와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특히 정 상무가 이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지난 3월과 4월 현지 관계자의 방문을 정 상무가 직접 영접하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사업 준비에 착수하면서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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